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즘과 빙의, 악령에 관한 테마의 영화로 접하게 된 이 영화는
19세기 초, 미국 동남부 테네시주에서 발생했던 '폴터가이스트' 관련
사건을 모토로 한 브렌트 모나한의 <벨 위치: 어메리칸 헌팅(The Bell
Witch: An American Haunting)>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었다.
1818년부터 1820년 사이에, 테네시 주의 레드 리버에 거주하는 존
벨 - 루시 벨 부부와 그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문제로 다루고 있다. 토지와 벌목 문제로 법정재판을 벌이게 된
존 벨일가와 벳츠부인, 존 벨(도날드 서덜랜드)을 비롯해 그의
아내 루시 벨(씨씨 스페이식), 딸 벳시 벨(레이첼 허드우드)은
벳츠부인에게 저주를 받는다. 불길한 말로 저주를 내린 벳츠부인을
뒤로 한 존 벨일가의 일상속에 어둠의 그림자가 깔린다. 존 벨이
사냥을 나갈때 모습을 드러낸 검은 늑대와 벳시 벨의 방안에 들어온
이질적인 어둠의 기운이 암습하고 폴터 가이스트 현상을 일으키며
벳시 벨을 공포의 나날로 몰고 가게 한다. 벳츠부인의 저주라고 확신
을 가지는 존 벨의 예상과는 달리 갑작스럽게 집안을 돌고 다니는
악령적 존재의 책임은 바로 그에게 있었음을 드러내는 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다. 실화에 기초되었다고는 하나 아무래도 원작에서 가공되어져
호러적인 분위기를 살리면서 많은 각색이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영화의 음향효과와 전개과정은 '엑소시스트' 같은 악령의
빙의현상으로 나타나는 고전적인 호러의 성향을 최대한 살려내려고 노력
한 흔적이 보이지만 말 그대로 고전적인 호러의 전개에 큰 긴장감과 몰입감
을 제공받지는 못했다. 영화속에서 이채롭게 바라보게 되는 레이첼 허드우드
의 연기가 살짝 인상적인 것 이외에 관록있는 배우 도날드 서덜랜드는 그다지
몰입감있는 연기를 제공하지는 못한 듯 하다. 실화에 기초되었지만 진행과정이
상당히 융통성없는 부분이고 내용이해에 필요한 부분이 전혀 제공되있지 않은
점과 그런 긴장감을 허물며 공포의 실체와 원인을 밝히는 과정또한 매끄럽지
못했기에 영화로서의 큰 매력을 느낄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실화에
기초한 것이라고 하는데 영화의 결말과 같은 원인이 이유로 발생되었던
사건인지 조차 확인이 되지 않는다. 악령, 폴터 가이스트의 소재를 담고 있지만
사실은 '근친상간' 이라는 키워드를 드러내기 위해 이용된 느낌이 든다. 아마
이 부분을 더 강조하고 싶어서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더 극적으로
다루려고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고 나서도 그다지 여운에 남는
인상적인 씬은 떠올릴수가 없었다. 반전적 요소로 결말을 드러내지만 식상하고
억지로 끼워맞추는 식이라는 느낌의 전개가 영화를 평범하게 추락시키고 만다.
호러적인 측면을 기대하기 보다는 폴터 가이스트 현상의 피해자로 고통받는
벳시 벨의 시선으로 영화를 본다면 그나마 지루한 느낌은 덜 할 것 같다.
하지만 '근친상간' 과 상처받는 이의 트라우마, 그리고 그런 정신으로부터
흘러나온 의식이 반영된 영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킬링
타임으로 나마 봐줄만한 영화수준은 될 것 같다는 여운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