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많은 영화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타임머신>, <백 투더 퓨쳐>처럼 시간을 여행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오락영화가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시간을 여행하는 남자보다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자에 초점을 맞춘 로맨스 영화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 옵니다. 33개국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500만 독자를 울린 화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브래드 피트가 제작을 맡고 오스카 상에 빛나는 <사랑의 영혼>의 작가 부르스 조엘 루빈이 각본을 맡았습니다. 여기에 <플라이트 플랜>의 연출을 맡았던 로베르트 슈벤트게가 <트로이>의 에릭 바나, <노트북>의 레이첼 맥아덤즈와의 호흡으로 원작을 뛰어 넘는 감동을 다시 한번 전해주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로 시간 여행을 가게 되는지 정확히 모르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운명... 언뜻 보면 매혹적인 사랑인 듯 보이지만 영화 속 클레어 (레이첼 맥 담즈)의 삶에서 보듯 막연한 기다림은 행복하게 보이지만은 않지요. 6살 어린 나이에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그날부터의 기다림은 그녀를 마법의 사랑에 빠지게 해 하염없는 기다림의 공간에 머물게 합니다. 꿈꾸던 사랑을 만나는 기쁨도 잠시 언제 다시 사라질 지 모르는 그런 상황에 조금씩 힘들어지는 클레어는 충분히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 냅니다. 영원할 것만 같은 사랑이 식어버리는 순간을 조금 늦게 맞게 된다는 차이일 뿐 그들의 사랑도 여느 사랑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지요. 그럴 때마다 그 사랑을 지켜주는 헨리의 노력은 다시금 둘의 사랑을 뜨겁게 타오르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듯... 그들의 사랑도 예기치 못한 결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시간 여행자라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 자신의 미래를 모르는 것이 좋지만 알게 되면 차라리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에 헨리는 클레어와의 운명을 받아 들이며 관객들의 감성을 따듯하게 해 줄 결말을 준비합니다. 함께 하고 싶은 순간에 그러지 못한 공허함을 채워고 싶어 2세를 가지려하는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헨리는 클레어와의 사랑을 어떻게 지켜갈 지의 결말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주연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감독의 따듯한 감성적인 연출을 바탕으로 마법처럼 시간을 지나가게 합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남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보다는 여자들의 감성에 맞춘 영화로 보입니다. 한 여자를 사랑해 그녀의 시간을 맴돌며 그녀와의 사랑을 완성하는 남자. 오래도록 함께 살며 환상이 깨지기보다는 시간 여행이라는 마술을 이용하여 서로의 아쉬운 이별의 시간을 통해 애틋함을 키워가는 사랑이 어쩌면 여자들이 바라는 사랑일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마치 처음 느낌 그대로의 감정을 가지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랑... 운명적인 이별을 한 뒤에도 순간 나타나서 예전의 모습을 보여 주며 첫 사랑을 다시 깨우쳐 주는 그런 사랑일 수 있기에 더 매혹적이기까지 합니다. 처음 예고편을 보며 느꼈던 첫 느낌 그대로의 감동을 가슴에 새겨 준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빨라져만가는 요즘 사랑의 행로에 또 하나의 해답을 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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