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아닌 그저 우리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웃과도 같은 그들.
< 드라마 최강칠우와 영화 신기전에 관하여. >
어제 남친이랑 영화 신기전을 봤습니다.
제가 워낙 사극을 좋아하는 편이고 특히 올해 KBS의 대왕세종이라는 드라마를 애정하고 매번 챙겨보는 탓에
크랭크인 기사가 뜰 때부터 줄곧 기다려오고 보고싶어했던 영화였죠^^
그런데 이거 대왕님 시대를 다룬다기에 드라마 대세(대왕세종을 줄여서ㅋ)와 비교를 할 줄 알았는데,
직접 보고난 이후의 소감은 오히려 최근에 종결한 드라마(역시 KBS네) 최강칠우와
주인공 캐릭터와 이야기구조등등이 많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
영화 신기전의 극 초반부 명국사신이 조선으로 들어옵니다.
오만한 그들은 그네들의 황제를 상징하는 것인지,
고작 나무로 만들어져 마치 장난감처럼도 보이는 위패(??) 비스무리한 것 하나로
남의 나라 국왕을 감히 무릎꿇게하는 힘을 지녔습니다.
그렇습니다.
조선이란 나라는 최고 지도자마저 한갖 외국사신에게 굽신거릴 수 밖에 없는 작고 연약한 나라입니다.
내 집 안방에서 손님이란 작자가 집 주인인 나의 상전 노릇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이 상황.
그래서 그 억울한 집주인의 후손들인 우리는 도입부를 보면서 분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 우리 선조들는 저리도 무능했을까? 꼭 저렇게 당하고 살았어야만 했었나?? 왜, 무엇때문에?????
저역시 어릴적부터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수없이 가져오던 질문이었습니다.
그 오랜 수수께끼, 아니 궁금증이 풀린 것은 최근의 일이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벌어진 그루지아와 러시아의 전쟁.
올림픽 열기에서 잠시 벗어나 해외상황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던 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있었을 사건이었지오.
미국만 믿고 까불던 작은 나라 그루지아. 결국 잠자던 사자(러시아)의 콧털을 건드린 댓가로 엄청난 희생을 치룹니다.
저는 그 상황을 보면서 아, 왜 우리 선조들이 사대주의정책을 펼쳤었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이 건국되던 때 옆나라의 중국역시 원명교체기를 거쳐 통일왕국 명나라가 시작되고있었습니다.
조선과 달리 자주적 색채가 강했던 고려는 옆동네가 중국왕조 역사상 가장 군사력이 취약했던 문치주의 송나라였고,
얼마 지나지않아 거란의 요, 여진의 금나라로 인해 남송으로 영향력이 굉장히 약해져버리고 결국 원에 의해 멸망크리.
그 덕분에 고려는 건국초 나름 북진정책도 펼칠 수 있었고(물론 조선도 4군6진을 개척했지만)
태조와 4대 광종때 황제국을 상징하는 연호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려는 건국초부터 외적의 잦은 침입으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6대 성종때 있었던 서희의 담판은 학창시절 국사를 공부해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계시겠죠??
물론 서희장군의 현란한 말빨로ㅋㅋ 야만스런 거란족을 무혈로 가볍게 물리치고 강동 6주를 득템한 쾌거가 있습니다만.
고려라는 나라의 정비체제 대부분이 성종때 온전히 자리잡았다는 것을 안다면,
고려 건국초부터 국제정세가 상당히 불안했다고 보여집니다.
거기다가 몽골과의 수십년간에 이른 항쟁으로 전 국토가 황폐화되고 백성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과
원의 지배로 인한 권문세족의 득세와 횡포&만행이라는 과거를 보았을때,
고통의 시대를 끝내고자 조선이라는 새 왕조를 세운 사대부들은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을 이은 강국 명나라와 적대할 것인가, 화친할 것인가
결국 새로운 나라의 지배자들은 평화적인 외교관계 속에서 국가의 내치를 다지기 위해 후자를 선택합니다.
그리하여 먼옛날 단군조선의 이름을 이어받은 나라 조선은 사대교린을 통치이념으로 정하고
겉으로나마 중국을 받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평화를 얻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거대한 땅덩어리와 어마어마한 인구를 가진 덕택에 태생부터 오만방자했던 옆동네 이웃은
힘없고 연약한 아이 조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댑니다.
