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과 반대가 지금도 팽팽히 맞서며 논란의 중심에 선 '사형제도'.
죽였으니 당연히 죽어야 마땅하다는 찬성과 신이 아닌 우리가 생명을 빼앗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 지금까지 결론을 위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주제... 그런 소재를 다룬 <집행자>는 그것이 옳다 혹은 그르다라는 판단을 하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사형을 집행 해야만 하는 인간의 고뇌와 감정 변화에 초첨을 맞추며 논란의 중심을 적절히 피해 갑니다.
인물 설정에서도 사형제도의 논란을 의식한 듯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사형일자를 기다리는 사형수 성환 (김재건)과 부녀자 12명을 무참히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해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살인마 용두 (조성하)를 등장시키며 저런 사람에게도 필요한가 와 저렇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며 모두의 손을 들어 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집행자의 이야기를 위한 중요 인물 종호 (조재현)와 재경 (윤계상)을 등장 시킵니다. 순수하고 여린 재경은 악한 사람도 자신의 진심어린 교도라면 아무리 악한 죄인일 지라도 좋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처음 교도소를 찾았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고 베테랑인 종호를 보며 원하지 않았지만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서 몽둥이를 들고 재소자를 향해 힘껏 휘두릅니다. 자신을 보고 변해간다는 말을 들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뜬 것이라며 위안을 삼지만 마음 한켠에 남는 불안감과 슬픔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자신을 괴롭힙니다.
결국 12년만에 사형집행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한때 순수했지만 재소자 교화에서 절감한 한계와 동료 진석의 죽음으로 죄수에게 만큼은 냉혈한으로 변해버린 종수와 재경은 집행을 준비합니다. 비록 죄수라도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죄의식을 갖지 않기위해 3명이 동시에 버튼을 누르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자신의 행동을 용서하고 정당화 할 수 없다는 자아 의식은 끝까지 그들을 괴롭힙니다. <집행자>가 전하려하는 내용을 베테랑 연기자인 박인환, 조재현의 안정되고 공감가는 연기와 조금은 성장한 듯한 윤계상의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집행자>에서 정말로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관객들이라면 사형 집행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이고 얼마나 큰 상처를 준다는 것 쯤은 아는 상황이라면 그 이후의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했슴에도 <집행자>는 무엇에 쫒기듯 서둘러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사형집행 후 교도관은 미쳐 버리고, 일을 그만두고, 어쩔 수 없는 직장(?)에 아무 생각없이 다시 근무하는 모습들만을 보여주며 '뭐야... 끝난거야?'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죠.
사실을 전해야하는 다큐가 아닌만큼 그런 상처와 역경을 딛고 다시 힘찬 미래를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현실은 그럴 수 없더라도 그렇게 보여지길 바랬습니다. 그런 바램에도 <집행자>는 정말 보고 싶었던 핵심을 외면한 채 서둘러 끝나버린 지독히도 아쉬움을 남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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