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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의 총집합체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jimmani 2009-06-25 오후 8:13:18 12679   [6]
 
마이클 베이 감독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돈 들인 티를 제대로 낼 줄 안다는 것이다. 몇 억 달러 씩 들였다고 광고를 하는 영화들 중에서도 그 티가 잘 안나는 경우가 심심치 않은 데 반해, 마이클 베이는 거대한 자본이 들어간 흔적을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남길 줄 안다. 어떻게 보면 매우 과장되기까지 한 그러한 '돈 들인 티'는 그 때문에 어떨 땐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확실히 자극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그의 능력 덕분에 한편으론 '유치한 로봇물'로 치부될 뻔했던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SF 블럭버스터가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의 한계를 넘었다'는 평까지 심심치 않게 들을 만큼 대단한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감독의 '규모 중심주의'는 예상대로 속편인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여타 영화들이 벌어들이기도 쉽지 않은 2억 달러의 제작비는 영화가 어떻게 하면 전편을 압도하는, 아니 영화사를 압도할 만한 영상을 보여주느냐에 집중되었고, 그 결과는 전편보다 10여분 늘어난 러닝타임 안에 꽉꽉 들어차 관객들에게 펼쳐진다. 초장부터 긴장하라는 듯 볼거리 세례를 퍼붓는 영화는 어떻게 보면 좀 심하다 싶을 만큼 정신없이 관객들을 몰아붙이며 쉴 틈을 안준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쉽게 미워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가 꿈꾸는 부분을 정확하게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지구를 구한 적(?)이 있는 샘 윗위키(샤이아 라보프)는 2년의 세월이 흐른 뒤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해 대학에 진학한다. 집에 범블비를 데리고 있긴 하지만 이젠 평범한 청년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은 그이지만 역시 그의 이런 결심은 다시 시작된 디셉티콘 군단의 반격으로 깨지고 만다. 세계 곳곳에 암약하고 있던 디셉티콘 군단이 전편에서 메가트론의 죽음 뒤 자기 행성으로 홀로 튄 스타스크림을 필두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반격을 시작한 것. 디셉티콘 군단은 수천년 전 지구에 이미 상륙했었던 고대(?) 로봇 '폴른'까지 끌어들여 지구를 파괴하려 한다. 샘이 미처 모르게 지니고 있었던 큐브 조각이 이들을 더욱 자극해 샘은 다시 시작된 이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에 놓인다. 샘의 눈 앞에 펼쳐지는 이상한 기호들. 이것은 디셉티콘이 노리는 에너지의 원천에 대한 단서다. 이 단서들은 현 트랜스포머들의 조상들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 샘에게 다시 한번 지구를 구할 것을 암시하고, 샘과 그의 연인 미카엘라(메간 폭스)는 다시 이 위험한 전쟁에 뛰어든다.
 
