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고3 수험생인 원우(김예리)는 기면증을 앓고 있어 학교에서 별종 취급을 받는다. 연희(박지영)는 툭하면 잠이 드는 딸이 안쓰럽고 불안하다. 애 취급 말라는 딸의 짜증에도 불구하고 연희는 원우의 학교를 수시로 들락거린다.
지루한 일상조차 맘껏 누리지 못하는 모녀의 아슬아슬한 삶은 두 남자가 끼어들면서 변화를 맞는다. 사진작가 선재(김영재)의 관심을 처음엔 부담스러워했던 연희는 그에게 조금씩 이끌리고, 엄마의 갑작스러운 사랑이 혼란스러운 원우는 무뚝뚝한 같은 반 친구 준서(홍종현)에게 먼저 고민을 털어놓는다.
<바다쪽으로, 한뼘더> 는 싱글맘과 기면증을 앓는 소녀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잔잔하고 담백한 영화이다. 소재면에서 <...ing>나 <뜨거운 것이 좋아>등을 연상시키지만, 이들 영화들보다 더 나은 영화이다.
왜냐하면 <...ing>에서의 소녀의 사랑은 '징글징글한 모정'으로 수렴되지만, <바다쪽으로, 한뼘더>에서의 소녀의 사랑은 과잉보호로부터 독립의 한발을 대딛는 과정으로 보편적인 성장의 의미에 가깝다.
또한 소녀의 병이 죽음을 전제한 게 아니라 삶을 향해 열려있음 역시 훨씬 좋다. 한편 <뜨거운 것이 좋아>가 진보적인 성정치학을 서사로 삼지만, 감성의 결이 느껴지지 않고 마치 선언되는 듯한 느낌이 있는 반면 <바다쪽으로, 한뼘더>는 평범함을 통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바다쪽으로, 한뼘더>는 특출난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