1/
이 영화는 불편하다. 영화의 제목처럼 무엇인가가 사라지고 없어졌다. 고갈된 상태. 그래서 너무나도 목마르다.
2/
공장 지대 근처에 한 여자가 있다. 여자를 발견한 남자는 그녀를 데려다가 씻겨주고 먹여주고 새 옷을 사다 입힌다. 그리고는 그녀의 몸을 판다. 여자는 그가 자신의 몸을 팔아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에게 보호받고있다고 생각하는 듯 그를 따른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 자장면 배달일을 하는 그녀는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녀 역시 여자를 씻겨주고 먹여준다. 하지만 여자는 그녀에게서 도망쳐 다시 남자에게로 간다.
3/
이 영화는 관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그 어느하나 관객을 위해 배치된 것은 없다. 왠지 처음부터 끝까지 지지직거리는 영상도 그렇고, 너무나도 좋지않은 필름상태(스크래치와 먼지들) . 여자와 남자의 행동들, 대사들.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들 모두. 그 어느하나 관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없다. 답답하다.
영화의 첫 장면. 여자가 갯벌에서 진흙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고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남자는 여자를 향해서 호루라기를 불어댄다. 그것이 그가 그녀를 향해 처음으로 시도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는 매우 비정상적인 듯 보이고, 또 너무나도 날카롭고 찢어질 듯한 소리침이다. 여자를 데려온 남자는 그녀를 제어하려고한다. 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그의 명령을 들어주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한다는 것을 몰랐던 남자는 그녀를 두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러던 중 여자를 향해 내밀어지는 손길. 제3의 그녀는 여자에게 "나랑 같이 갈래요?"라고 물어오지만 여자는 그녀에게서 도망쳐 다시 남자에게로 온다. 도대체 왜?
4/
자꾸 넘어지고, 그래서 다치고, 꺼억꺼억하는 가슴 속 답답한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와 여자.
소주를 마시고 나서는 콩나물을 먹으면 속이 편해진다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사온 그대로를 우적우적 씹어먹는 두 사람은 좀 극단적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덧/
속이 너무 욱- 욱- 거려서, 정말 다 토해버릴 것 같아서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우욱!
너무나도 불편한 방식으로 관객을 자극하는 이 영화를 더이상 어떻게, 어떻다고 얘기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다만, 자꾸만 소세지를 한움큼 움켜쥐고 우적우적 까먹고있는 여자와
뭔가를 자꾸 토해내는 그녀를 누군가가버린 유모차에 태우고 달리는 남자의 이미지만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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