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와 카메론이 만들어낸 최고 블루칩 중 하나인 터미네이터. 그들이 없는 터미네이터이지만 전작 이상을 꿈꾸며 앞으로의 긴 행보를 위한 첫 발을 힘차게 내딛다.
어린 시절 유난히 몸이 약했다는 이유로 시작한 바디빌딩을 통해 신이 내린 몸매를 갖게 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그러던 그가 B급 영화인 '터미네이터' 1편에 출연하여 카메론과 인연을 맺은 것이 1984년. 당시만해도 그는 무명배우였고 마이클 빈과 린다 헤밀턴이라는 배우들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개봉한 뒤에 그의 주가는 상한가 이상을 치게되고 액션 스타에 목말라 하던 할리웃에 우뚝 서게 됩니다. 지금보면 약간은 어설퍼 보이는 미뉴어쳐들도 보이는 작품입니다만 당시만 하더라도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었고 시간 여행을 통한 복잡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와 흥행을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1991년 또 다시 뭉친 두 콤비(아놀드와 카메론)의 힘을 바탕으로 심판의 날이라는 부제인 터미네이터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2편이 관객들과 만납니다. 여기서 아놀드는 정의에 편에서서 보다 진보한 로봇인 T-1000 (로버트 패트릭)과 처절한 대결을 보이고 장엄히 사라져 가죠. 많은 명장면과 페러디를 만들면서 아놀드 뿐만 아니라 로버트 패트릭 그리고 에드워드 펄롱 (학창시절의 존 코너 역)도 엄청난 인기를 모아 이후 다수의 작품을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어떤 모양으로도 변할 수 있고 (심지어 목소리까지도) 부셔진 모양이 다시 합쳐진다는 설정은
절대 이길 수 없는 극강의 악의 이미지를 심으면서 2편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1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2003년 더 이상 카메론이 만들지 않는 속편의 등장으로 전작이상의 작품을 기대한 관객에게 내용과 작품성면에서의 실망은 철저한 외면으로 이어졌고 비평가들의 칼날과 같은 평가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 작품뒤 이제 터미네이터로 연기하기에는 부담스런 나이와 정계의 진출로 더 이상의 속편을 볼 수 없었던 우리에게 4편 제작의 소식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뉴스였습니다. 아놀드가 출연한다 안한다에서부터 누가 나올지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가 초미에 관심사가 된 새로운 터미네이터... 그 4편이 드디어 2009년에 Terminator Salvation이란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아놀드 없는 터미네이터의 부담이 컸겠지만 국내 관객에게는 생소한 감독인 McG는 터미네이터보다는 존 코너에 초점을 맞추고 단순히 기계와의 전쟁이상의 인간성 회복이라는 철학적 메세지를 함께 전달함으로 전작과의 차별화를 꾀합니다. 개봉 3일만에 전국관객 100만이라는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이번 작품에서의 관심 요인은 무얼까요?
지극히 저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우선 터미네이터 시리즈 자체에 대한 동경과 기다림입니다.
(3편을 제외하고) 전편을 능가하는 새로운 발상과 강렬한 영상이 주는 짜릿함을 느끼고 싶은
욕구랄까요? 3편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작품의 개봉. 거기에 예고편에서 보았던 내용들을 실제로 보고 싶은 충동 등등...
내용면에서도 결코 2편에 뒤지지 않습니다. 기계에 의한 인류 멸망을 막기위한 저항군의 처절한 사투. 지금껏 소년기와 청년기만을 보아왔던 전작과 달리 저항군을 이끌면서 기계 군단과 싸우는 그의 활약은 간절함이 묻어나는 처절함입니다.
전편을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역시 어려운 설정인 시간 여행부분을 간단한 대사로 처리해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 점은 아쉽지만 연속성을 갖는 시리즈로서의 교량 역할로도 충분합니다.
대략 핵심만 정리해 보면 ...
1편에서 마이클 빈이 맡은 카일 리스는 이번 작품에서 안톤 엘친이죠.
안톤이 존 코너의 명령으로 시간 여행을 해서 사라 코너 (린다 헤밀턴)를 죽여 존 코너가 탄생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는 아놀드를 대항하기 위한 존재이며 카이과 사라는 순간의 사랑으로 존 코너가 탄생합니다. 이분이 크리스쳔 베일 즉 존 코너입니다. 따라서 이번 작품에서 카일 리스가 존 코너보다 기계 로봇 제거 대상 1순위인 점은 카일이 현재에서 사라지면 존 코너도 사라진다는 그런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존은 카일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침투 작전을 세우는 것이구요.
아이러니한 점은 정작 주인공보다 더 인기를 몰았던 1편의 경우처럼 아놀드와 같이 이번 작품에서 마커스의 역할은 신비스럽고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의 매력에 힘입어 존 코너보다도 더 강렬한 이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아놀드와 같은 카리스마는 약하지만 충분히 흥행성이 보이는 배역이자 배우가 아닐까 합니다.
배우들에서도 설명이 필요없는 크리스찬 베일과 최근작 스타트랙, 알파 독, 찰리 바틀렛의 안톤 엘친과 TV 시리즈 'V'에서 파충류 외계인들로 부터 주인공과 함께 우리를 구해 주신 '마이클 아이언 사이드'가 저항군 사령관으로 출연해 주셨고,
팀버튼의 아내이신 ' 헬레나 본 햄 카터'가 처음과 끝의 대미를 장식해 주시고 계십니다. 거기에 자랑스런 한국계 문 블러드 굿이 출연하는데 선이 굵으면서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전사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계 로봇도 많이 진화하여 하이드 로봇, 모터 터미네이터, 헌터 킬러, 하베스터 그리고 T-600이 다양하게 등장하여 상영시간 내내 인간들과의 사투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전편의 묘미를 살리는 점도 흥미로운데요.... 가령 가장 유명한 대사인 'I'll be Back'을 이번에는 존 코너가 들려 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대사는 1편에서 아놀드가 경철서 출입에 저지 당하자 차를 몰고 밀어버리기 전 그 경찰관에게 다가가서 짙은 선그라스 뒤로 내 뱉는 대사였는데... 전체 작품 중 1편에서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편에서 귀를 즐겁게 해준 'Gun's & Roses'의 'You could be mine' 을 다시 들으며 오토바이 추격전을 볼 수 있고 '터미네이터하면 아놀드'를 떠올리는 분들을 위한 아놀드의 깜짝 등장도 좋았습니다.
비록 CG이지만...
하지만 마지막 클라이막스의 대결은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2편의 결투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방식도 흡사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흘러가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관람했습니다. 벌써 다음 속편이 기다려집니다. 이번 속편은 작품성과 흥행성 모든 면에서 최고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저의 학창시절을 함께 해 준 터미네이터. 그래도 제게 터미네이터는 오직 아놀드 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이 순간, 그가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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