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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그의 최대의 적은 영화 <친구>였다. 챔피언
lchaerim 2002-06-27 오전 1:27:19 1305   [5]
원래 기다림에 지친 영화들을 봤을 때엔,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한다.
너무 기대한 나머지... 기대감에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와 기다린 만큼의 큰 보람이 생기는 경우가 그것이다.

요즘, 월드컵이 한창이다. 그러나 극장가는 죽을 쑨다.
한국이 세계 열강들을 하나하나 제치고, 4강까지 진출했다. 필자 역시, 생전처음 광화문 거리 응원까지 했다. 마음 한구석은 영화계 침체를 바라보고 있지만, 필자 역시 어쩔 수 없는 ‘한국인’ 인가 보다. 월드컵 막바지인 지금, 필자의 심장을 고동을 치게하는 두 가지 빅 이벤트가 있다. 6월 25일에 있을 준결승전이 그것이고, 6월 28일 개봉을 앞둔 <챔피언> 이라는 영화이다.

<챔피언>은 한번 쯤 영화에 관심을 기울였던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인, 비운의 복서 ‘김득구’ 선수의 얘기이다.
필자는 그 선수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엔 6살 밖에 안 되어서, 그 다지 그 선수의 기억이 남지를 않는다. 스포츠 중에 복싱이라는 것이 있는 것도 얼핏 TV를 봤을 때가 전부가 아니었나 싶다. 이제, 그렇게 기억이 희미해 질 때, 영화라는 문화 장르는 사람들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되새기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80년 대 초반의 이야기를 꺼내어,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시키는데, 일가견을 가진 ‘곽경택’ 감독은 작년 봄에 개봉하여 한국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친구>에 이어, 이 영화를 선보인다. 마치,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숙명이었던 마냥, 열일곱 살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에서부터 ‘김득구’ 선수의 불운했던 어린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의 풋풋한 연애담 등 이제까지 접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들을 스크린에 펼쳐 보인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재혼하고, 늘 새 아버지한테 관심 밖이었던 어린 ‘득구’는 어느 날, 무작정 서울 상경 버스에 오른다. 그로부터 7년 후, 권투 선수를 모집한다는 벽보를 보고 찾아간 동아 체육관에서 ‘득구 (유오성 분)’는 세계 챔피언의 꿈을 영글게 된다. 권투에 열중하던 그 날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나기까지는...
윗 층 사무실로 새로 이사 온 회사 경리 (적어도 필자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였던 ‘경미 (채민서 분)’의 눈에 보인 득구는 말 그대로 단순, 무식, 과격 그 자체였다. 그런 그에게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았을 때, 그녀는 빠져들었고 이젠 그 선택에 후회를 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 순간이 닥쳤을때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다. 그러나 가끔은 하늘도 시기할 때가 있나 보다. <챔피언>을 볼 때면,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만약, 그렇게 요절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영화로 우리에게 다가서지는 않겠지만, 그 당시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하늘을 원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우리는 영화를 보게 되면, 감독이나 주연 배우들의 전작을 되짚는다. <챔피언>의 전작을 살펴본다면,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우리나라 제일의 흥행 영화 <친구>라는 영화가 있다. <챔피언> 역시, 첫 번째 홍보는 <친구>의 제작 군단이 뭉쳤다는 것이었고, 필자도 어느 정도 기대감속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친구>라는 영화는 누구라도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다. 지난 1월에 처음 러시 필름을 접했을 때,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과 귀를 막지 않으면, 안 될 섬뜩한 욕들... 이 영화를 만든 사람 조차도 그 성향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영화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적어도 그 영화의 흥행 추이를 서울 70만도 못 보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과감히 서울 100만을 외쳤다. (사실, 들어주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콧방귀만 뀌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의 그 태풍은 100만은 보기 좋게 넘기게 되었고, ‘앞으로 더 얼마를 벌까’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런, 영화를 뒤에 업고 나온 <챔피언>은 사실 부담감이 엄청 큰 영화라 하겠다. 하지만, 관객들은 엄격히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한다. <친구>를 만들었다는 그 사람들이 뭉쳤다는 거 외엔, 두 영화의 공통점은 없다. 그러나 왠지 노파심이 든다. 적어도 이제까지 관객들의 성향은 그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예전에, <식스 센스>로 영화계 반전(?) 열풍을 몰고 왔던 그 감독이 새롭게 시도한 <언브레이커블>은 무참히 깨어져 나갔다. 관객들은 또 하나의 거대한 반전을 기대했던 것이다. 또, 그만의 독특한 작가주의를 구사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이 <공동 경비 구역(JSA)> 이후 새롭게 내 보인 작품도, 관객이 원하던 작품에서 빗나가는 아픔을 겪었다.

이제 <챔피언>이 세 번째 도전을 한다. 한국은 삼세번과 삼세판이 주를 이루는 나라이다. 참고로 ‘박찬욱’ 감독이나, ‘곽경택’ 감독은 관객들에게 두 번의 외면 후, 성공한 케이스이다. ‘곽경택’ 감독은 그 세 번째 영화 <친구> 이후.. 또 다시 삼세번에 도전한다. 관객들의 평가는 냉정하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전작을 문제 삼아서 이 영화를 보는 데 무언가를 놓치거나, 그르치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이다.

영화 <챔피언>에서 ‘김득구’는 그 자신이 최대의 경쟁 상대였다. 거울 앞에 놓인 자신을 이기지 않고는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없었다. 이제 그 영화는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친구>를 넘지 않고는 진정한 영화로 거듭나기 힘들다. 그것은 그들이 안고 갈 최대의 흥행 요소이면서 최대의 흥행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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