많은 수의 공녀(다른 말로는 진헌처녀)와 환관.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죄로 정든 고향을 떠나 물 설고 낯선 타향으로 끌려간 그네들의 희생으로
조선은 찬란한 과학기술문화를 꽃피워냅니다.
공녀와 환관을 바친 댓가로 얻은 아리비아의 회회력과 명의 대통력으로 천체관측기구인 혼의와 간의를 만들고
세종때 해시계인 앙부일구, 노비 출신 관리인 장영실의 최대업적으로
그 시대에 무려 자동시보장치까지 갖춘 물시계 자격루,
태조 이성계때 천문도의 일종인 천상열차분야지도,
그리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만든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서울을 기준으로 하는 역법서(달력) 칠정산 내외편.
우리 풍토에 맞는 의학서적인 향약집성방과 의학백과사전인 의방유취, 법의학책 신주무원록.
고려때 발명된 금속활자를 더욱더 발전시킨 태종때의 계미자, 세종때의 경자자, 갑인자.
정초의 농사직설, 거북선과 비거도선, 세종께서 친히 손수 만드신 최초의 악보 정간보와 악곡 여민락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민족 문화의 가장 위대한 유산 훈민정음 창제까지.
이 모든 것들은 바로 남의 나라에 비참하게 끌려간 우리 백성들의 피눈물로 이뤄졌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나라역사상 가장 황금시대이자 태평성대라 일컬어지는 세종대왕님의 치세에도
가난한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했던 그 시대에 영화 신기전의 배경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한 세기가 지나 평화의 댓가로 시작한 사대주의가 지배자들의 뼛속까지 침투해버린 결과로
이 땅위의 선량한 백성들에게 최대의 고난의 시기였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크리가 일어납니다.
위정자들의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잘못으로 나라꼴이 그야말로 개판이 되어버린 난세의 시대.
그 위에 드라마 최강칠우가 있습니다.
조선 전기와 조선 후기.
현격한 세월의 차이가 있는지라 언뜻 달라보이지만 둘은 똑같은 아픔을 시대배경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복수를 하지않는 주인공.
드라마 최강칠우의 주인공 칠우는 과연 주인공답게 남들과는 다른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칠우의 아버지는 조선의 지배자인 양반계층이었으나 신분상의 차별때문에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자신의 지위와 모든 특혜를 내다버립니다.
포졸들에게 실컷 두들겨맞으면서도 억울한 이들을 대신해 신문고를 치고 후에 모든 이들이 평등한 세상
- 무륜당을 조직합니다.
그러나 결국 위정자들에게 실컷 이용만 당하고 신분을 넘어 우정을 맹세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죽습니다.
어린 칠우는 그런 아버지가 죽어가는 장면을 똑똑하게 목격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무술 스승이었던 이는 알고보니 바로 아버지를 죽인 원수였고,
오랜시간동안 함께한 정때문에 차마 죽일 수 없었던 스승을 뒤로 한채,
상처로 가득찬 맘을 위로받고자 연인을 기다렸으나.
기다리고 기다려도 칠우가 마음을 온전히 터놓을 수 있는 단 한사람은 끝끝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않습니다.
첫사랑을 겨우 잊고 이제 쫌 살만한가 싶으니 단 하나 남은 혈육인 여동생은
양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다 결국 목숨을 잃습니다.
이런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라니 칠우가 참으로 불쌍하고 안타깝지 않습니까.
영화 신기전의 주인공 설주는 또 어떻습니까.
긴 호흡의 드라마와는 다른 비교적 짧은 분량의 영화 속인지라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설주의 아버지는 화포를 만드는 평범한 기술관이었으나 어느날 갑자기 한순간에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합니다.
그 상처로 인해 설주는 위정자들을 믿지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줍니다.
설주와 호형호제하는 금오대사 역시 마찬가지.
활과 화살을 만드는 군기시의 말단관리였던 아비가 반역죄로 죽임을 당하자 그 충격으로 스님이 됩니다.
