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쓰려는데 문득,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신해철의 인터뷰집 쾌변독설에서 신해철이 한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젊었을 때 문화를 즐기다가도 남자는 군대 다녀오고 여자는 결혼적령기가 되었을 때
마치 보수쪽으로 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식으로 문화향유를 멀리하게 된다는 말.
그리고 또 하나는 저와 제 외삼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대학교 1학년 당시 느닷없이 쏟아진 자유의 시간들에 이것저것들을 돌아보고 있을 때
외삼촌은 한심하다는 듯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야, 빨리 지금부터 공부해서 대기업에 들어갈 생각을 해야지. 뭐하고 있는거냐."
외삼촌은 그 당시 공부하나로 지방캠-서울캠-대기업취직의 수순을 밟고 일을 하고 있던 분이셨습니다.
전 결혼하고 조카가 막 기어다니는 외삼촌 댁에 잠깐 얹혀 살 일이 있었죠.
외삼촌의 그 말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길이 그것만 있지는 않다는 항변을,
그 어린 나이에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마는, 나름 싫은 내색도 했었죠.
경험과 사색의 뒷받침이 없는 오기와 치기의 고집이었다고 할까요.
그 외삼촌 다니던 곳이 대우자동차였는데,
그 이후 대우가 폭싹 주저앉고 회사를 나오고 중국으로 가시면서 외삼촌의 말씀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야, 다 필요없고 장사를 해라. 장사를 하는게 월급쟁이보다 훨씬 낫다."
물론 전 장사도 하지 않았죠. -_-;;;
고고70을 보면서 만약 그 때 이런 문화들이 제대로 태동하고 조금 더 앞으로 나갔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됩니다.
과연 외삼촌이 내게 그런 번복을 하실 일이 있었을까.
어떤 수많은 삶이 어떻게 달라지게 되었을까.
그렇게 많이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금의 소비텀이 빠른 한국가요들에 대한 실망 정도는
없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은 해봅니다.
조승우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달되는 그 시대의 열기는 정말 뜨거울 정도라서
영화관 안에서 몸을 가만 내버려두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입니다.
그 뜨거운 열기는 결국 억압이라는 기제를 어떻게든 해소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그 시대 사람들의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그 몸부림은 점점 세대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80년대에는 디스코텍과 롤라장이 저변화되었고, 90년대에는 락까페로,
2000년대인 지금에는 홍대 클럽과 인디밴드 공연장 등으로 저변화되어
이젠 그렇게 그런 것에 부자유를 느끼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런 시대가 왔으면 달라진 시대에 대한 어떤 투영들이 문화에 있어야 할 것인데,
아직 그런 것이 저변화되지는 않은 듯 전부 돈의 논리로 흘러갑니다.
데블스가 깨지고 고민하는 부분들은 지금까지도 한치도 나아진 것 없이 그저 생활만 편해졌을 뿐이죠.
과거보다 나아졌다는데도 노는 문화가 오로지 돈과 권력같은 것으로 도배질 된 현재 상황과 비교해보면
뭐랄까. 묘한 아이러니 같은 것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마크 월버그 주연의 영화 락스타와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영화에서는 락스타의 카테고리에서 스스로 벗어나려는 주인공과 달리
밖에 전경들이 있어도 질러버리는 주인공들이라는 선택입니다.
전 이 부분의 선택이 가장 맘에 드는데, 특히 마지막에 비춰주는 관객들의 모습이라는 점이
현실의 우리들에게 이렇게도 묻는 것 같아서 더욱 맘에 들었습니다.
우린 이렇게 살았다. 넌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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