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떻게 이런 게임이 가능한 거야??? ★★
2007년에 <기담> 등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던 것을 돌이켜보면 2008년 한국 공포영화는 이상하게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고사> <외톨이> 정도. <고사>가 나름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는 건 어쨌거나 한국 공포 영화에 대한 관객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수치로 인식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남규리라는 배우(?)를 좋아하지도 않고 특히 배우로선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가끔 우연히 TV 오락프로그램에서 봤던 남규리의 얼굴 표정은 거의 정형화되어 있어(어쩜 저렇게 표정 변화 없이 웃는 얼굴을 유지할 수가 있을까) 한 1분만 봐도 금세 질렸기 때문이다. 저런 표정으로 연기를 한다고??? 따라서 나는 <고사>를 볼 생각은커녕, 보는 사람을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타인의 강요와 우연 때문이었다. 결과는? 역시 영화는 내 의지대로 봐야 한다는 것.
한국 영화계는 공포 영화를 매우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신인 감독이 거쳐야 하는 입봉 작품으로 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장르 영화는 괜히 장르 영화가 아니다. 공포는 장르 영화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장르로 일컬어지기도 하며, 굉장히 단순할 것 같은 슬래셔 무비조차 관객들이 놀라는 타이밍 등을 면밀하게 계산해 편집한다고 한다. 즉, 장르 영화는 그 만큼의 전통과 규칙이 있으며, 많은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계가 공포 장르를 대하는 자세를 보면, 가끔 나타나는 수작들(<여고괴담> <장화 홍련> <괴담> 등)이 소 뒷걸음질하다가 쥐 잡은 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고사>의 기본적인 설정은 <여고괴담>과 동일하며 살인 장치는 <쏘우> 또는 <킬 위드 미>를 연상시킨다. 문제를 풀면 죽이지 않는다는 설정은 그럴듯하긴 하지만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의 드라마틱함이나 재미를 찾기는 어렵다. 즉, 문제 푸는 과정에서 관객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으며 그저 구경꾼의 역할로 한정되며, 심지어 문제를 풀었음에도 죽인다. 최소한 지켜져야 할 규칙조차 영화 내에서 지켜지지 않는다.
물론 이와 같은 문제는 지엽적일 수 있다. <고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체 이와 같은 게임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두 명의 범인이 어떻게 학교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장악했으며, 어떻게 학생들의 동선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전혀 없다. 범인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행동도 이해하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범인의 경고와 피를 흘리며 돌아온 한 명으로 인해 운동장에도 나가보지 않는다는 게 이해되는가? 정말 웃긴 건 범인은 자신이 복수해야 할 대상을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동영상이 어떻게 찍혔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일반적인 경우라면 경찰에 제출해 범인을 검거했을 것이다.
게다가 <고사>는 남규리를 필두로, 윤정희, 김범 등 연기 안 되는 배우들만 일부러 모아 놓은 것 같다. 남규리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으니깐 그렇다 치고, 윤정희는 소위 ‘발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나마 이 영화의 장점을 꼽자면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확실한 마케팅 대상과 적절한 홍보, 거기에 뚜렷한 동일 장르의 경쟁작이 없다면 어느 정도의 흥행은 올릴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엉뚱하고 뜬금없는 영상이다. 대체 이 장면을 왜 엔딩 크레딧에 넣었을까? 어쩌면 이 영상은 영화의 가벼움을 대표하는 동시에 마케팅 대상에 대한 일종의 선물이라고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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