 
늘 그렇듯 헐리웃 블럭버스터의 속편답게 이 영화는 오락적인 면에서 전편보다 더 나아간다. 볼거리를 언급하기에 앞서 배우들의 연기부터가 그렇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숱한 매력적 로봇 캐릭터들에 비하면 인간 배우들은 조연 내지는 들러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심지어 이들 한 가운데에서 전전긍긍하는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까지도), 로봇들이 보여주기 힘든 측면(섹시미, 유머 등)을 담당하는 역할도 하는데, 그 역할이 더 강렬해졌다는 얘기다. 미카엘라 역의 메간 폭스는 첫 등장부터 핫팬츠를 걸쳐입고 숨막히는 여름용 관능미를 보여주며, 독특하기 짝이 없었던 샘의 부모님들은 한층 더 달콤한 양념으로 돌아와 빵빵 빅재미를 터뜨려주신다. 이런 기존 캐릭터 뿐 아니라 샘의 기숙사 첫 룸메이트인 리오(라몬 로드리게즈), 전편에서 요원이었다가 쫓겨나 정육점 주인으로 컴백한 시몬스(존 터투로) 등 유머의 한 축을 새롭게 담당하게 된 캐릭터들도 생겨 전반적으로 유머는 더 풍부해진 인상을 준다.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런 영화라면 속편에서 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중요한 조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영화는 충분히 만족시킨다. 이미 로봇 이상의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해 매력을 주었던 전편에 비해 보다 더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측면도 강해졌고, 개성도 더욱 뚜렷해졌다. 이 시리즈의 '간달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샘의 보호자 옵티머스 프라임과 최고의 마스코트 범블비, 디셉티콘 군단의 메가트론과 스타스크림의 활약(이들은 마치 조폭영화에서의 큰형님과 작은형님을 연상시킨다)은 여전히 돋보이는데다, 전편에선 볼 수 없었던 신상 캐릭터들까지 그 개성이 나름 확실하다. 오래 활동을 안한 탓에 신진대사가 시원찮은 노인 로봇 제트파이어(이 로봇의 목소리 연기도 존 터투로가 맡았다), 디셉티콘의 일원으로 샘 일행에 침략했다가 어느새 돌아서게 되는 아기로봇(?), 우리나라의 '마티즈' 후속모델로 알려져 눈길을 끈 두 경차 오토봇,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이 영화의 히든카드로 등장하는 '합체의 절정' 디베스테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유머감각 또한 풍부해 앞서 언급한 인간 배우들과 함께 이 영화가 지닌 풍부한 유머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리즈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절대적인 스펙터클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2억달러의 거대 자본이 투입된 이 속편이 보여주는 볼거리의 향연은 상상을 초월한다. 1시간 반도 아니고 2시간 반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펼쳐지는 변신과 합체, 격투와 폭발의 향연은 마치 관객의 머리에 주사라도 놓은 듯 그저 멍하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다. 전편에서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 펼친 도심의 격투신은 애교였다는 듯, 속편에는 이들 한 10개는 합쳐놓은 듯한 크기의 로봇이 나타나 적수가 되고, 중국, 미국, 프랑스, 이집트 등 나라와 육해상을 막론하고 온갖 것들을 때리고 부수고 쓸어버리고 무너뜨린다. 이집트 피라미드와 같은 고대 유적과 나무들로 우거진 숲에서 로봇들이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로봇영화가 가질 수 있는 이미지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색적인 체험이 되기까지 한다. 우리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할 일은 트랜스포머 군단이 고대에 지구에 무슨 영향을 끼쳤으며, 어떻게 지금까지 그 인연을 이어왔는가 하는 역사적, 서사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다. 헐리웃의 막강한 자본 덕택에 거의 아무런 제한 없이 무엇이든 아낌없이 파괴하고 창조한 듯한 이 영화의 두툼한 볼거리에 오감을 맡기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여름용 블럭버스터로서 그 역할을 기특할 만큼 제대로 해냈던 전편 이상으로 관객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피서거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시작부터 시공간을 초월하며 '이 정도야 가뿐하지 뭐' 하는 식으로 관객들을 볼거리로 제압해 들어가는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캐릭터들의 확장, 시공간의 확장을 통해 그 규모를 점차 불려나간다. 지구와 우주, 미국과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들며 영화는 시각적 폭발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시험하듯 곳곳에서 펑펑 터뜨려주면서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이때까지 보여준 볼거리들을 한 덩어리로 합한 듯한 수준의 액션 장면을 펼쳐놓으면서 관객들을 완전히 압도한다. 아무리 영화를 볼거리보다 의미를 찾기 위해 본다고 해도, 이렇게 쉴새없이 시각을 마비시키는 이 볼거리들의 향연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을 찾기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성공적인 여름용 오락영화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무차별적인 볼거리의 향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런 공감없는 볼거리의 폭주는 거의 시각적 폭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도 사실 2시간 반에 가까운 상영시간동안 쉴새없이 퍼붓는 볼거리에 이건 좀 사람 지치게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펼쳐내는 볼거리가 끝내 그런 거부감을 쉽게 느끼게 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성공적으로 흡수될 수 있는 이유는, 거기까지 닿는 과정에서 관객 마음 속에 은근히 잠재되어 있는, 약간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설레는 어떤 꿈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전편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관객들이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변신로봇을 극장에서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대규모 실사영화로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에 있었다.
 
