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큰 기대와 함게 화제를 몰고 온 한국 영화는 누가 뭐래도 박찬욱의 <박쥐>와 봉준호의 <마더>일 것이다.
두 영화 모두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깐느 영화제에 초대되었기에 최소한의 작품성은 이미 인정받았다.
그리고 <박쥐>는 심사위원상이라는 3위에 해당하는 상을 수상함으로써 깐느에서는 <마더>에게만큼은 판정승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스크리닝 시사회에서 <박쥐>와 <마더>가 각각 10분, 20분 동안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가득 메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는 소식은 연일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은 두 영화 <박쥐>와 <마더>를 모두 보게 됐다.
두 영화에 대한 나름의 평은 호불호가 분명한 영화들이라는 점, 영화 포탈의 평점의 분포를 보면 쉽게 확인이 된다.
먼저 개봉한 <박쥐>에 대해서 만족감을 얻지 못했기에 <마더>에 거는 기대는 한층 더했다.
그리고 관람 후 소감은 두 영화 모두 대중적 영화는 아니라는 점, 평론가들의 구미와 영화제의 시선을 의식한 듯 잔뜩 힘이 들어간 과잉표현이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다는 점, 이런 것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마더>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이 이미 모든 것이 들통난 영화의 결론, 과연 범인은 누군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아들 도준과 엄마가 모두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보건 모르고 보건 영화의 흡입력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마더>의 오락성에 대해서는 심한 실망감을 안게 될거고 <괴물>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마더>의 흥행성에는 의문부호가 붙을 것이다.
단지 작품성, 어찌보면 상당히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얼개로 촘촘히도 얽어놓는 감독의 감각과 연출력,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연기자들의 신들린 연기가 만들어낸 <마더>라는 작품의 가치를 볼라치면 과연 봉준호 브랜드구만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바보라는 말만 들으면 격한 반응을 일으키는 진짜 바보 도준과 단 둘이 사는 엄마가 살인누명을 쓰고 형을 살게 될 위기에 처한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공권력에 대한 의지없이 홀홀단신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다가 결국 진짜 범인이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후 아들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또다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 주요 스토리다.
혹자는 도준이 5살때 엄마로부터 살해의 위기를 느끼게 된 것을 계기로 엄마를 복수하기 위해 20년동안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일부러 바보 행세를 하면서 일을 꾸몄다고 단언하면서 이런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이야말로 진짜 천재라고 흥분하며 찬양하기도 했는데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보여진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분명 최고의 역작이 되었을 것이다. 단지 최고의 작품들을 이미 경험한 최고 수준의 눈높이를 갖게 된 대한민국 관객의 눈엔 그닥 찬사받을 만큼의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분명 <마더>는 수작임엔 틀림없다.
아들 도준은 바보일까 바보가 아닐까 - 마지막 도준의 멘트가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볼때보다는 보고 나서 자꾸 생각나는 영화다. 그리고 다시보고 싶어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