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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의미..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cupidvirus 2009-04-21 오후 5:10:18 15560   [3]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좁디 좁은 학교 강의실이였다. 영화 평론가를 겸하고 계신 교수님께서

에어콘도 제대로 작동안하는 더운 어느 날, 지쳐있는 우리를 위해 영화를 보여주신다고 하셨다.

하지만 언제나 상업적인 것과는 유리된 예술적인 영화를 치켜새우셨던 교수님의 취향이라면

정말 따분하고 재미없는 것이겠거니 지레 짐작 했었다.

 

하지만 미개봉작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나의 눈이 번쩍 뜨였고, 주연이 인기배우 ‘공효진, 신민아’라는 정보가 나의 관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작품의 내용보다 감독보다는 또 다른 젯밥에 관심이 생겨서 처음에는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상영이 되고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나의 이런 관심의 우선순위는 영화 그 자체로 바뀌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 영화는 아버지가 다른 두 자매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후 동생 즉, 신민아의 아버지를 찾아다니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나중에 어느 언론 매체와 부지영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30대 중반 친 언니와 했던 여행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로 ‘한 가족 임에도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부분들이 부딪혔고 언니를 다르게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 운명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로 영화의 동기를 밝혔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여성 두 명의 여정을 담은 ‘델마와 루이스’같은 일종의 로드무비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길 위의 인생을 그리는 로드무비는, 여행이라는 경험의 특성상 삶의 전희나 변화를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여행이란 무릇 일상에서의 벗어남이고 일상에 붙잡혀 있던 ‘나’와의 결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기간에 상관없이 여행이란 드라마틱한 비밀을 잉태하기 쉽다. 때로 여행은 되돌아올 것이 담보된 안정적 일탈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 끝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여행은 완전히 다른 삶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도 이런 두 자매의 여정을 통해 그들이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조용히 담고 있다.

 

제주도에서 생선을 팔며 혼자서 자식을 억척스럽게 키우지만 긍정적으로 밝게 사는 언니(공효진)와 그와는 다르게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신경질적인 깐깐한 성격의 동생(신민아)이 처음에는 서로 맞지도 않고 티격태격 다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은 참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이 영화도 다른 로드무비처럼 무엇인가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찾음은 의도적인 것이기도 하고 우연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기타 다른 로드무비와는 큰 다른점을 갖고 있었다. 보통 로드무비는 떠나는 사람들의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그들이 찾고자 하는 것들이 대략 나누어진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도 자신이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는 형식은 기타 로드무비와 비슷하지만 충격적인 결말로 차별화하였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을 경악시켰지만 그것은 지루할법한 영화의 줄거리에 임팩트를 주는 기분 좋은 청량제 같은 것이었다.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영화 한 편을 통해 마치 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에 다녀온 듯 했다. 이렇게 훌륭한 로드무비는 아마도 길 위의 여행을 통해 내 삶의 반경을 다시 성찰하게 하는 작품일 것이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2-02 21:57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3 13:55
powerkwd
기회되면 볼께용~   
2009-05-27 13:43
kimshbb
ㅎㅎ   
2009-04-29 12:06
dreamgirl79
잔잔하니...좋았어요~   
2009-04-28 11:19
hc0412
길 위의 여행을 통해 내 삶의 반경을 다시 성찰하게 하는 작품...   
2009-04-28 10:10
kjcqw
ㅋㅋ   
2009-04-25 21:01
dodo2327
굿   
2009-04-23 02:42
jhee65
아무리 평론가라도 학생들에게 미개봉 영화를 그냥 보여줘도 되는 건가.   
2009-04-22 22:02
boksh2
이거 잼없을거 같았는데...멋지게 써놓으셔서..
  
2009-04-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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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가 좋아요(2008, Sisters On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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