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문학소설을 읽으면 주제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는 "고독" 과 "죽음" 이라 생각한다. 죽음을 다루는 작품은 상당히 많은데 대개 내면적인 면에서 고독한 모습으로 다루기에 암울한 기분이 강렬하게 지배한다. 거기에 죽은 사람의 안녕을 바라는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더할 말 없이 고요하고 침울하다.
<장례식의 멤버>는 죽음의 이러한 분위기에 가족이라는 단어를 끼어넣는다. "영화 속의 소설" 이라는 특이한 구성을 취한다. 한 가족의 실제 이야기이면서 한 소년의 소설 속 이야기인데 눈에 띄는 건 가족이라고 등장하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는 장면은 장례식과 주방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마치 처음 만난 사이인 것처럼 어색하게 대화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지금의 가정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가장 친밀한 사이지만 가장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남보다 못한 사이' 가 된 가족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고찰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모인 이유는 제3자에 의한, 의도되지 않은 자리라서 안그래도 어설픈 자리가 한없이 어설퍼지는 순간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가족" 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지 서글프기만 하다.
등장인물에 대해 말하면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양성애자인 아버지, "작가" 라는 직업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어머니, "죽음" 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딸, 심각한 부상으로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한 청년, 그리고 자살을 통해 모든 것을 관조하는 듯한 태도의 한 소년이 등장한다. 범상치 않은 인물들인 만큼 유년 시절에 겪었던 일도 만만치 않은데 모두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 생사는 지금 당장 살기 바쁜 현대인에게 경시되기 쉽다. 하지만 죽음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생각해야 하는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외면당하는 가족 구성원이 "공식적으로" 한 자리에 함께하는 쓸쓸한 모습을 담아낸 <장례식의 멤버>. 인간적인 고민없이 그저 하루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성찰이자, "죽음" 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종을 담고 있다. 가족과 죽음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에 간단하게 생각하고 치울 수 없다. 삶이 여유로울 때 한 번쯤 이 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