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타스튜디오 3D애니메이터출신의 쉐인액커감독이 2005년에 만들었던 동명의 단편영화를 극장판으로 다시 제작한 9은 그해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에니메이션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입니다.이 영화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이들은 당연히 제작자인 팀버튼감독과 지난해 원티드로 이름을 알린 티무르 베크만베토브감독입니다.9는 쉐인액커감독의 창조물이기는 하지만, 이번 장편영화 9는 팀버튼감독과 티무르감독만의 스타일도 자연스레 녹아들어가 있는 멋진 작품입니다.
영화 9의 이야기는 사실, 아주 새롭다거나 세련되지는 않습니다. 기계와 인간(인형)의 전쟁이 배경으로 등장하니까요.꽤 익숙한 소재입니다. 영화에서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인간들은 전멸합니다.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기계를 만든 한 과학자의 바램과는 다르게 일명 Brain이라고 불리던 기계는 인간을 말살하는데,이 과정에서 과학자는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자신들의 분신을 만들어놓고 죽게 됩니다.기계와는 다른. 그것이 바로 헝겊인형 나인입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인간을 대신하는 인형과 기계와의 싸움을 그려내면서 인형들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우선 인형과 기계들과 벌이는 사투는 꽤 볼만합니다. 인간이 아닌 헝겊인형들이다보니 식상한 스토리임에도 자잘자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퀀스가 많습니다.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심심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감독의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었다고 했는데,영화 나인은 다소 긴 단편영화같은 느낌입니다. 영화의 러닝타임 79분은 보통 애니메이션보다도 짧은편이라 더욱 '긴 단편'같은 느낌을 줍니다. 짧은 러닝타임은 알차게 채워져있지만, 주인공들(헝겊)만큼이나 깊이는 가볍습니다.그런데, 또 이 영화가 그렇게 가벼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도 않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이고요.
영화 나인을 보고나면 극장용 영화가 아닌 여러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의 파일럿을 보는듯한 느낌이 강하게 납니다. 할 얘기를 다 했음에도 왠지 아쉽고,심심한 느낌이 납니다. 앞으로 얘기가 더 있을거 같다라는 느낌이 들고, 영화에서 얘기못한 뒷 얘기가 있을것만 같은 느낌을 갖고 극장을 나오게 됩니다.누군가는 이런느낌을 재미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영화 나인은 극장용 영화보다는 TV시리즈로 선보이면 걸작일 거 같다라는 생각이드는 이유도 그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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