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할수록 슬픔은 더 커진다... ★★★
슬픔이란 감정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그 반대의 감정, 그러니깐 행복, 즐거움 등이 맞물려 있을 때이다. 아직은 어리 나이인 23살의 앤(사라 폴리)은 이미 두 자녀의 엄마이고, 아직 안정된 직장이 없는 어린애 같은 남편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중이다. 남편이 곧 직장을 얻을 예정이고, 아이들의 애교가 주는 작은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던 앤은 자궁암 말기로 두 달 정도 밖에는 삶이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 사실을 접하게 된다.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앤은 죽기 전에 해야 할 10가지 리스트를 작성한다. 앤이 치료를 거부한 것은 한 번도 제대로 젊음을 즐기지 못했다는 스스로의 각성(?)에 근거한 것이다. 앤은 이제 막 젊음을 즐겨야 할 입구인 17살에 남편을 너바나 콘서트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뒤 두 아이를 키우느라 사실 그녀의 젊음은 즐긴다기보다는 버텨내야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암 말기 선고를 받은 그녀는 이제 평생 아이들의 생일에 들려줄 메시지를 녹음하고, 아직 아이 같은 남편에게 좋은 여자를 소개시켜주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설렌 연애를 하며 두 달을 보낸다.
당연하게도 이 영화는 전형적인 신파적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죽기 전에 그녀가 하고 싶은 10가지 리스트는 대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루어진다. 사랑을 하고 싶은 그녀 앞에 사랑으로 가슴아파하는 리(마크 러팔로)가 우연히 나타나고, 남편의 가장 적절한 짝이 될 여자가 바로 옆집에 이사 오는 식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런 전형적 신파적 요소들을 동원해 억지로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는 전형적 신파물로 빠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이자벨 코이셋 감독의 데뷔작인 <나 없는 내 인생>은 그녀가 슬픔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절제할수록 관객의 슬픔은 더욱 커진다는 걸 알고 있음을 말해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앤은 자신의 죽음에 절망해, 자신의 아픔에 괴로워하며 거친 눈물을 쏟아내지 않는다. 이런 앤의 모습은 오히려 보는 사람의 누선을 자극하고, 앤이 죽고 시간이 흐른 뒤 남은 이들의 행복한 모습은 더욱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