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주는 감동의 힘.... ★★★☆
미국에서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시점에서 <리멤버 타이탄>같은 영화가 언뜻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실화가 주는, 또는 흑백 갈등, 인종 탄압이라는 역사가 주는 감동의 힘일 것이며, 현재에 그런 갈등과 탄압을 극복했다는, 아니 최소한 극복하려는 거대한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미국 대선이 오바마의 승리로 끝난 후 한 젊은 백인 여성은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 “최소한 미국 국민의 50%는 인종 편견이 없다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알렸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이런 미국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고난의 역사가 있었는지는 최근 언론에 무수히 많은 기사로 도배될 정도다.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 평등권 실현을 위한 흑인들의 투쟁사,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과 죽음, 재시 잭슨 목사의 대권 도전, 그리고 오바마.
<리멤버 타이탄>같은 영화가 한 두 편이 있는 건 아니다. 멀리는 지적인 흑인 배우의 이미지를 처음 구축했다는 시드니 포이티어가 주연한 몇 편의 영화들, 특히 Lulu가 부른 <To Sir With Love>라는 주제가로 더욱 유명한 <언제나 마음은 태양> 이라든가 <초대받지 않은 손님> 같은 영화는 큰 감동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
덴젤 워싱턴 스스로도 가장 존경하는 배우 중 한 명이 시드니 포이티어라 칭하기도 했는데, 두 배우가 흑인으로서는 드물게 지적인 역할을 소화해 낸다는 점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남기기도 한다. <리멤버 타이탄>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전형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다. 그건 어쩌면 현실도 어느 정도 전형적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어쨌거나 영화적 완성도로서 그다지 높게 평가할만한 영화는 아니다. 흑백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섞여야만 하는 환경의 도래, 부딪치면서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들, 서로가 단결해야만 성사될 수 있는 단일의 목표, 끝까지 화해를 거부하는 소수의 존재, 비극적 사건, 그로 인해 더욱 하나가 되는 그들, 목표의 달성과 뜨거운 감동.
이런 영화를 보거나 이번 오바마 당선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에게도 멀지 않은 미래에, 아니 현재에도 벌써부터 비슷한 상황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이미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꽤 높아서 지방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도까지 왔다고 한다. 물론 미국의 흑인들처럼 이들을 우리가 강제로 데려온 건 아니다. 그래서 일부에선 ‘같이 못살겠다. 나가라!’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이미 이들이 없으면 한국 사회의 일부 산업은 붕괴될 것이다. 건설현장에 근무하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한국 인부를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다는 것이고, 만약 한국 인부로만 일을 하려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깊숙이 진입해 있다. 문제는 앞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부딪칠 갈등과 반목을 우리가 슬기롭고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느냐이다. 예상하자면 몇 번의 파국적 상황을 겪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극단적 쇼비니즘이 횡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느냐, 아니면 문턱에서 주저앉아 추락하느냐는 이런 예상 가능한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http://www.movist.com/images/board/2008/11/7904_r1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