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했다.
너무도 강렬했다.
그리고 가슴이 먹먹했다.
그게 바로 이 영화 마더이다.
--
#.1 마더, 김혜자
제목에서 이미 알수 있듯이
이영화의 주인공은 마더, 즉 엄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영화의 주인공 김혜자 선생님이 있다.
영화 속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는 경이롭다.
어찌보면 비현실적이고 충격적인 이 이야기에
강렬한 생명력을 불어넣는것이 바로 김혜자 선생님이다.
김혜자 선생님은 봉준호 감독이 선생님만을 위해 만들었다는
이 영화의 이야기에 부흥이라도 하듯
영화속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는 관객들을 압도한다.
그리고 김혜자 선생님께 빠져들게 만든다.
그래서 김혜자 선생님의 표정이나 작은 몸짓 하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유발하고
스크린 속 김혜자 선생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2 마더의 아들, 원빈
배우 원빈은 4년만의 복귀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다.
그리고 영화의 스틸컷과 예고편이 공개되었을때 사람들은
영화 속 원빈의 모습을 보고 지적 장애우 역할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었다.
제작사는 지적 장애우가 아니라고 즉각 해명했지만 사람들은
그동안 반항기 넘치고, 멋있는 역할만을 도맡아온 원빈이 순박하다못해 멍청해 보이는 시골 청년의
역할을 잘 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영화 속에서 원빈은 순박한 시골 청년 그 자체이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 속에서 원빈의 비중은 생각보다 적다.
하지만 그 비중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속 이야기의 중심에 마더, 즉 김혜자 선생님이 있고 김혜자 선생님의 의해 이야기는 흘러가지만
그 마더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 바로 아들 역의 원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속 아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이며,
원빈은 조금은 모자라보이지만, 그 속에 또다른 인간의 모습을 간직한 아들 역할을
무난하게 연기하였다.
#.3 아들의 유일한 친구, 진구
봉준호 감독은 평소 배우 진구를 눈여겨 보고
그를 생각하면서 영화속 진태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진구 역시 아무런 캐릭터 연구 없이
봉준호 감독이 시키는대로 편안하게 연기에 임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그의 연기는
그동안 배우 진구가 보여준 다양한 역할들을
(특히 드라마<스포트라이트>의 천방지축 기자, 그리고 영화<트럭>의 살인마의 모습)
하나로 응집시킨 모습이자, 한편으로는 지금껏 보지 못한 배우 진구의 또다른 모습이다.
어찌보면 그가 맡은 배역 자체가 인간의 이중성을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속 진구의 연기는
앞으로 다른 영화에서 그가 보여줄 연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4 그리고 봉준호 감독.
그는 정말 천재일까?
단지 한 원로 여배우와의 작업을 위해 창조해 냈다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렬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그동안 어머니의 모성애 대한 영화나 드라마 작품은 많았다.
그리고 그들 작품 대부분이 어머니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작품 역시 똑같이 모성애를 주제로 어머니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지금껏 봐온 모성애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이 놀랍고도 강렬한 이야기 속 어머니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껏 우리가 쉽게 보지못했고, 앞으로도 보지 못할수도 있지만,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가슴 속에 내재되어 있는 그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봉준호 감독은 영화 속에서 아주 적나라하게 관객들에게 보여 준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러한 영화속 어머니의 모습을 쉽게 잊을수 없다.
왜냐하면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할수 있는
영화속 엄마의 모습이 바로 우리 엄마의 모습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영화의 시사회 직후 쏟아진 시사평중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바로 이 영화의 흥행성을 두고서 이 느릿한 스릴러에 젊은 관객에 호응할것인가라는 기사였는데
내가 보기엔 그 기자의 걱정은 쓸데없어 보인다.
사실 이 영화가 잘 짜여진 스릴러도 아니고, 스피디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수 없었고, 두시간이 넘는 상영시간동안
시간가는줄 모르고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
여기에는 관객을 완전히 몰입시키는 김혜자 선생님의 완벽한 연기가 한 몫했지만
봉준호 감독 특유의 연출도 꽤나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이미 살인의 추억에서 경험했듯이 봉준호 감독의 스릴러 영화 연출력은 탁월하다.
그는 영화 속 모든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건과 관련된 복선을 깔아두지만 관객들에게 쉽게 노출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이러한 능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영화를 편안하게 보지못한다.
그가 영화 속에 숨겨둔 의미와 복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관객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잘 짜여진 스릴러도 아니면서, 느릿하게 전개되지만 관객은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그는 정말 천재가 틀림 없다.
#.5 영화의 처음과 끝, 춤
아 영화는 마더, 즉 엄마의 춤으로 시작해서 엄마의 춤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그 춤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오프닝 속 엄마의 춤은 사실 관객들에게 조금 낯설고 당황스럽다.
심지어는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 춤을 추는 김혜자 선생님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절대로 그러한 생각을 할수 없다.)
그리고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난후 보여지는
엔딩 속 엄마의 춤은 너무도 슬프다.
오르지 아들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엄마가 어떠한 의식 후에 추는 마지막 장면의 춤은
해질녁의 석양과 어울리면서 너무도 슬프면서도 강렬하다.
지금껏 어느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고, 쉽게 잊혀질거 같지 않는 그러한 엔딩의 춤이다.
--
이외에도 이 영화에는 꽤나 볼거리가 많다.
류성희 미술감독이 만들어낸 영화속 세트와 소품들도 그렇고,
홍경표 카메라 감독이 찍어낸 조금 색다른 화면들도 그렇고,
이병우 음악감독이 만들어낸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음악들도 그렇다.
그렇다.
이 영화는 연기, 연출, 세트, 소품, 촬영, 음악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아니 모든 것이 이 영화의 이야기와 딱 맞아 떨어지면서 영화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영화를 당신에게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절대 밀리지 않을 영화,
세계에서 처음으로 볼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 지는 영화,
김헤자 선생님이 올 연말 시상식 여우 주연상을 이미 모두 예약하게 만든 영화,
원빈과 진구의 새로운 모습을 볼수있는 영화,
봉준호 감독의 천재적인 능력이 또한번 발휘된 영화,
류성희, 이병우, 홍경표 대한민국 최고의 스텝들이 모두 만든 영화,
바로 마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