(여기서 옥의 티 한가지. 동북아시아 역사상 역적죄는 가장 크고 무거운 죄로
그 당사자는 물론 부모형제자식친척들까지 연좌제가 적용되어 - 연좌제는 갑오개혁때 폐지됨 -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 사형되고 여자들은 노비로 전락합니다.
고로 역적의 자식인 설주와 금오대사는 살아있을 수 없고, 설사 운이 좋아 살았다치더라도
영화에서처럼 떳떳하게 얼굴 대놓고 살 수는 없었습니다.)
셋다 엄청나게 가슴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기에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은 진작에 까맣게 타들어갔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존의 영웅물의 주인공들이 보여주었던 원수에게 칼을 들이대는 모습은 보여주질 않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그 전의 작품들과의 현격한 차이가 드러납니다.
복수하지 않는 주인공.
우리는 여태까지 드라마속에서 복수하는 주인공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주인공들의 삶의 이유가 생기고 극의 갈등이 생기고 가엾은 그들에게
우리 시청자들이 감정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납니다.
모든 이야기는 갈등이 있어야만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릅니다.
그들은 그저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들에게 응당 주어져야할 복수는 꿈도 꾸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 설사 그런 맘이 있더라도 사는 것이 너무 바빠, 하루 세끼 밥 챙겨먹을 여유도 없기에
복수라는 단어는 그들에겐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칠우는 낮엔 의금부 나장으로 밤엔 이웃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자객으로 열심히 살아갑니다.
하나뿐인 여동생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중생활이지만, 생계에 지장을 줄 정도로 자객일에 충실하지는 않습니다.
설주 역시 한양의 장사치로서 물건을 사고 팔고 아우들과 함께 상단의 내일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그들은 위정자들이 무엇을 하던간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어쩌다 가끔 위정자들 사이에 끼어 떡고물이나 얻고 자신들의 평범한 일상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그들에게 휘몰아치는 운명을 가져다줄 여인들이 등장합니다.
청나라에 공녀로 끌려갔다 환향녀로 돌아온, 칠우에게는 평생 잊혀지지않을 첫사랑 소윤이.
설주에게는 평소 알고 지내던 내금위장이 부탁한 아리따운 외모를 지닌 비밀의 여인 홍리가.
소윤에게는 존경하던 소현세자의 하나뿐인 혈육 철석이를 지켜야한다는 의무가.
홍리에게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평생 숙원이었던 신기전 화포기술을 계승해야한다는 신념이.
칠우와 설주는 이 두 여인들을 각각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들이 그토록 거부해온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나라와 백성들을 지킨다는 거창한 대의명분따위는 팽개쳐버립니다.
그저 그들의 목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그들의 가족들과 오래도록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칠우와 설주는 열심히 활동합니다.
칠우는 아비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싶다는 철석이의 부탁으로
죽어도 끼기 싫어하던 양반네들의 반정을 성사시키기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설주는 홍리의 소원대로 신기전을 만들고
결국 명국에게 발각되어 북경으로 끌려가는 연인을 구출하기 위해 칼을 들고 싸웁니다.
그 와중에 덤으로 나라도 구하고 ㅎㅎ
흔히 소탐대실이란 단어와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선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라는 문장으로 축약되는 기존의 영웅물과는 다르게
국가의 중대사보다 나 자신 개인의 행복을 더 추구하는 현대의 인물들과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고로 기존의 영웅들이 우리네 삶과 동떨어져 뜬구름처럼 저 멀리서 움직이고 있었다면,
칠우와 설주는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일상을 함께 숨쉬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감정몰입이 훨씬 더 잘 되는 이유이자 이야기의 수레바퀴를 움직여나가는 힘일 것입니다.
리얼한 현실위에 기반한 판타지.
드라마 최강칠우의 20화 중 전반부 10화는 칠우가 어째서 자객일을 하게 되었는지
자객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동료들과 함께 칠우의 감정과 성격이 어떻게 변화되어가는지를
그 시대상황에 맞추어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최초본격풍속사극이라는 장르명답게
이때까지 기타 사극에서 보여주지못했던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데요.
한 집안을 파탄내고 사채에까지 손을 대게하는,
그리고 삼강오륜을 철저히 지키던 시대라곤 믿어지지않을정도로,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결코 봐주지않았던
면신례(지금으로 치면 대학입학할때나 회사입사할때의 신고식).
