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만약, 늙은이로 태어나서 점점 어려진다면? 독특한 상상력으로 출발한 이 영화는 배우들의 명연기와 벤자민 버튼의 모험담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느낌이며 그리 격정적이진 않지만, 벤자민 버튼이 남긴 다이어리를 읽어내려가며 차분하게 진행된다.
태어날때부터 팔순 할아버지처럼 검버섯을 가지고, 온갖 관절염과 굳어버린 팔다리의 아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아버지는 아이를 요양원에 18달러와 함께 내다버린다. 늙은 외모를 가진 이 아이는, 요양원의 노인들과 자신이 틀리지 않다고 여기지만, 느끼지 못하는 새에 그는 점점 젊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요양원에서 지내는 할머니의 손녀인 데이지와의 첫 대면. 둘은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에 서로에게 이끌리는데.. 벤자민은 점차 몸에 힘이 생기기 시작하고, 우연히 인양선에서 허드렛을을 시작하게 된다. 17세가 되던해에 벤자민은(다른 젊은이들이 그 나이 또래에 그러듯이) 집을 떠나 세상을 모험하기 위해 인양선 선장을 따라 집을 떠난다. 오랜동안 지내게 된 러시아에서 젊은 시절 영국해협을 건너려다 포기한 중년의 여인을 만나게 되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유부녀 였던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린다.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전쟁에 참가하게 된 벤자민은 구사일생으로 살아 집으로 돌아오고, 데이지와 재회하지만 23세의(당시 벤자민은 29세) 꽃다운 데이지는 벤자민에 대한 감정이 특별하면서도 자신의 젊음을 만낀하며 산다. 벤자민의 아버지는 죽을병에 걸리자(평소에도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숨기고 벤자민과 친구처럼 만났었다), 벤자민에게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전재산을 물려준다. 러시아로 공연을 떠난 데이지는 교통사고로 더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되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벤자민을 냉대하지만, 다시 재회한 벤자민과 데이지는 운명적 사랑에 빠지게 된다. 꿈같은 나날이 흐르고, 데이지가 여자아이를 낳게 되자, 벤자민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점점 어려져 가는 벤자민의 노년에는 분명 아이처럼 될 것이고, 딸아이의 아버지로써 그리고 데이지의 남편으로써 역할로는 부적합 할거라는 걱정이다. 결국, 전재산을 처분해서 데이지 이름으로 된 통장에 넣은뒤, 옷가지만 챙겨서 떠난다. 그리고,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난뒤 소년보호소에서 발견된 벤자민. 점점 어린아이(정신연령뿐 아니라 몸도)가 되어가는 벤자민을 돌보는 데이지. 그리고, 결국 할머니가 되어버린 데이지의 품에서 갖난아기의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 벤자민.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좀 쌩뚱맞긴 하다.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는데, 늙은 모습으로 태어나서 점점 성장하다가(거꾸로) 결국에는 키도 몸도 작아지고 아이가 되다 못해 갖난아기가 되어버리는 벤자민의 모습이 썡뚱스럽지만,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랑쉐라는 두 배우의 명연기 때문인지 독특한 삶을 살아간 한 인물의 인생사를 조용히 관망하는 느낌이 든다. 결국, 다이어리를 읽어주던 노파의 딸이 벤자민의 딸이라는 사실인데, 벤자민의 삶이 영화의 중심 주제이고, 벤자민의 입장에서 씌어진 다이어리로 영화의 전체 이야기가 이어지다보니, 다이어리를 읽어주는 딸과 노파의 모습도 쌩뚱스럽긴 하다.
벤자민 버튼. 여기서 버튼은 button 이겠지? 단추라는 뜻인데, 미국인의 성(姓) 에는 직업과 관련된 호칭들이 많이 쓰인다고 하더니만, 그래서인지 벤자민의 원래 아버지의 성이 버튼이어서, 벤자민의 아버지가 자신이 아버지라고 밝힌 이후에 벤자민은 '버튼'이라는 성을 갖게 된것 같다. 벤자민의 아버지가 단추를 만드는 사람이라니.. 나름 재밌는 설정이다.
벤자민 버튼이 점점 젊어져서 10대 청소년의 모습이 되어(데이지와 딸을 떠난뒤 10여년후) 데이지를 찾아왔을때, 젊은 벤자민을 연기하는 브래드 피트의 얼굴이... 완전 미소년이다. 원래 브래드 피트의 요즘 모습은 약간의 주름살이 있는데.. 이건, CG 로 주름살을 모두 제거한 때문인가? 역시 잘생긴 배우이다.
인생은 걸음도 걷지 못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갖난아기로 태어나서 30~40대에 산의 정상에 오르듯 불꽃을 피우다가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노년이 되어서는 다시 혼자 걷지도 생활하기도 힘든 상태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무(無) 에서 태어나 무(無) 로 돌아가듯이, 다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인생.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갔지만, 결국 인간의 삶이 걷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태어나 혼자서는 걷지도 노인으로 변해가는 삶처럼, 벤자민 버튼 역시 똑같지 않은가?
배우들의 명연기와 독특한 설정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순 있는 영화이고, 매우 잘 만들어진 훌륭한 영화이지만, 웬지 쌩뚱 맞다는 생각은 떨쳐버리기 힘들다. 예전에, 번개를 맞은뒤 젊어진 사람을 소재로 한 2007년 영화 '유스 위드아웃 유스' 의 경우에는, 사실 그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실제로 그 남자가 젊어진 것인지 어쩐지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이 영화는 그런 애매함과 달리 점점 어려지다 못해 갖난아기가 되는 모습까지 담아내고 있으며(그래서 쌩뚱맞아 졌다), 차라리 벤자민 버튼이 데이지를 떠난후 종적이 묘연해졌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서 미스테리하게 끝을 냈더라면 그런 쌩뚱맞음이 없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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