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엉뚱한 재미... ★★★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능력을 가진 한 남자를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곤 아이큐 180의 여고생을 등장시킨다. 초능력의 소유자 수민(진구)은 ‘도와 달라’며 속으로 말하는 천재 여고생 현진(박보영)의 마음을 읽으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생각을 읽는 수민이 현진의 마음만큼은 읽지 못한다. 오로지 ‘도와 달라’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속사포처럼 끊임없이 주절거리는 현진은 수민 옆에 붙어 다양한 초능력을 실험하다 우연히 유괴범의 존재를 알게 되고, 둘은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세상과 단절되어 혼자 지내던 수민은 현진과의 소통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이 영화를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초능력을 소유한 남녀가 만나 유괴범을 잡는다’로 정리 가능하다. 그러니깐 수민만이 아니라 현진도 단순한 아이큐 180의 천재 소녀가 아니라 초능력의 소유자이다. 영화의 결론 부분은 나름 반전을 포함하고 있는데, 현진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영화의 흘러간 앞부분이 자연스럽게 반추된다. 첫째, 왜 모든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수민이 현진의 생각만은 읽지 못하는가? 둘째, ‘도와 달라’는 소리가 귀가 아닌 머리로 들리는가? 셋째, 식당에서 종업원은 왜 수민에게 ‘일행은 언제 오십니까’라는 질문을 할까? - 이런 부분을 볼 때, <초감각 커플>의 스토리는 꽤 꼼꼼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실 초능력의 소유 여부가 중요한 건 아니고, <초감각 커플>은 두 남녀가 만나 벌이는 코믹 로맨스에 좀 더 가깝다. 영화의 거의 대부분은 수민과 현진, 둘만이 화면에 존재하며, 둘은 끊임없이 말하고, 듣고, 투닥거리고, 소통한다. 그 과정에서 현란한 말의 유희들이 흘러넘치며 정서가 통한다면 꽤 쏠쏠하면서도 엉뚱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다만, 후반부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일본 문화의 영향이 느껴지는 애니메이션 장면은 이 영화의 호불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참, 박보영은 <과속스캔들>에서도 귀엽긴 하지만, 귀엽기로만 보면 <초감각 커플>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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