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야 하기 때문에 신나는 기분.... ★★
<페임>하면 아이린 카라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몸이 리듬을 탄다. 그만큼 <페임>은 ‘신나다’와 거의 동격처럼 여겨진다. 원작 <페임>을 워낙 오래 전에 봐서 가물가물하긴 해도 노래 <페임>이 흘러나올 때, 거리를 메우고 춤을 추는 학생들의 활기는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히 아로새겨져 있다.
2009년작 <페임>은 1980년의 원작 <페임>과 제목만 똑같은 영화는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선망하는 뉴욕 예술학교의 오디션 장면과 선택 받은 학생들이 각 학년을 거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딪치는 고민의 순간들을 극복해가며 맞이하게 되는 신명나는 졸업식까지 가는 과정도 동일하다. 심지어 각 인물의 캐릭터라든가 일부 에피소드도 거의 베끼다시피 똑같다. 대표적으로 입학 초기 학생 식당에서 춤과 노래, 연주를 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 소리가 시끄럽다며 밖으로 나가는 여학생의 존재까지 동일하게 재현된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느끼는 아픔의 깊이는 다르게 와 닿는다. 원작 <페임>을 관람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그 세월만큼이나 달라졌기 때문일지도 모르며, 어쩌면 아날로그와 IT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2009년 <페임>은 정확하게 오디션 장면을 거쳐 학생식당에서의 춤, 연주, 노래 장면까지만(!) 신나고 유쾌하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학년이 증가하는데 따른 학생들의 성장은 가슴에 와 닿지 않고, 많은 인물과 많은 에피소드가 들고 나감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갈등은 있지만 해소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 그런데 어느 순간 해소되어 있는 어정쩡한 상황들이 연속되면서 영화 속 캐릭터들은 단지 소모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단적으로 예고편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무용을 하는 앨리스(정확한 이름인지 모르겠다)의 경우, 포스터와 예고편의 멋진 장면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젊고 멋진 청춘남녀들이 등장해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한다. 당연히 신나야 정상인 상황인데, 관객의 반응은 (내가 느끼기에) 시큰둥하다. 분명한 건 멋진 장면을 모아 이어 붙여 놨다고 해서 멋지고 신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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