 
속편은 그러한 관객들의 욕망을 더욱 더 대놓고 자극한다. 로봇물의 백미라고 할 만한 합체는 여느 로봇시리즈에 나오는 느릿느릿한 합체와는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속도감넘치고 압도적이다. 로봇과 인간이 나누는 우정은 세월이 더 흘러서인지 더욱 감성을 촉촉히 자극한다. (특히 옵티머스 프라임이 가지는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존재감은 주목할 만하다) 여주인공의 섹시미는 한층 무르익어 남성 관객들을 숨막히게 하기에 충분하다. 너무 부담스럽게 하지 않기 위해 유머감각 또한 풍부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더해져, 이 영화는 우리가(특히 남성 관객들이) 어렸을 때부터 상상해 왔던 가장 완전한 엔터테인먼트의 형태로 구현된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전편보다 더욱 더 강력하고 더 거대하고 더 뚜렷해지면서 그러한 특성을 더욱 분명하게 띠게 되었고 말이다.
 
물론 이러한 관객들의 꿈과 욕망을 제대로 자극하는 영화라고 해서 이 영화가 아주 바람직한 영화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인간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을 만큼 로봇들의 활약이 절대적이긴 하지만 온몸에 특수효과를 떡칠한 듯한 영화의 겉모양은 '역시 헐리웃은 규모로 승부하는군, 흥.'하고 괜한 시기를 불러일으키게 하기 충분하다. 이야기구조 역시 볼거리를 위한 들러리에 지나지 않을 만큼 단순하고 그 마저도 우연이 남발한다. 결말 또한 뻔히 예측 가능하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종족을 초월한 우정, 이데올로기의 대립같은 사회적 또는 인간적 문제들에 대해 깊은 사색을 하고 있을리도 만무하다. 그러나 '좋은 영화'와 '옳은 영화'는 다를 수도 있는 법이다. 우리가 원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담고 있다면 완성도를 떠나서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설사 대중적으로 즐겁지 못하다 하더라도 올바른 목소리와 예술로서의 중요한 덕목을 갖추고 있다면 '옳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은 '옳은 영화'라기보다는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로 남을 만하다. 몸에 좋지만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짜릿한 맛에 계속 생각나고 손이 가는 음식처럼.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대충 급조한 음식이 아닌,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공을 들여 만들어진 풀코스 음식이라는 점이다.



(총 3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8 00:19
ekduds92
잘봤어요   
2009-07-22 17:21
sochocho
리뷰 잘보고가요   
2009-07-03 14:21
kimjnim
그저 존경스러울뿐입니다   
2009-07-02 23:40
h31614
잘 읽었습니다!   
2009-07-02 23:24
wjswoghd
대단해요   
2009-07-02 20:14
boksh2
아..말씀잘하시네   
2009-07-02 17:37
pericles
물론 옳은 영화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저에겐 좋은 영화나 재밌는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스펙타클로 커버하기엔 진부함이 지나쳤고 화려한 볼거리도 반복해서 보니까 덤덤해지더군요... 전 너무너무 지루했다는...
  
2009-07-01 06:37
hc0412
우리가 꿈꾸는 부분을 정확하게 건드리고 있는데 ...   
2009-07-01 01:36
smhyuk
잘 읽었습니다.   
2009-06-30 22:23
hirde
기자보다 더 잘 쓰셨네요 ㅋ   
2009-06-30 19:34
verite1004
잘 읽었습니다!   
2009-06-30 15:28
minu3025
잘읽고 갑니다~   
2009-06-30 15:02
kkomjanger
당신 기자해볼생각없나??   
2009-06-30 14:44
bora2519
와 정말 잘 쓰셨네요^^
리뷰 잘 읽었어요~   
2009-06-30 13:05
spidy
글을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ㅎㅎ   
2009-06-30 02:45
queenkong
잘 읽었습니다
여지껏 무비스트에 올라온 리뷰 중 최고입니다   
2009-06-30 02:15
tonality
굳~   
2009-06-30 00:22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6 10:25
1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 / Transformers 2)
제작사 : DreamWorks SKG, Paramount Pictures, Di Bonaventura Pictures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CJ 엔터테인먼트 / 공식홈페이지 : http://www.transformersmov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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