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어디까지 가 봤니? ★★★
불행은 가장 행복한 때 찾아온다고 했든가. 학교 선생님인 벤(조슈아 잭슨)은 사랑하는 연인 사만다(리안느 바라반)와의 결혼을 눈앞에 두고 말기암 판정을 받는다. 그 순간 벤의 머리엔 사만다와의 결혼을 취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의사의 진단으로는 길어야 2년, 짧으면 몇 개월의 생이 남아있을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던 벤은 우연히 낡은 오토바이 한 대를 사게 되고, 가족에게 병을 숨긴 채 혼자만의 캐나다 횡단 여행을 떠나게 된다. 처음 이틀로 예정됐던 여행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점점 길어지고, 벤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뜻깊은 일주일을 보내게 된다.
시한부 인생에 대한 영화는 많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코믹함을 유지하는 <원위크> 같은 영화를 본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다루는 영화치고는 예상 외로 코믹하고, 유쾌하며, 죽음의 그림자를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로 밝다. 특히 영화 내내 벤의 심정이라든가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는 내레이션(목소리)은 일종의 충돌 효과를 일으키며 관객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게 한다.
영화는 토론토에서 벤쿠버까지 캐나다를 동서로 횡단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만큼 자연스럽게 로드 무비의 형식을 띤다.(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토론토나 벤쿠버가 캐나다 어디에 붙어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벤은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별 것 아닌 내기를 위해 자전거로 횡단여행을 하는 청년, 개가 죽어 슬픔에 젖은 혼자 사는 과부, 암에 걸렸다가 치료에 성공한 대마초 피는 남자, 우연히 숲에서 만나 하룻밤 사랑을 나누는 여인 등.
그런데 사실 이 영화에서 벤이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여행을 출발하는 결심 이외엔 없다. 연인 사만다의 말처럼 벤은 매우 우유부단하며, 결정을 내리는 것을 겁내하는 성격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청년들이나, 대마초 피는 남자는 벤에게 먼저 접근해 나름 인생의 지혜(?)를 말해주고 떠나며, 주부와 여인은 말 그대로 우연히 개를 매개로 조우해 인연을 만들 뿐이다. 심지어 이제 그만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때에 맞춰 트럭이 여행의 동반자인 오토바이를 부셔 놓기까지 한다.
전반적으로 전형적인 이야기의 이 영화가 가슴에 남는 이유는 캐나다의 아름다운 풍경과 음악 때문이다. 어쩌면 <원위크>는 캐나다가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과 음악이 있는 나라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 같기도 하다. 주인공인 벤은 여행 도중 계속 사진을 찍어대며, 그 사진은 그대로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낸다. 캐나다의 각 지방이 자랑할 만한 대표적인 유물이나 조형물들을 세심하게 담아내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바로 캐나다로 달려가고플 정도로 여행 욕구를 불러일으킨다.(앨버터 공룡공원, 로키산맥 등) 마지막엔 노골적으로 독일 여행객의 입을 빌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가”라는 자화자찬에까지 이른다. 그 아름다운 풍경의 바탕에 흐르는 캐나다의 대표적 가수들이 참여했다는 어쿠스틱한 음악은 귀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럼에도 워낙 스토리 자체가 심심해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해지기는 하지만, 분명 <원위크>의 장점-캐나다의 풍경과 음악-은 심심하다는 단점을 극복할 정도의 값어치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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