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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인 리브와 엠마는 어른이 되면 서로의 결혼식에 들러리가 돼주기로 약속을 한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게 된 리브와 엠마. 그라나 공교롭게도, 둘의 결혼식 날짜가 겹치게 되면서 이 둘의 우정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결국 리브와 엠마는 결혼식장에서, 손님 명단, 케익까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미워할 수밖에 없는 적수가 되고 만다.
새하얀 베라 왕의 드레스에서부터 아기자기한 꽃장식 하나까지 여자들이 결혼식에 갖는 정성과 의미는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결혼은 여성들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신부들의 전쟁> 은 이런 결혼이라는 소재를 가운데 두고 두 여자가 대결을 벌인다는 흥미로운 구도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기존의 결혼을 소재로 한 헐리웃 영화에서 주로 남녀간의 로맨틱한 멜로나 삼각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선보였던 걸 생각하면 10년 지기의 절친한 두 친구가 결혼식 날짜를 두고 서로 치고 받는다는 내용의 내러티브는 비교적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 케이트 허드슨, 앤 헤서웨이라는 두 매력적인 여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조합이 아닌가.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재미있는 소재와 매력적인 배우들을 갖고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대조되는 성격의 두 여주인공 엠마와 리브가 벌이는 소동 극들은 너무나 진부하며, 이들을 받쳐주는 이야기 또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메디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기대한 만큼의 재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온몸으로 망가지는 두 여배우들의 어설픈 매력은 <신부들의 전쟁> 의 큰 볼거리라 할 수 있다.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두 친구가 일생의 단 하나뿐인 결혼식을 위해 서로의 결혼계획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안무선생 뒤바꾸기, 거짓 임신 소문 퍼뜨리기, 염색약 바꿔치기 등의 해프닝과 함께 지금껏 볼수 없었던 치졸한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준다. 이런 상황들은 다소 억지스럽고 과장되게 꾸며지긴 했으나,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케이트 허드슨과 앤 해서웨이의 망가지는 연기는 영화를 보러 온 관객에게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리브의 결혼 축하파티에 갑자기 엠마가 난입해 댄스 배틀을 벌이는 장면은 앤 해서웨이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준 재미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 장면은 마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에서 음치 노래 연기로 백치미를 뽐냈던 카메론 디아즈를 떠올릴 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케이트 허드슨 역시 앤 해서웨이 못지 않은 몸개그를 보여주면서 관객의 웃음을 자극한다. 두 여배우들의 이런 망가짐에도 불구하고 <신부들의 전쟁> 의 연출을 맡은 개리 위닉은 진부한 상황설정과 엉성한 구성으로 두 여배우들이 보여준 매력을 반감시키는 어리석은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게걸스러운 슬랩스틱 코메디를 펼치다가 어느순간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메디로 마무리 짓는 <신부들의 전쟁> 의 이야기가 불편하고 짜증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감독의 연출력 부재와 헐리웃 상업영화들이 갖는 졸속기획 때문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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