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백혈병을 앓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언니의 치료를 위해 태어났습니다. 이제 우리 가족은 슬프지만 언니를 놓아 주려 합니다.
닉 카사베츠 감독은 전작 <존 큐>에서 아픈 딸을 치료하기 위해 가진 것 없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여 주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의 이번 작품도 유사한 소재이긴 하지만 <존 큐>가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한 가장이 딸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서 벌이는 사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불치병을 둔 환자의 가족 구성원들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는 차이가 있습니다.
조디 피콜트의 동명 베스트 셀러를 영화화 한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우리나라에서 '쌍둥이 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해 사회적인 이슈와 독자들에 감성을 울린바 있습니다.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언니를 위해 마지막 희망을 갖고 '치료를 위한 맞춤 아기'라는 가슴 아프면서도 인간의 윤리에 대해 논란을 불러 일으킬 소재를 다루다보니 다양한 의견과 함께 찬반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책과는 조금 다른 결말을 보이며 소재의 논란도 줄이면서 가족 구성원의 아픔과 갈등 치유에 좀 더 비중을 두며 잔잔하지만 긴 여운을 주고 있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이도 흐니끼며 눈시울을 붉혔지만 그 이면에는 제가 영화를 보기 전 잘못 오해로 인해 예상밖의 상황 전개가 한 몫하여 오히려 더 큰 재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슬플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로 슬플진 몰랐던 점과 함께, 영화의 내용도 병든 언니를 위해 맞춤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몸의 권리를 찾고자 엄마를 고소하는 내용이 핵심일 것이라는 것과는 달리 (일부는 맞지만) 그로 인한 갈등 보다는 가족의 화합과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의 비중도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안나(아비게일 브레슬린)가 영화의 진행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아픈 언니에 좀 더 비중을 보이면서 다른 가족 구성원 모두에 관점으로 바라보는 색다른 전개를 보여 주기도 합니다.
엄마역을 맡은 '카메론 디아즈'에 대해서도 미스 케스팅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시나리오를 읽은 뒤 사라에 몰입을 위해 실제로 아픈 자식을 둔 엄마를 만나며 그들의 아픔을 가슴에 담았고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을 과감히 드러내는가 하면 아픈 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과 눈썹을 밀어버리는 열정으로 연기한 카메론 디아즈는 성급한 판단이 무색해지도록 중요한 이야기의 축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연기 모두 좋았지만 특히 아픈 딸이 힘든 병원 치료 중에서도 조심스럽게 남자를 만나는 딸을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 연기가 기억에 남네요. 슬픔 속에서도 딸의 행복을 보며 짧은 순간이지만 힘든 상황을 잊은 표정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연기를 보여 준 것은 동생인 안나도 아니고 엄마인 사라도 아닌 언니 케이트의 연기가 아닐까요? 연기가 아닌 진짜 병자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관객을 몰입하게 한 그녀의 연기는 단연 돋보입니다. 점점 쇠약해가는 외모와 자신으로 인해 힘들지만 가족을 위해서 이겨내려는 모습, 짧은 인생이지만 끝을 예상하고 조용히 정리하며 보여주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는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와 함께 어울어져 영화의 감동을 관객에게 충실히 전달합니다.
극 진행을 위해 시간 구성을 앞뒤로 전개해 간혹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가족 구성원들간의 따듯한 결말도 좋고 일부러 울리려는 억지스럼이 없이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허락하게 하는 연출도 돋보입니다. 자칫 우울하고 어두울 수 있는 분위기를 밝고 따듯하게 바라보게 하는, 간간히 웃음도 선사하는 <마이 시스터크 키퍼>는 이 가을에 어울리는 정말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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