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가족들이 모인다. 어떤 마음으로 모이는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서로 웃는 낯으로 그렇게 익숙하지 않는 공간에 앉아있다. 사람들은 안다. 지금 있는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얼마나 불편하고 얼마나 즐겁고 얼마나 감사하고 얼마나 중요한지. 내 뜻과는 관계없이 나오는 말투와 행동과, 그리고 핏줄의 의미와 산 자와 죽은 자, 그 속에 묻혀진 가족의 의미.
<걸어도 걸어도>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산자와 죽은자를 통해 사람들을 이야기 한다. 언제나 가족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깊게 성찰하던 고레에라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족들을 모아놓고 당신이 상상하는 가족의 의미란 어떤 것일까 하고 대놓고 질문을 던진다.
<아무도모른다> - 이 감독의 영화 중 유일하게 내가 본 영화다. 아쉽게도 - 에서 처럼 버려진 아이들은 아니지만, 그들 처럼 관심 밖의 아들과 그 아들 보다 더 관심 많은 이미 죽어있는 아들을 통해 일본의 가정을, 아니 모두의 가정을 투영한다.
어머니와 아버지, 아들과 딸, 손자와 며느리, 많은 등장 인물들을 대비 시키면서 때로는 숨가쁜 심리극처럼, 때로는 따뜻한 홈드라마처럼 다가온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감독은 아니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오즈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가 떠오르는 장면인데, 카메라 움직임 없이 밥상 앞에서 온 가족이 모여 떠드는 위 사진의 장면이다. 별다를 것 없는 흔히 볼 수 있는 '밥상머리'의 일상의 모습들이다. 아이들은 밥은 안먹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서먹한 아버지와 아들은 말없이 밥을 먹고 다른 사람들의 한마디에 어색함을 감추려 반응하고. 이런 모습들이 <걸어도 걸어도>에서 말하는 가족의 모습이다. 가족이라고, 친구라고, 연인이라고 같이 앉아 있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을 순 없다고,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다 수용하지는 않는다고.
영화의 70%가 일본 집 안에서 벌어지는 1박2일의 이야기라서 일본풍의 냄새가 많이 나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족이 냉정하고 나쁘다, 좋다의 문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내다보듯 얘기 한다. 누구 탓도 할 수 없는 아버지 어머니와, 내칠 수 없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그래도 굳건히 마주 대해야 할 가족의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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