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지 한달이 다 된 지금 영화를 되내여 봐도 가히 대단하다는 표현밖에는 떠오르질 않는다. 아직도 선명한 그림들과 싸한 습기들, 무엇보다도 소름끼치고 오싹하게 만드는 김혜자의 눈(빛). 모성이냐 광기냐 그 대립의 중간에 선 영화는 참 많은 생각과 동질감과 이질감을 빚어내었다. 숨막히게 압도적인 오프닝. 반쯤 풀린 눈빛으로 살풀이하듯 몸을 흐느적거리는 김혜자의 춤사위는 평화로워보이기도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다. 곧따라올 이야기에 대한 의문을 고조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몰입을 가져다 주는 확실한 장치임이 분명하다. 타이틀 후 약재상 안에서 엄마는 약을 썰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신경은 온통 길가에 도진(원빈)에게 있다. 이것이 도진과 엄마의 관계다. 옆에 두지 못해 불안함. 짐승의 본능처럼 끌리는 모성. 닿을래야 손을 뻗을래야 아쉬운 거리감.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긴장감을 대변시켜주는 장면이다.
이만큼의 거리감과 긴장감은 제법 늦게 해소된다. 하지만 전혀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의 봉테일이 누구인가. 사소하고 흩어진 스토리라는 구슬을 하나의 실로 묘하게 엮어들어간다. 영화는 모성의 위대함이 아닌 그자체를 발가벗긴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생각하기 전에 이미 움직이고 있는 스크린 속의 김혜자를 보면 실로 대단하면서도 오싹하고 잔인하다. 약육강식의 세계속에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아들을 구원하기에는 몸뚱아리 하나가 전부다. 그래서 그녀는 홀로 맞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도준은 감옥속에서 어릴적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 한 걸 기억한다. 이것을 안 순간 김혜자 역시 아들에게 빚(이 아닌 빚)을 진거다. 날때 부터였는지 아님 자신의 과오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아들은 이미 그녀의 업보이다. 어쩌면 아들의 오줌을 발로 비비고 버스 탈 곳까지 따라가며 약을 먹이는 사소한 행위조차 속죄를 위함이기도 한것이다.
영화 속 형사들은 <살인의 추억>에서처럼 직감수사에 의지하려 한다. <괴물>처럼 자식을 위해 끝까지 동분서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적 불공정과 위대한 모성애가 아니란 점에서 이 영화는 색다르다. 오히려 그 모성애는 숭고하기보다는 고통에 가깝고 아름다운 흔적보다는 썪은 상처와도 같은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