사별한 며느리를 성폭행하고 자신의 죄를 감추고 문중에 열녀문이라는 엄청난 국가적 특혜를 끌어오기위해
그 며느리를 결국 죽이고 마는 잔인한 시아버지.
남 부러울 것 없는 양반댁 자제주제에 뭐가 그리 불만이고 허한지 신분 낮은 이들을 짐승보다도 낮게 취급하여
무차별 베기 연쇄사건(지금으로 말하면 묻지마범죄)을 벌이는 잔혹한 도령.
나름 잘살고 있던 중인집안에서 역적으로 몰려 기생집 노비로 팔려가 결국엔 유녀로 인생을 끝내야했던 애처로운 모녀.
뛰어난 글재주를 지녔지만 조선에서 여자로 태어난 탓에 사랑하는 정인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아야했던
실제 역사상으로 존재했던 여류시인 이옥봉.
한낮 동물에게 정3품 당상관에 준하는 벼슬을 내리는 이상한 임금과 그 고ㅎ기리를 이용하여 주민들을 무지막지하게 수탈한 탐관오리.
은혜를 원수로 갚는 나쁜 검계(지금의 조직폭력배).
조선시대 사회구조의 약점을 이용하여 양반층 아녀자들을 겁탈하고 도둑질한 3인조 범죄자일당들.
또다시 무리한 요구를 해대는 청의 사신앞에서
남자들의 잘못을 여자들의 책임으로 떠넘겨버린 ㅉㅈㅇ 왕 인조와 그 대신들.
이들은 모두 실록상에 기록되어있는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들이며,
현대적으로 각색해도 충분히 먹히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시대에도 끊임없이 존재하는 끔찍한 이야기들입니다.
칠우와 함께 사건을 겪고 의뢰를 수행하면서 울어버릴 수 밖에 없는.
기존의 영웅물에서 늘 백성을 위한다 백성들의 이야기를 하겠다 큰소리 쳤지만
막상 최강칠우처럼 적나라하게 제대로 사실적으로 꾸밈없이 그대로 까발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뭐, 쾌도 홍길동에서 쬐끔????)
오직 최강칠우만이 그 시대 민초들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었을 뿐이었죠.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우리시대 문제점을 철저하게 까발리는 시사프로그램이 인기없는 이유가 과연 무엇때문이겠습니까.
우리 시청자들은 일상에서의 피곤함을 티비 대중매체에서마저 고스란히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우리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확 날려줄 수 있는 단순하고 시원하고도 행복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보고싶었던 것입니다.
최강칠우의 리얼리티는 장점이었으나 동시에 단점이자 약점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최강칠우 제작진들의 고민과 고심끝에 중간중간 고단한 이야기의 청량제가 되어줄 양념을 집어넣으니
그것이 바로 B급 쌈마이 연출입니다. ㅋㅋㅋ
칠우와 아이들은 각각 쾌걸 조로와 세일러자자, 흰도포의 싸나이 민자객으로 변.쉰.~~~!! 하게 되었으니
시청자들은 진지한 사극에서 갑작스레 B급 쌈마이로 돌변한 극을 보며 미칠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엄청나게 커다란 만월을 배경으로 채찍을 必자로 휘두르는 쾌걸 칠우 (제작진이 말해주기 전까지 채찍으로 무슨 모양을 그리는지 전혀 몰랐다는 ㅋㅋㅋ)
나무에서 내려오는 그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빛의 속도로 세일러문변신을 하는 자자ㅋㅋㅋㅋㅋㅋ
얌전한 양반댁서생인줄이나 알았더만 집안에 자객변신을 위한 비밀의 방을 숨겨놓고 계셨던 민나으리까지 ㅋㅋㅋㅋㅋㅋㅋ (초반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던 퓨어호스도 빼먹을 순 없죠~^^)
이렇게 완벽한! B급의 매력을 폴폴 풍기면서 어두운 현실을 힘차게 달려가는 이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캐릭설정뿐만 아니라 연출까지 여기저기 얼렁뚱땅 엉성한 B급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이 헤쳐나가는 이야기는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한 것이었으니.
