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결말과 많은 것을 담고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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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는 우선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스릴러 형태로 크게 진행된다.
영화의 긴장감과 몰입도는 주로 이 '스릴러'에서 오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마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사건을 통해 찐하게 전해져오는 '엄마'의
본능이라고 생각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괴물'이 나름 괴수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은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관객에게 전한 것과 같은 형식이다.
영화를 다 보면, 누구나 으례 살인사건의 범인은 결국 '도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안으로 들어가 생각해보면, 자신을 '바보'라고 해서 우발적으로 죽인 '도준'이
범인인데, 그것 역시 고물상 할아버지가 '해준' 얘기를 엄마가 '상상'한 장면으로
우리가 본 것이다. 그것이 진실일 수도 있겠지만, 또한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도준이가 범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자기에게 농약을 먹인 그 불행한 사건을 기억해 낸 도준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기억못한다는
것도 조금 이상하다. 그 날 분명히 고물상 할아버지를 본건 맞지만, 할아버지가 진짜 살인자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살인자인 도준이가 그냥 그 날 고물상 할아버지를 보기만 한 것일수도 있다.
이 살인사건의 범인의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고 본다.
영화 '마더'의 많은 기사에서 댓글들을 달아 무작위적인 스포일러를 하는 글 들중에선
'누가 범인이다'라고 으례 달려들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게 중요한 영화가 아니었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도준이든 아니든, 확실한건 '엄마'가 '아들'을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거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가듯이 무의식적&맹목적으로 사건을 쫓아가는
'엄마'의 행적을 봤을 때, 그녀의 살인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살인에 가까웠다고 본다.
여기에 감독님은 포인트를 두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 도준이가 여행을 떠나는 엄마에게 불탄 곳에서 주워왔다는 '봉침세트'를 건네줄 때
그 확신이 더 강하게 와닿았다. 얼핏 바보같지만 영화끝까지 진짜 바보인지 아닌지 모르겠을
아들 '도준'이가 '엄마'를 생각하는 본능, 그리고 그런 '아들'을 본능적으로 보호하려는 '엄마'.
이 영화가 '호불호'로 갈리는 건, '엄마의 살인'이라는 것에서 오는 '조금은 불편한 결말'때문은 아닐까?
일반적으로 생각한 결말과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쪽의 결말이 봉준호답다고 생각했다. 이성적으로는 하지말아야 한다고해도,
본능적으로는 '자식'을 보호하려는 '엄마'의 모습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생각한 헌신적이고 모든 것을 감싸안는 '엄마'의 모습이 나오는 결말이었다면,
이 작품은 관객들이 기대한 감정을 그대로 전해주는 통속극에 불과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영화 '괴물'에서도 왠만해선 송강호의 딸 '고아성'이 죽을 것이라는 결말은 별로 생각안했을 듯
싶다. 하지만, 그것이 상쇄될 수 있었던 건 또 다른 '아이'의 받아들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가족'의 대안... '마더'도 비슷했다고 본다. 다만 그 끝이 좀 쓴 맛이 있었다.
우리의 '엄마'들이 고속버스를 타고 관광버스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은 그냥 그런 장면같지만,
왠지 슬퍼보였다. 나쁜 기억을 잊고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한 '도준'이의 엄마든, 그 버스에 같이탄
다른 '엄마'든 우리의 엄마들은 제대로 쉬고 놀만한 공간도 없는 것이다. 그저 좁은 차 안에서,
뒤뚱뒤뚱 관광버스 춤이나 추며 자식과 남편의 뒷바라지를 잠시 벗어나고 행복해하시는
그런 우리들의 '엄마'였다..
엄마들이 바라본 '엄마'의 모습이 아닌, 자식 혹은 제3자가 바라본 '엄마'의 모습을
그린 영화가 이런 '마더'였다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고오니, 집에 계신 '엄마'의 모습에서
더 깊은 애틋함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영화 '마더'의 단 1%의 진정성이라도 전해진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