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못 마시는(?) 내가 기다리고 기다렸다가 드디어 낮술을 봤다.
예전에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을 자다가 말고 저 혼자 켜져있는 TV를
우두커니 앉아서 보다가
희안한 스탈의 영화가 다 있네... 하믄서
꼭 남의 생활을 내가 훔쳐보는 기분으로 보다가는
마치 뒤통수를 냅다 맞았다는 기분이 들었던적이 있지?
내가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것이 아마 그 영화지 싶다.
'생활의 발견' 그날은 깜깜한 밤에 혼자였지만
'낮술'의 오늘은 어젯밤 술에 쩔어 겨우 일어난 여자와 오후의 영화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남자나, 여자나
속풀이는 대부분 술과 친구로 한다.
그 남자도 여친과의 이별을 술과 친구들로 풀고자 하는데
술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그들에게 여행을 권한다. 여기서 그들이란 도데체 누구일까?
술이 권한 여행엔 한 사람만 동행시킨다.
비몽사몽에 도착한 목적지엔 아무도 없다.
무작정 떠난 여행이지만 사건들은 벌어진다.
우연히(?) 마치 계획된(?)듯이 벌어지는 사건들엔 이상하게도 술이 그 연결고리를 만들어간다.
술은 어떤것일까?
서먹한 관계도 풀어가고, 서먹했던 관계는 더욱 친밀감을 만들어준다.
그 관계를 위해서 '나'는 즐겁게 마셔주고, 즐겁게 나누지만
끝내는 그 관계 때문에 거절도 못하고, 속앓이를 해가면서도 마셔야한다.
여기서 또 하나
술만큼 거절할수 없이 독하게 다가오는 것이
'여자'
하지만
술 거절하는 남자는 ' 나쁜 놈'이란 소리를 듣는것을 못 봤지만
'여자'를 잘못 거절하면 '나쁜 놈'이란 소리를 듣는다.
왜냐?
술에겐 '예쁜'이나, ' 못생긴'이란 형용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맛이 있던 없던, 관계를 위해서 마시기만 하면되는 것이니까
여잔 어떤가?
'...'
내가 여자라 그런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아... 그렇구나.
'예쁘다거나', '못생겼다거나'는 남자들만 여자에게 사용하는 단어였구나.
하지만 여기... 하나 더 생각하게 한다.
'내꺼' 라는 속박사(속박하는 단어의 표현)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만 친구의 입에서 나온 이름이 자기와 헤어진 여자친구의 이름이라고 착각하게 하는 것
친구가 그 여자와 잤다는것엔 참을 수 없어 했으면서, 그 이름이 자기의 동생이었다는것에
왠 안도감??? ㅠ,.ㅠ
관객인 나는
술로 만들어가는 어리버리한 상황들을 보고있지만
남자들이 참~~ 걱정스럽게 보여진다.
술 마시는 남자들로 한계를 긋는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겠지만
술을 안마시는 세상은 또한 얼마나 재미없을까? 싶기도 하다.
그 남자...
정선터미널에서
그 여자를 따라 강릉을 갔을까?
ㅎㅎ
눈동자 풀려서 또 따라갔을껴~~
왜냐??
어젠 헤어진 여친에게 디립다 욕을 했거덩
오늘 이 예쁜 여자를 놓친다면 아마 그 죄로 밤잠을 못 이루고 술로 지샐께 뻔하자너~
어짜피 마실꺼 즐겁게 마셔야지~
안그래?
그러고 보니 술은 참 좋다.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잊어버리게도 하고, 또 다시 만나게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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