그렇게 그들은 자객일을 하다가 점점 소현세자의 죽음에 관한 비밀로 깊숙하게 연관되어갑니다.
성공사례도 꽤 있었고 나름 가능성이 높았던 반정이 실패한 이후
다시 자객단의 활동으로 소윤이의 미친 왕 인조를 처단해달라는 부탁에
순순히 응한 것이 의아스럽고 아쉽긴 하지만.
마지막 간신배 김자선과의 대결에서 그들이 결코 살아돌아올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있어도
엔딩컷에서 다시 평범하고도 소중했던 일상으로 돌아온 자객단원들 - 아쉽게도 철석이는 죽었지만 - 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어쩐지 그대로 믿고 싶은 겁니다.
머리로는 아니야 꿈이야를 외쳐도
가슴으로는 이것이 진실일거야
그들은 진정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았을거야라고 믿고 싶은.
우리네와 똑같이 닮은 그들이 아픈 현실을 견디고 각자 소망하던 꿈을 이루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최강칠우라는 드라마는 우리에게 현실을 자각시켜주고 동시에 판타지를 통해 희망을 불어넣어줍니다.
만약 결말마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면(아마도 쾌동처럼 모조리 싹 다 죽어버리는;;)
우리는 최강칠우를 영영 기억하고싶지않을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봤자 고단한 현실만 떠올리게 만드니깐요.
영화 신기전 역시 극초반부엔 사대주의를 표방하는 힘없는 나라 조선이
거대강국 명나라에게 굴복하는 굴욕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보는 순간마다 비참하고 분노가 치밀지만 어쩔 수 없는 역사적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홍리를 내줌으로써 자주국방을 포기한 줄 알았던 조선이
다시 홍리를 구출함으로써 리얼한 현실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가 시작됩니다.
홍리를 끌고가는 명국 사신단을 야간기습한 내금위장과 설주네 일당.
영토와 인구 모든 면에서 후달리는 조선사람들이 살아남을 길은 오직 머리쓰는 일뿐이었겠지오.
그래서 그들은 철저하게 계획과 준비를 끝내고 홍리구출작전에 돌입합니다.
배수의 진까지 쳐가며 죽음을 각오한 이들 - 그저 홍리와 함께 하고파서 - 과
무식하게 인해전술로 밀고들어오는 쭝꿔들 ㅋㅋㅋ
배수진을 친채 새벽에서 한 낮으로 바뀌는 과정이 좀 우습긴 했지만
(마치 장예모 감독의 연인에서 두 남자주인공이 죽어라 싸우는 가운데
여름이었나 가을이었던 계절이 갑자기 눈 펑펑 내리는 한겨울로 바뀌었던 연출과 비슷한듯 ㅋ)
일당백, 조선판 300버전으로 우리 군사들 열심히 싸워나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터지는 신 기 전 !!!!!!!!!!!!
화약을 달고있는 화살 100여개가 불꽃놀이를 하듯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뗏놈들을 향해 쏘아져내리는 장면을 보니 어찌나 통쾌하던지오.
사실 영화를 보기전 남동생이 포스터를 보고 하는 말이 신무기 하나 개발한다고 해서
전쟁의 전체적인 패러다임이 바뀌거나 하진 않는다고 하더군요.
현대적인 전투에서처럼 원자폭탄, 미사일, 핵무기, 총 등등 이런 것들이 아니라면요.
물론 승리의 조건에는 신무기 뿐만 아니라 군사인력, 물자, 보급상황, 지휘자의 지혜, 환경적 요건 더불어 운까지
여러가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옛날 고당전쟁때 당태종이 평양성 정벌시 사용하려고 발명한 공성용 무기 충차와 운제같은 신무기를 사용해도
당시 고립무원이었던 안시성을 끝끝내 함락시키지 못한것을 보면
신무기 하나만 있다고 전쟁의 승패가 갈리는 것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무기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는게
임진왜란때 이순신장군님의 전투를 비롯한 우리 수군의 움직임을 보면
화포를 쏘았을때의 충격을 온몸으로 흡수하여 안정적으로 화포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 판옥선이 있었기에
일본군과의 전쟁에서 전부 다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무기란 무기 자체의 효용성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지도자의 지혜와 능력에 따라 그 성능을 확연하게 발휘하는 것같습니다.
