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꾸는 자의 자유다.... ★★★
시골 출신 네기시 소이치(마츠야마 켄이치)의 꿈은 감미로운 멜로디와 가사, 어쿠스틱한 팝 음악으로 성공하는 것이다. 그는 약간은 여성스러운 몸짓에 다분히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데 대학 졸업 후 도쿄에 온 네기시는 뜻하지 않게 가장 과격하다는 데스 메탈 그룹인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DMC)’의 기타 겸 보컬리스트 크라우저 2세를 맡게 되고, 마니아들의 열광의 대상이 된다. 현재 하는 음악과 하고 싶은 음악의 괴리로 괴로워하던 네기시는 우연히 대학시절 짝사랑했던 아이카와 유리(가토 로사)를 만나게 되는데, 하필 그녀는 DMC의 음악을 누구보다 혐오한다.
상당히 과격하다는 원작 만화를 보지도 못했고, 이런 만화가 있다는 것도 알지는 못했다. 어쨌거나 영화로 접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코미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설정 자체로도 상당히 매혹적인 부분이 있다. 네기시를 포함해 ‘DMC’의 멤버들은 화장을 벗은 본래의 모습은 그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남, 또는 그보다 찌질해보이는 자신감 없는 인간들에 불과하다. 그런 이들이 두꺼운 화장과 거친 복장을 입는 순간, 이들의 모습은 180도 바뀐다. 아이카와는 이런 이들을 “화장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주제”라고 단적으로 정의 내린다. 이것은 어쩌면 화장 또는 모니터로 가려진 뒤에서만(!) 온갖 험담과 모욕을 구사해대는 현대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중요한 건 아니지만, 모성에 대한 부분이다. 네기시가 크라우저 2세로 변신했을 때, 그 누구도 크라우저 2세가 버섯머리를 한 네기시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심지어 동생조차도. 그러나 정확하게 묘사된 건 아니지만 어머니만큼은 아무리 거친 표정과 말투로 변신했다고 해도 크라우저 2세가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사실을 대번에 눈치챈다(고 느꼈다). 그래서 현재 어떤 일을 하든 열심히 해서 꿈을 이루라는 어머니의 어떻게 보면 일반적 충고가 네기시의 마음, 사실은 관객의 마음을 흔들게 된 것이리라.
그런데, 사실 나는 코미디 장르인 이 영화의 코미디적 요소엔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내가 일본식 코미디 영화를 재미없어 하는 것도 아니다. <스윙 걸즈>라든가 최근에 본 <매직 아워>는 보면서 내내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어댔으니깐. 분명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엔 기본 설정만으로도 웃긴 장면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평소 네기시의 여성스러운 몸짓과 크라우저 2세로 변신했을 때의 과격한 언행은 그것만으로도 웃음 짓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거기에 다분히 일본적이긴 하나 여 사장의 폭언, 폭행도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데 내가 영화를 보면서 소리 내어 웃은 장면은 크라우저 2세가 아이카와 유리와 전화를 하면서 데이트 약속을 얻어내어 신나하는 모습이 소리를 제거한 상태에서는 무서운 모습으로 전화하는 장면이 유일하다.(겁에 질려 도망가는 아이) 다른 장면에서 왜 웃음이 터지지 않았던 것일까? 아마도 그건 이 영화의 코미디적 요소들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조금은 전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