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사실 아무런 기대도 정보도 없었다.
그저 최민식의 복귀작이라는 것만으로 선택한 영화였다.
하지만 극장문을 나설때
내 머리속에 남은 것은 4년만에 복귀한 최민식의 모습이 아니라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 그곳이었다.
#. 꽤나 건조하고 지루한 영화의 도입부, 하지만...
영화는 도입부에서
대사를 극도로 자제하고,
주인공 최(최민식)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이주 노동자의 시신을 화장해서 히말라야로 가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담담하고도 건조하게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최가 왜 굳이 이주 노동자의 시신을 화장해서
히말라야까지 가져다 주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최가 이주노동자의 죽음이후 최의 일상을 아주 무미건조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의 도입은 꽤나 지루해 보인다.
특히 자극적이면서, 화려한 화면들의 초반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상업영화에 익숙해져버린 필자는 이영화의 도입에서
참을수 없는 지루함을 느꼈다.
하지만 최가 히말라야에 도착하고 난 후에는
낯선 히말라야의 모습에 점점 빠져들었고
이내 곧 영화에 집중할수 있었다.
#. 영화의 진짜 주인공, 바람이 머무는 곳 - 히말라야 그곳!
영화는 최가 히말라야에 도착한 후에도
여전히 그저 최의 움직임을 무미건조한 화면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할 뿐이다.
그저 최가 히말라야에 도착한 후 이주 노동자의 가족과 만나서
겪게되는 그곳에서의 사건들을 아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뭐 사실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으며,
최가 낯선 히말라야 땅에서 지낸 며칠간의 이야기일뿐이다.
이 영화의 표면상 주인공인 최의 역할은
관객들을 히말라야로 안내하는 안내자에 불과하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 그 자체이다.
관객들은 90분남짓의 시간동안 영화 속 최의 안내에 따라
히말라야라는 낯선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의외로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히말라야의 모습은
수백억을 쏟아부어서 만들어낸 특수효과로 가득찬 그 어떤 화면보다
인상적이며, 흥미롭다.
#. 다큐멘터리보다 더 다큐멘터리적인...
최민식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현지인들로 구성된 히말라야 사람들의 모습은
연기가 아니라 그들의 삶 자체이다.
그들에게 주인공 최는 자신들의 삶에 들어온 낯선 이방인이자
자신의 아들, 혹은 남편, 그리고 아빠에 대한 소식을 전하러 온 손님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최를 극진히 대접하고
그러한 그들의 모습에서 최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며,
관객들 역시 화면 속 최를 통해 히말라야를 간접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간접경험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솔직히 이영화는 한편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어찌보면 TV다큐멘터리보다 더 다큐멘터리답다.
TV다큐멘터리의 경우 무미건조하고 사실적인 화면에 성우의 목소리를 더해
보는 이로 하여금 이해를 돕지만 이 영화는 나레이션은 커녕
대사조차 극도로 자제되어 있다.
이 영화는 그저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뿐이다.
대신 이 영화에는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앞서 말했듯이 관객들을 히말라야로 안내하는
안내자이자, TV 다큐멘터리로 치자면 성우의 나레이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관객들로 하여금 좀더 쉽게 화면 속 히말라야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것은 화면속 최의 모습이 최민식인 동시에 관객들 자신의 모습이기다 하기 때문이다.
#.지친 일상에 휴식을 주는 영화
이 영화는
무료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떠나 낯선 곳에서의 삶을 꿈꿔본
사람에게는 매우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그리고 TV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는 사람에게도 꽤나 흥미로운 영화일것 같다.
(특히 KBS 스페셜'차마고도'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강추!!)
터미네이터나 트렌스포머 같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가 지겹다 하시는 분들에게도
꽤나 좋은 영화가 될것 같다.
하지만, TV다큐멘터리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액션 영화에 빠져 지내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색다른 경험이 될수는 있으나 영화보다 잘수도 있을듯 하니
관람시 주의 바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히말라야 여행을 다녀온듯한 영화.
'빠름의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손수 보여주는 영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휴식같은 영화.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영화.
바로 이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