아무튼 동생의 그 말때문에 약간 삐뚤어진 시선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귀가 얇아서 ^^;)
신기전을 홍보하는 문구 - 이것이 완성되면 전쟁의 양상이 바뀐다 - 를 보며
무기 하나 바꾼다고 전쟁의 양상이 바뀌겠나 영화가 너무 오바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아닌 우려를 하면서 스크린을 쳐다본지 얼마 지나지않아
그런 걱정(??)은 말끔하게 싹~! 다 날아가더군요 ㅎㅎ
홍리구출 과정에서 벌어지는 명국&여진족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신기전은 그 무시무시한 위용을 맘껏 자랑합니다.
영화에서 소신기전, 중신기전, 대신기전 세종류의 신기전이 나오는데
맨처음 날린 소신기전은 폭탄기능은 없지만
화살 100여개가 한꺼번에 엄청나게 먼 사정거리를 뚫고 적에게 쏟아져내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번째 중신기전이 발사될때 명&여진 연합군은 별것 아니네란 자만하는 표정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을 방패를 들어올립니다.
후훗~ 그러나 중신기전을 너무 만만하게 봤습니다.
중신기전은 방패에 수십개씩 박히자마자 단 몇초만에 사방팔방으로 철심을 튀기며 폭발합니다.
방패는 물론이고 방패 뒤에 숨어있던 적장의 비대한 몸체까지도 갈가리 찢어버립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적거려보니 오늘날의 수류탄의 원리와 동일하다고 그러더군요.
아아, 몇백년전 우리나라엔 우리선조들이 직접 창안하고 제작한 수류탄이 이미 실전에서 사용되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대신기전.
보면서 정말 ㅎㄷㄷ했습니다. 완전 핵폭탄 저리 가라더군요.
이건 정말 보시면 압니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거라서 ㅜㅠㅜㅠㅜㅠ
아무튼 홍리가 명국으로 끌려가기 직전 극적으로 완성한 신기전의 엄청난 위력으로
명국과의 전쟁에서 조선은 승리합니다.
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
우리나라가 옆동네를 이기는 날이 오다뉘~~~~!!
(물론 113만명이라는 엄청난 대군을 동원해 침입한 수와 당을 물리친 고구려가 있긴 하지만
너무 오래전 고대의 이야기인지라)
보면서 얼마나 유쾌상쾌통쾌했는지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힘없고 작은 나라의 후손으로서 알게모르게 선조로부터 이어져내려온 한이 풀리는 이 느낌.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바로 최근에 우리 눈앞에서 굴욕과 수치심과 분노를 포효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지않았습니까?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행사날.
티벳 독립 운동으로 불거진 쭝꿔 대학생들의 개밥에 비벼먹은 막돼먹은 예의범절(?)로 인해
이나라 대한민국의 선량한 시민들이 얼마나 큰 불편과 피해를 입었습니까???
지네들 나라에서는 공안들이 무서워 절대 하지못할 대규모 군중시위를 왜 남의 나라에서 죽어라 해대는 건지.
그것도 어느정도 배웠다는 지식인인 유학생들이 말이지오.
그들에게 우리정부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기억 나십니까.
불행하게도 무능한 우리 나랏님께서는 유학생이란 가면을 쓴 그 많던 짱깨범죄자들 중에서
겨우 딱 한명만을 붙잡아, 그것도 제대로 죄를 심문하지도 못한채
옆동네 주석의 압력으로 돌려보내야했습니다.
옆동네 주인장에게서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듣지도 못한채 말이지오.
사극 속에서나 보던 장면을 실제 현대사회에서 다시 느끼게 될줄이야.
그 기사를 보면서 얼마나 기가 차던지오.
그렇게 늘 당하고만 살던 우리가 매번 괴롭히던 옆집 아이를 호되게 혼내주었을 때의 그 기쁨.
이 카타르시스. 당신들은 정녕 아십니까.
네. 우려하시는 분들. 맞습니다.
역사왜곡이 맞고 그 시대상황상 절대 있을 수 없었던 일이었겠지오.
이것은 전부 다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믿고 싶어지네요.
