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인 우아함'.
영화제목 '세비지 그레이스'는 1972년 미국 상류층 베이클랜드가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을 대번에 말하고 있다.
그렇게 우아하고 잘사는 상류층에서, 도대체 어떤 야만적인 일들이 있었을까?
줄리안 무어라는 연기 잘하는 여배우와 이렇게 호기심을 이끄는 사건스토리가
나를 영화로 이끌었다.
이 충격적인 실화사건을 다 보고 난뒤에 느낌은 불쾌함과 동시에 씁쓸하다/였다.
돈이 넘쳐흐르고 할일이 없어, 그들 모자(母子)는 그렇게 비극을 맞게 되었을까?
부유한 재산을 물려받은 베이클랜드가의 남편을 만나 온갖 우아한 척을 다하지만,
저급한 말과 행동을 일삼고 그러한 저급한 대상이 되어버리는 '바바라 (줄리안 무어)'.
그리고, 그런 아내와 정신분열 기질을 보이는 아들에게서 벗어나 새 삶을 꾸리려는 '브룩스'.
그는 가까스로 이 비극에서 벗어날 순 있었지만, 그에게도 남편과 아버지의 책임을 던져버린 책임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깨진 환경에서 불안한 심리상태를 가지고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안토니'.
(갓 태어난 아기앞에서 부부가 서로 맞담배를 피워대는 장면에서부터 이 집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보고 느낀 것은 '가정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부모의 깨진 관계와 그러한 불안한 환경 속에선 '정상적인' 아이도 '비정상적'으로 될 수 있다는 것.
남편은 아들의 첫 여자친구와 바람이 나고, 아내는 자길 인정해주길 원하는 자만욕과 허영심에
가득차있으며, 또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상처가 가득찬 그녀 역시 불안정의 집합체였다.
중요한 건, 그러한 아버지의 무관심과 어머니의 지나치게 의존적인 애정이 결국 '비균형적인'
아이의 심리상태를 만들어내게 되었고, 그 결과 충격적인 참사를 맞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사실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나서도 영화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들정도의 '비정상적인' 모자(母子)관계 및
인간관계의 모습을 센세이셔날하게 보여주는 꽤 불쾌한 영상들이 많아서 기분은 꺼림직했다.
말 그대로, 이 영화가 허구였다면 선정적인 영화에 그쳤겠지만,
실화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고 기분이 안 좋다.
이 영화는 대중영화라기보다 예술영화, 독립영화에 가깝고,
그마저도 기분좋은 느낌이 아닌 불쾌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실화였기에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욕을 했을 내용의 선정성이 많다.
하지만, 실화다. 그래서 더 착잡한 기분으로 극장을 빠져나왔다.
우아한 척 살아가지만, 온갖 야만적인 행동들을 더 일삼는 상류층 그들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극장으로 향하길... 그래도 극장에서 돈주고 보기엔 너무 꺼림칙한 기분이었다...
작품성과는 별개로, 그냥 보고나면 기분이 안좋다.
정말 타락한 저 끝까지의 상류층 모습을 보고 나온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