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일 감독의 명성은 이미 해외에서도 입증된 바가 있지만,
솔직히 나에게 전수일 감독의 영화는 아직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 히말라야를 관람한 후 전수일 감독과의 GV를 가지며, 궁금한 점들을 묻는 시간을 가졌다.
그 때 가장 많은 질문이 ‘영화에 등장하는 ~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부분에 등장하는 ~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가요?’
이런 형태의 질문이 많았었다.
물론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것은 관객에게 그 의미 부여를 일임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관객 또한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는지를 불문하고, 그 영화를 본 자신의 감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나름의 해석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찝찝한 마음을 씻을 수가 없어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꼼꼼하지가 못해 그렇게 하나하나의 의미부여에 마음을 쏟지 못하고, 번갯불에 콩을 구워먹는 급한 성격이라 느림 템포로 진행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솔직히 답답한 마음도 있었지만, 감독 본인도 말했듯, 이 영화가 그런 식으로 빨리 진행될 영화는 아니라고 말했고,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영화 히말라야를 보고 있으면 법정스님의 잠언집이 떠오른다.
한 번에 쑥 읽어내려 갈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러는 것 보다 매일 매일 한 장씩 쓸어 넘기는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그런 느낌….
이 영화를 비롯하여 전수일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닥 행복해 보인다거나 활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이 걷고 있는 인생의 길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그 모습이 현재의 우리와 같거나, 더 현명한 모습으로 보이기에…
이 영화와 인물들에게 조용한 박수를 보낸다.
히말라야는 일종의 미지의 공간이다.
쉽사리 갈 수 있는 여행지 같은 곳이 아닌, 많은 산악인들이 산악인 평생의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분명히 현존하는 장소이지만, 가상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런 곳이다.
그런 히말라야라는 장소에서 주인공은 겨우 마른 입술을 축여보지만, 갈증을 해소하기엔 터무니없다.
전수일 감독의 영화는 나에게 변비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용변을 다 보았는데도 뒤 끝이 남은…개운하지 못 한 그런 느낌.
그 막막하고 답답한 느낌이 나를 조여오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쾌감을 느끼는….
그런 느낌이 내가 매번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고, 어렵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자꾸 찾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묵묵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이의 매력이 잘 묻어난 이 영화를 보면서 느리지만 묵묵히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막연한 인생의 끈을 잡기위해 노력하는 그 느낌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