이 기쁨을, 10년 아니 수백수천년 쌓여있던 체증이 일시에 확~! 가시는 듯한 시원함을
작고 연약한 나라 조선의 후예인 그대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영화 신기전은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꿈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전후상황을 수습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진 기분 좋은 장면들^^
약소국 조선이 한 나라의 국운을 바꿀만한 엄청난 군사무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명황제는
예전 자신이 당연스레 받아오던 조선백성들의 피와 땀이 어린 조공을 고스란히 돌려주고 있더군요 ㅎㅎㅎ
소헌왕후 심씨, 신빈 김씨, 혜빈 양씨 등등 대왕님의 내자들을 모시는 환관들에게 올릴 조공품목이 불리워질때마다
" 아니 왠 마눌아가 그리 많은겨??! ㅡㅜ " 하며 궁시렁거리던 명황제 ㅋㅋ 귀엽더군요.
그리고 다시 조선을 찾은 명국 사신은 더이상 명황제의 그 잘난 위패조각을 들고 오지않습니다.
그 앞에서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 임금께서는 경복궁 근정전 가장 높은 자신의 자리에서
명국사신을 당당하고 근엄한 자세로 맞이합니다.
이젠 조선의 환관이 명의 사신을 대놓고 꼬라볼정도로 위엄이 격상되었군요 ㅎㅎ
사실 전쟁씬이 시작할무렵 만약 운이 좋아 이번 전투에서 이긴다할지라도
앞으로 불거질 명나라와의 외교마찰은 어찌할 것인가란 걱정이 들었었는데,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아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가장 원하던 우리의 모습이었으니깐요.
그리고 우리가 가장 원하던 장면은
그것은 바로 온갖 부귀영화가 따르는 벼슬길을 마다하고
다시 예전의 평범한 일상을 함께 살아가기위해 걸어가는 설주와 홍리.
두 남녀의 뒷모습을 향해 사배를 올리는 대왕님의 모습이었습니다.
대왕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명의 사신에게도 사배를 하는데 이 나라 조선의 진정한 주인인
백성들에게 사배를 올리는건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아, 이 글을 쓰면서 감동이 뻐렁쳐 눈물이 나올라그러네요 ㅎ
이장면만은 유일하게 판타지가 아닙니다.
왜냐구요?
그게 바로 대왕님의 진정한 본모습이었으니깐요.
우리 백성들을 늘 사랑하셔서 죄형법정주의(어떠한 행위가 범죄가 되고 또 그 범죄에 대해 어떠한 형벌을 가하느냐를
미리 성문의 법률로서 규정해두어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고시하시고
죽을 죄를 지은 죄인이라도 혹여나 억울한 이가 생기지않도록 3번 재판 받을 수 있는 삼복법.
조세를 공정하게 거두기위해 조세를 거두는 당사자인 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실시한 세금 여론조사.
그를 통해 몇년간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 탄생시킨 향후 몇백년간 조선의 토지세금제도의 기본뼈대가 되는
연분 9등 전분 6등법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을 모르는 어리석은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시어
한문사용에만 길들여져 기득권층만의 특권과 이득을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는
신료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만의 글 한글을 만드신 우리 세종대왕님
바로 그 분이시기에.
만약 다른 왕이었다면 너무 오바한다;;; 닭살돋는다;;;;;;;; 난리쳐가며
현실적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 비판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애민군주셨던 대왕님이셨기에.
대왕님이라면 실제로 저리했을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에.
영화 신기전은 그렇게 기분 좋게 판타지를 마무리합니다.
드라마 최강칠우와 영화 신기전.
우리가 놓쳐버리고 또한 일부러 고개돌려 외면했던 비참한 현실을 끈질기게 인식시켜서
보는 우리를 괴롭고 지치게 만들었지만
하지만 희망을 포기하지않고 우리가 정녕 바라마지않던 꿈 - 판타지 - 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두 작품을 보는 내내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웃고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도 의금부에서 번을 서면서 새벽의 자객질덕분에 부족해진 잠을 채우기 위해 꾸벅꾸벅 졸고 있을 칠우와
늘 함께였던 믿음직한 아우들과 사랑하는 여인 홍리와 능글능글 웃으며 장사치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설주를.
마음 가는 길은 죽 곧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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