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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널 쏠수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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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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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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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2 오후 3:3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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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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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을 보았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만큼 보고 느낀다고 했던가. 감독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영화 또한 익어가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하지만, 그냥 좋았다고만 하고 끝낼 수는 없다. '취화선' 속에서의 여자란 암컷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에. 솔직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암컷으로써(female), 칼을 들고, 취화선에 사정없이 선을 그으려한다.
영화 속 여자들. 영화 속에 그려진 여성들의 모습은 역사 속으로 사그라져 간 한국 여인들의 모습 그대로일까. 아니면 性이 다른 감독에 의해, 변형된 모습으로 화면에 담겨진 것일까.
만일 장승업의 예술 세계에서 술과 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 감독의 의도였다면, 적어도 여자에 관한 한 그의 표현방식은 그릇된 듯 하다.
'술과 여자가 장승업에게 영향을 미쳤다'란 문장과 '장승업은 술과 여자의 영향을 받았다'라는 문장은 같아질 수가 없다. 전자의 주어인 '술과 여자'는 주체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후자의 '술과 여자'에는 주체성이 배제되어 있기에.
화가에게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그의 창작세계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한 여성들의 모습이 너무도 맥아리없이 묘사되어 있지 않은가. '무엇을 그려 드릴까요?'란 질문에 '아무거나'란 대답이 과연 나와야 했을까. (=>코믹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본래 의도였다면 할 수 없겠지만)
영화를 '재현'의 측면에서 본다면, '취화선'은 우리의 흘러간 역사의 일부분을 담은 영화이다. 진정,'장승업'이란 화가와 그가 살던 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면, 대사 하나하나와 시대 재현에 좀더 신중을 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과연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아무거나'란 말을 그렇게 수이 썼을까. '아무거나'란 말을 좋아하는 건 오늘날 한국인들의 병적인 특성은 아닐까. 여인의 의지가 반영된 말 한마디가, 오원의 그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절대 절명의 순간에, 이처럼 맥아리없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다니...'아무거나 그려줘' 정말, 그순간 나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이 치욕스러웠다.
영화 속에 시종일관 보기싫은 굵은 선이 그어져 있었는데, 바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선이다. 남자들의 세계(=장승업의 창작세계)와 괴리되어 묘사되고 있는 여인들..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상황은 영화를 보는 내내 참기 힘든 것이었지만, 각각의 Scene에서는, 심혈을 기울인 감독의 노고가 느껴졌다.
하지만, 최고의 것들만 모였다고 해서 최상의 영화가 탄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취화선은 다시금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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