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샌드라 블록...★★★
<프로포즈>에 대해 온갖 종류의 로맨틱 코미디 설정들이 총집합해 있는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악마 같은 상사와 외모의 강점이 두드러진 부하직원(남녀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뉴욕 스타일이 시골에 가서 부딪치는 문화적 충돌, 거기에 알고 보니 한 지역의 성주라고 해도 무방할 유력 집안의 자제. 이중 한 가지만 해도 여러 영화들이 떠오를 정도로 <프로포즈>는 여기저기서 참으로 다양한 설정들을 끌어 와서는 시치미 뚝 떼고 새로운 코스 요리라도 되는 듯이 눈앞에 떡하니 내 놓는다.
물론, 그런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은 산드라 블록이라는 믿음직한 배우(?)와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키가 190이 넘는다는 훤칠한 주인공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니깐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주인공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냐 하는 것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똑같은 얘기를 주인공들만 바꿔서 연신 내어 놓는 걸 보면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일단 <프로포즈>의 기본 세팅은 조금 불안하긴 하다. 이 불안함의 근저엔 산드라 블록이라는 배우가 있다. 문제는 이 강해보이고 고집불통의 얼굴 표정과 나이든 티가 팍팍나는 주름까지 겸비한 여배우, 이미 로맨틱 코미디는 졸업하고도 남았을 나이의 여배우가 얼마나 매력을 발휘해 분명히 등장할 나이 어린 매력적 여성을 따돌리고 남자 주인공의 눈을 홀리게 할 것이냐에 달렸다는 것이다.(나이 어린 여성의 등장과 그 해결 경로는 이 영화가 얼마나 전형적 공식에 따르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산드라 블록의 캐스팅은 반은 성공, 반은 실패에 가까워 보인다. 실패라고 보는 건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산드라 블록이 나이 어린 경쟁자를 물리칠 정도의 매력을 발산했는가에 좀 의문이다. 물론 분명 산드라 블록은 여전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프로포즈>에서 경쟁자를 쉽게 물리칠 수 있었던 것에는 경쟁자를 소외시킨 연출의 힘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반의 성공은 당연하게도 그녀가 펼치는 적확한 연기 때문이다. 하이힐을 신고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랄지, 강아지를 들고 방방 뛰어 다니는 모습, 거기에 누드로 이리저리 뛰고 넘어지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그녀에 대한 호감과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온 몸을 던져 연기한 산드라 블록의 연기 투혼은 그 자체로 충분한 호감의 대상이 된다.
전형적인 소재를 활용해서 전형적인 연출로 전형적인 영화를 만들었다고 영화가 재미없는 건 아니다. 어쩌면 가벼운 코미디물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한 전개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편히 관람할 수 있으니깐. 그런 차원에서 보면 시종일관 유쾌한 활력과 유머가 넘실대는 <프로포즈>는 분명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꽤 웃긴 영화인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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