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토니 스콧 감독과 덴젤 워싱턴의 만남은 이번에도 확실히 주효했다고 본다.
존 트라볼타의 호연도 흡잡을 곳 없이 깔끔했다.
그리고 스콧 감독의 스릴러 연출도 녹슬지 않았다고 본다.
문제는 거두절미 하고 시작되는 뉴욕 지하철 납치 테러의 흐지부지 결말이다.
전개까지는 나무랄데 없어 보였다.
어처구니 없이 사건에 휘말려든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다소 뻔할지라도
서로 일면식도 없는 테러리스트와 배차원이 스피커를 통해
나누는 대화를 통해 펼쳐지는 팽팽한 심리전과 긴장감은 중반까지 관객들의 시선을
확실히 잡아두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특별한 정치적 목적도 없어 보이는 테러와 주인공과의 연관성이 있는듯 했다가
곁가지만 건드리고 넘어가는 부분등에 이르면 슬슬 긴장감이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테러범이 요구한 돈을 공수해오는 1시간 동안 주인공 둘만의 대화로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기엔
뭔가 많이 허덕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는데
여름 영화 치고는 시각적인 충격을 안겨줄 만한 장면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볼만한 장면은 돈을 공수하는 과정에서 도심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와 차량의 질주장면 정도?
여기에 토니 스콧 감독은 극후반에 이르러 진부한 미국식 영웅주의와 손을잡는
실수를 범한다. 그 내용을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고....
여튼... 뒷맛이 개운치 않은 영화라는게 내 결론이다.
물론 모든 할리우드 영화에서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 당연한듯 받아들여지지만
중요한건 그 뻔하고 당연한 결말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똑같은 리메이크 영화지만 피터 잭슨의 '킹콩'의 경우 이미 알려진 결말대로 질주하는 스토리 라인 임에도
여전히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영상기술과 주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영화였다.
반면 펠헴 123은 그저 무난하고 '바람직한' 결말에 머무른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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