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하긴 해도 재밌다... ★★★☆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화이트칼라 범죄를 다룬 영화 <작전>. 왜 한국에서 화이트칼라 범죄 영화가 별로 안 보이는 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저지르는 범죄라서 시각적 재미를 주기 힘들다는 점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자칫 투자자가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에 불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말해, <작전>은 주식을 다루고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전혀 안 하거나, 주식과 관련한 용어를 전혀 알지 못한다 해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다. 오히려 어려울 수 있는 분야를 해체해 쉽고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것은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만하다.
생각보다 긴(119분) <작전>의 속도감은 상당히 빠르다. 이리저리 다른 얘기들을 잠깐씩 건드리느라 조금 산만하긴 해도 강현수(박용하)와 관련한 개인 얘기를 길게 늘어놓지 않은 것도 인내심을 잘 발휘한 지점이라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식 조작이란 정적 범죄를 상당히 경쾌하고 긴박감 있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은 어쨌거나 오락영화로서 일정 수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말하자면, 소문대로 박희순의 연기는 정말 볼만하다. 어느 정도는 전형적인 것 같지만, 또 어느 정도는 전형적이지 않은 묘한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 뮤지컬로 시작한 김무열의 스크린 데뷔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해줄만하며, 특히 개인적으론 가장 걱정이었던(?) 박용하의 연기는 일부 내레이션에서 어색하긴 해도 무난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김민정은 미스캐스팅인 것 같다. 정치인의 불법자금부터 거대 기업인의 비자금 등을 관리해주는 스페셜 펀드 매니저를 맡기에 김민정의 표정이나 연기엔 연륜이 묻어나질 않는다. 거기에 큰 눈망울과 가련해 보이는 표정은 산전수전공중전을 겪으며 성장했었을 직업하고는 거리가 멀다.(혹시 성공 요인이 불쌍해보여서???) 전형적이긴 해도 이런 역할엔 역시 김혜수가 짱인 것 같다.(불법자금을 맡기러 온 국회의원은 모 국회의원과 너무 닮았다. 영화보다 혼자 웃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범죄를 저지르는 장르의 영화로서 <작전>은 일정 수준 이상의 오락적 재미를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감독의 연출력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플레쉬백의 짧지만 적절한 사용(물론 가끔 오버하긴 해도), 거기에 분할화면 등도 재미에 한 몫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통정거래와 같은 어려운 용어를 룸살롱에서 술 마시는 장면으로 표현한 것은 백미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런 영화의 재미는 역시 마지막 순간에 범죄를 범죄로 복수하는 장면 아닐까? <스팅>이 인상적인 건 알고 보니 다 사기라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고, <오션스 일레븐> 역시 사기와 도둑질로 악인을 응징한다.(응징하는 놈들도 좋은 놈인건 아니다) 그러나 <작전>은 사기 영화로서의 본심을 잃고 결말에 가서는 마치 증권회사의 공식적인 주식투자 홍보 문건에서나 나올 듯한 도덕적 분위기를 풍긴다. 게다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연극 전단을 붙이는 극단 막내라니. 이건 너무 나갔다. 영화 내내 개미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가 큰손들의 장난 때문인 것처럼 얘기하더니, 결국 대가리 나빠 벌지 못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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