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을 개봉날 일찍이 보고왔다. 크리스찬 베일과 샘 워싱턴이라는 괜찮은 배우들을 믿고, 풍성한 볼거리를 예고편으로 확인한 뒤 올여름 최고 스케일의 블럭버스터를 일찍이 보고싶다는 생각에서 빨리 극장을 찾아갔다. 단 하나 걸리는 건, 이 새로운 시리즈의 감독이 바로 '맥지(McG)'라는 것.
우선, 영화를 직접 확인하고 칭찬부터 하자면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은 정말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초반 오프닝부터 흡사 전쟁터와 같은 스케일과 영상, 거기다가 다수의 새로운 터미네이터 로봇이 나와 인간들과 전쟁을 치르는 씬은 관객의 눈을 일찍이부터 사로잡는다.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오토바이, 비행로봇, 거대로봇 등의 아주 다양한 터미네이터들을 차례차례 등장시킴으로써, 이전 시리즈에서 단 하나의 터미네이터에 의존해서 진행했던 방식과는 다르게 물량공세로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엑스맨3도 그랬듯이 너무 많은 것들의 등장은 눈은 즐겁지만, 이야기를 분산시키고 금방 질리는 수가 있다. 앞으로 시리즈가 더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과 샘 워싱턴이라는 배우들의 모습과 연기가 매우 맘에 들었다. 크리스찬 베일이야 이미 '다크 나이트'등을 통해서 연기력과 흥행력을 인정받았으니 따로 할말이 없다. 이번에도 '존 코너'라는 캐릭터를, 이전 시리즈에선 약하기만 했던 인물에서 강하고 리더쉽있는 캐릭터로 변신시켰다. 그리고, 사실상 '존 코너'와 더블주인공이라고 할만한 비중과 분량을 가지고 등장한 '마커스'역의 '샘 워싱턴'이라는 새로운 호주배우에게 상당히 만족했다. 이전에는 본적이 없던 배우라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강인하고 남성적인 마스크로 영화에서 새로운 터미네이터이자 미스터리한 역할로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점은 이야기를 풀어나간 방식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스포일러라고도 할수없지만 이미 예고편에서 다 보여줬고, 심지어 영화의 초반에서 '마커스'의 과거를 일찍이 보여줌으로써 그가 터미네이터라는 사실의 이야기적 반전을 관객에게 줄수 있었음에도 영화가 굳이 그걸을 드러내지 않은 구성은, 후반에 들어서 그가 반란군에게 정체가 드러날 때, 관객들은 그다지 놀랄수가 없었다. 그리고 1,2편보다 3편에 가까운 블럭버스터로 거듭남으로써 이야기적인 긴박감과 스릴러가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충분히 이야기적 재미를 줄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결과적으로, 엔딩까지해서 뭔가 심심한 느낌을 남기고 끝났는데 이 영화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3부작이니까하며 다음편을 염두해두고 이어가는 엔딩의 느낌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의 내용으로 완결하고될걸 굳이 심심하게 끝낸 아쉬움만 더 느끼게 했다.
이번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은 사실상 오락영화로는 최정점에 달해서 만든 것 같다. 확실히 극장에서 볼것을 추천하는 이 영화는, 다양한 로봇의 등장과 스케일 큰 액션과 비쥬얼, 빵빵한 사운드가 결합되었기에 올여름 블럭버스터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역시 내용면에서 뭔가 아쉽다. 3부작의 처음이라 다음편을 다지는듯한 이야기에 오로지 '카일 리스' 구하기적 내용은 뭔가 남는게 없다는 생각. 감독 '맥지'의 영화는 대부분 그러한 느낌이었다. 뭔가 볼만했지만, 뭔가 임팩트없이 준수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모범생이 교과서의 정석대로 만든 느낌이어서 평범하고 특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CG로 만든 화려한 영상들은 눈에 남지만, 그건 특수효과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뭔가 감독만의 특색과 내용적 압도감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듯.
한국계 배우 '문 블러드굿'이나 '스타트렉 : 더 비기닝'에서 웃기는 억양의 말투의 러시아항해사로 나왔던 '안톤 옐친'이 이번대작에서도 존 코너의 아버지 '카일 리스'로 나온 것, 린다 해밀턴의 목소리 등장, 아놀드 슈왈츠제너거의 CG기술로 인한 잠깐등장 등 여러가지 본외 화제거리도 꽤 있다. 여름 블럭버스터로는 손색이 없지만, 보고나면 그닥 할말은 없는 오락영화. 2,3편이 나온다면 감독을 좀 바꿔서 심오한 미래얘기를 담은 블럭버스터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충분히 감독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을 일찍이 이렇게 보여준 채 앞으로 두편이 연달아 더 나온다면, 어떤 볼거리와 어떤 얘기거리를 다룰수 있을지 조금 의아해진다. 개인적으론, 처음의 흥분과 기대를 끝에서 만족하지 못한 편이다. 무비스트 평점의 '오락성 9, 작품성 6'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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