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마샬의 비범한 데뷔작.. ★★★☆
2007년에 한국에서 개봉한 <디센트>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스크린과 객석이 만나는 어두운 부분을 이용해 마치 관객이 동굴에 들어와 공포를 체험하는 듯한 그 현실감과 CG장면 하나 없이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다는 <디센트>는 시종일관 밀어 붙이는 힘이 대단했다. 닐 마샬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디센트>를 보자 그의 데뷔작이라는 <독 솔져>가 너무 궁금했는데, 이래저래 찾아봐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DVD로도 없고, 심지어 어둠의 경로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여기저기 얘기도 해 놓고, 기회 있을 때마다 찾다보니 결국엔 내 손에 들어왔다. 그 사이 닐 마샬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둠스데이>도 이미 보고, 시간적으로 데뷔작품을 제일 늦게 본 셈이 되었다.
<디센트>의 첫 장면이 스코틀랜드 산악지형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되었고,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의 동굴이 주무대였다면, <둠스데이>는 영국의 북부지역, 그러니깐 스코틀랜드 지역을 무대로 펼쳐진다. 데뷔작인 <독 솔져>도 스코틀랜드 산악 지대가 무대인 것을 보면, 닐 마샬 감독은 스코틀랜드 산악 지역 출신임에 분명한 것 같다.
축구 게임도 놓치고 훈련에 투입된 영국 특수부대 한 개 소대는 상대 진영의 허술한 곳을 발견하고 그 곳을 통과하려다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대위를 발견한다. 겁에 질려 있는 대위를 데리고 피신한 부대원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다가 우연히 지나가는 차량에 탑승, 한적한 곳에 있는 한 농장으로 도망친다. 그러나 그 괴물들 - 늑대인간들은 이 저택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특수부대원들은 늑대인간들과 사투를 벌인다.
대게 이런 영화들이 그러하듯 <독 솔져>도 부대원들을 외부와 단절된 농장으로 몰아 놓고 그곳에서 괴물들과 인간들의 피의 향연을 펼쳐 보인다. 특히 <독 솔져>를 보고 나니, <디센트>와의 유사성이 많이 눈에 보인다. 후반부에 정신 못 차리게 휘몰아치는 인간과 괴물의 사투장면이라든가 사지에 몰린 인간의 위기를 조성하는 방식 같은 것들. 다만 조금의 유머도 허용하지 않게 냉정했던 <디센트>에 비해 <독 솔져>는 종종 엉성하고 비어보이며 추운 유머(?)도 곳곳에서 구사된다. 그럼에도 ‘될성부른 떡잎’이라고 하든가, <독 솔져>는 영국을 대표하는 호러 장르 감독 닐 마샬의 비범한 데뷔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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