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조금 난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인지...?
우마 써먼 주연의 '인 블룸'이라는 이 영화의 원제는 The Life Before Her Eyes.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를 연상시키는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중심에 두고 펼쳐지는 다이아나와
모린이라는 절친친구의 생과사를 둔 이야기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자신의 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불시에
일어나고, 다이아나와 모린은 화장실에서 사건의 주범인 마이클이란 남자학생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그가 묻는다.
"둘 중에 하나만 죽여야한다면, 누구를 죽여야 할까?"
그 순간, 다이아나와 모린에게는 무한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그 후 15년 후의 다이아나의 삶이
총기사건과 겹쳐지면서 펼쳐진다......
우선, 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와닿는 내용은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다.
요즘 미국에서 잘 일어나는 이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그 공포심과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어루만진다.
죽은 자들도 안타깝지만, 그러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삶들도 정상적으로 살기에는 너무 힘들고 무거운
짐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다이아나가 사건 후로 추정되는 삶에서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예쁜 딸과 멋진 남편이 있음에도 그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다음으로는, 한 인간으로써의 생(生)과 사(死)에서의 경계와 그 미세한 떨림이다.
이 영화에서 다이아나와 모린에게는 각각 생과 사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날라리같은 삶을 살아온 다이아나와 그러한 그녀를 든든하게 감싸안아주며 살아온 두 다른 삶의 그녀들.
모린은 다이아나를 죽일바에는 차라리 자기를 죽이라고 한다. 그리고 15년 후에 다이아나의 인생이 보여진다.
사실, 이 영화의 결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바로 영화 속에서 펼쳐진 15년 후의 다이아나의 삶이 생과 사의 경계에 섰던 다이아나의 무한한 상상이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는 순간에 무한한 과거와 미래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고 하는 것처럼,
날라리같은 삶을 살았던 다이아나가 잠시 '미래의 삶'을 상상으로 생각해보고 자신과 모린 중에서 누가 살아남는
게 더 나을까하는 생각을 보여준 것이다. 속된말로 막된 삶을 살았던 자신이 살아남아도, 모린이 없는 삶과
살아남는 자로써의 슬픈 삶은 너무 고되고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자신보다는 모린이 살아남아야한다고
생각을 한 그녀는 자신을 죽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통해 위에서 말한 이야기들이 펼쳐진 것이고, 그로 인해 영화는 조용하게 끝을 맺는다.
사실, 끝까지 보고나서 이게 뭐야?하는 생각이 백번 들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네이버 영화평을 통해 펼쳐진
영화에 대한 분석은 장난이 아니었다. 삶과 죽음부터 무한한 상상이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대부분 그녀의 상상에 의해 펼쳐진 미래의 삶을 보여주고 결국 그녀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
다. 감독은 '모래와 안개의 집'을 만든 '바딤 피얼먼'으로 그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깊은 사색을 남긴 영화라는
평을 들었을 때 이 영화 역시 쉽게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영화가 끝에까지 가서 좀 어리둥절했던 것은 아쉬우며 영화가 상당히 잔잔한 편이지만,
그 감정선만은 잘 살려낸 영화였다.
미국판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런 해석이 있었다. 물은 '죽음의 강'을 뜻하며, 미래의 다이아나 '우마
써먼'과 현재의 다이아나 '에반 레이첼 우드'가 그 강을 두고 생과 사의 삶을 비교하며 보여준다는 뜻이란다.
(대단한 해석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걸 보고 우리나라 네티즌의 해석력에 또 한번 감탄,,)
국내판 제목인 '인 블룸'은 '꽃이 가장 활짝 필 시기'라는 뜻으로, 아마도 그녀들의 그 시절을 말하는게 아닌
가 싶다. 그러한 시기에 죽음과 삶을 받아들여야했던 그녀들의 이야기... 조금 숙연해지는 내용을 담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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