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고 나쁨을 떠나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영화를 고른다면 단연코 3편과 5편을 고를 것 같습니다. 3편에서는 다소 유치한 전편의 범위에서 벗어나 점점 더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개인적으로는 시리즈 중에서 제일 좋아합니다) 5편에서는 해리 포터만큼이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 볼드모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해서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죠. 그와 동시에 더 어두워졌고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6편은 확실히 어두운 분위기로, 해리가 대표하는 선의 세력과 볼드모트가 대표하는 악의 세력 간의 대결에 좀 더 치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이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것은 이 영화가 어둡기는 해도 전편들만큼은 아니며 오히려 약간은 밝고 유쾌한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는 겁니다.
그 원인은 각색에 있습니다.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바로 영화가 지나칠 정도로 로맨스나 사랑 이야기에 집착했다는 거죠. 물론 없어서는 안 되겠지만 영화 분량의 반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원작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불평하면서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설에는 없는 중간 중간에 불필요한 장면들(위즐리네 집 장면이나 퀴디치 장면 같은 거요. 5편에는 안 넣었으면서 6편에는 왜 넣은 건지....)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볼드모트의 과거 이야기는 다소 소홀하게 다루어진다는 느낌이 생기고 무엇보다도 결말의 호그와트 대결 장면이 심할 정도로 축소되었어요.
이런 와중에도 정말이지 놀라운 점은 약간은 느슨한 감이 느껴지더라도 스토리가 잘 연결되어있다는 겁니다. 잘 연결되었다는 표현을 틀리게 생각하더라도 최소한 전편보다는 이야기가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는 느낌이 들어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효과적이고 인상적으로 이끌어나간다는 점은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로맨스 장면은 너무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불만이라고 했지만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죠.
볼거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볼거리는 전편들에 비해 조금 줄어든 것 같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전개시키다보니 액션을 많이 줄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하지만 결코 불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액션은 줄었지만 각 장면마다 상당히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죽음을 먹는 장면이 런던에 등장하는 처음 장면은 시리즈 중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이라고 할 만 합니다.(특히 다리가 파괴되는 장면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위에서 위즐리네 집 장면이 전개상 불필요한 장면이라고 했지만 그 장면 자체만으로는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당히 스릴넘치고 효과적으로 짜인 장면입니다. 해리와 말포이가 화장실에서 싸우는 장면이나 동굴 장면 역시 짧지만 좋습니다. 만약 이 영화의 등급을 PG-13으로 맞추었다면 동굴 장면은 더 무시무시하게 나왔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해리 포터는 비주얼보다는 드라마와 이야기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영화입니다. 로맨스와 판타지 사이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러나 로맨스는 세심하고 꼼꼼하며 액션 장면은 더 스릴넘치고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한테는 충분히 인상적이고 훌륭하게 느껴질 겁니다. 그러나 원작을 읽고 본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거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약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관점으로 보든 이 영화가 5편보다는 더 나아지고 성숙한 영화이며, 최소한 7편으로 가는 길의 징검다리와 같은 영화라는 것은 인정할 만한 점이라고 봅니다. 최소한 전편보다는 나아졌으니, 두 편으로 나뉘어져 나오는 7편은 부디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훌륭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끝으로 향하는 길이 삐리리하다고 느껴지더라도 최소한 끝은 괜찮아야 하지 않겠어요? 감독을 바꾼다면 좀 더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을 교체하지 않더라도 7편이 훌륭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고 6편은 그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p.s 1. 지금까지 많은 영화를 봤지만 영화 보고 리뷰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2. 여기는 점수가 아니라 대박 중박 쪽박으로 구분하는 건데 대박도 중박도 아닌 거 같은데
참 선택하기 힘드네요... 그래도 완벽한 영화는 아니니 중박으로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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