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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의 착각. 나비가 날아 가버리다. 영화는 영화다
ekfqkek 2008-09-14 오전 1:06:55 1708   [2]

가끔 조조 할인영화 보기를 할 때면, 나의 우울증의 초기 증상이 시작할려는 때이다.

울고 싶을 때나, 화가 치밀 때 어둠 속에서 남의 인생살이들을 엿보면 저절로 우울증이 좋아 지는 것 같아서이다.

홀로 영화관을 찾은 아침.

개봉작이 있길래, 영화 팜플랫을 읽어 보았다.

아, 이 배우가 드뎌 나오네, 드라마가 아니네?

이죽거리는 듯 상대를 제압하고 있는  소지섭과 애가 닳아 달려 들려하지만 결코 이길 수 없어 바득바득 거리는 강지환

잘 생긴 두 남자의 얼굴이 예사롭지 않아서 내 취향과 맞을까? 잠시 망설임은 있었지만, 잘 생긴 외모를 내세우지 않고, 잘 나가는 배우 둘이서 저예산 영화에 출연 했다는 점에 맘에 끌려 표를 끊었다. 영화가 막 시작하려는 즈음이었다.

나는 영화를 찍는다는 설정을 두고 두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 밖의 강패와 수타의 삶을 영화로 들여다 보았다. 기타와 트럼팻이 적당이 음을 끌고 당기고 강하고 약하게 울릴 때 마다  점점 더 강패의 순수한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그만이 가진 고독함을 이해 하게 되어 갔다. 그리고, 현실에 적응 못하는 아이같은 철부지 수타가 가련해 보이기 시작해 갔다.

 

어느 누구에게도 속을 들어 낼 수 없고, 잔인함으로 자신을 무장했지만  호텔방에서 양말을 손수 빨고, 약에 취해 젊은 날의 순수했던 시절의 영화의 대사를 읊조리는 소지섭의 깔끄러운 목소리와 눈동자에 그만 손의 맥이 풀려 버렸다.  영화의 초반부터 그만 영화에 아니 배우에 압도되어 버렸다.

익히 들어 왔던, 소지섭이 눈빛으로 연기한다..라는 거 ! 저런 거구나...

나도 가끔은 저런 눈빛으로 삶을 볼 때가 있는데....이루지 못한 내 꿈들이 생각 날 때 나도 내 현실이 지긋지긋해 질 때 저렇게 술을 마시고, 저렇게 할 때가 있는데...

눈물이 같이 핑 돌았다.

그는 음지의 사람이고, 존재감없이 지내야 하는 사람이다.

그의 대사가 생각 난다.

"우린 일반인은 안 건드리거든요. 저런 일반인을 건드리면 골치 아프거든요."

그는 철저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미 그의 조직은 일인자가 감옥에 들어 가 있음으로써 위기를 갖고 있었고, 그는 보스를 위해서 충성을 한다.

그의 삶 자체가 삶이 아닌 것이다. 언제 배신의 칼이 날아 들지 모르는 세상에 그는 서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수타와 강패.

수타를 바라 보는 강패의 눈 빛

"사인 한 장 해 주시죠"

 

명장면의 첫페이지로 꼽고 싶은 장면이다.

그들의 주고 받는 대사도 재밌지만, 수타에게 모욕을 당한 강패의 응징.. 그 타이밍을 기라렸다가 들어 가려고 기다리고 서 있는 강패를 본 일초의 순간... 오매 저것이 숫컷들의 싸움인것이여? 흠씻 놀라웠다.

그 날이 인연이 되어 엎어지게 된 영화를 찍을 상대 배우로 강패를 찾아 간 수타는 꽤나 폼을 잡으며 으스댄다.

"처음엔 내가 지는데, 나중엔 내가 이겨. 내가 주인공이거든"

약간 겁먹은 그에게 한발짝 멀리 떨어져 강패에게 선심쓰듯 영화 출연을 제의 하지만, 강패는 수타에게 진짜 이유를 묻는다. 그리고, 강패가 수타에게 진짜 이유를 묻는 장면은 뒤에도 또 나오는데.... 언제나, 타당한 이유를 찾아 행동하는 그의 삶의 또 다른 방식이다.

강패를 찾아 온 것은 달콤한 꿈이었다.

젊은 시절 꿈꿔온 배우의 꿈.

 

그러나, 그에게는 발을 뺄 수 없는 현실이 있었고, 결국엔 그 현실과 영화를 분별하지 못한 한순간의 착각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결국은 그의 소망이었던 영화배우로서의 꿈을 꾸는 그는 수타와 사랑스런 미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영화와 현실을 구분못해?"  라며 수타에게 냉정한 눈빛으로 그를 떠나 버린다. 그는 그만의 현실로 돌아 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조직으로부터 배척당하고, 적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기에 이른다.  오로지 그를 위해

충성하는 우직한 깡패 동생들을 잃어 버리고.... 그는 그가 꾸었던 잠시의 착각같은 꿈 때문에 생명을 건진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 내 던져진 이 강패.

툭하면 수타에게서 쓰레기라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쓰레기처럼 버려져 비틀거린다.

그가 웅크린채 울음을 우는 것인지, 웃음을 웃는 것인지 모를 소리를 호텔방에서 이불을 입에 물고 뱉어 내면서

숨죽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두번째 명장면으로 꼽는다. 

그는 정의라는 것을 말 할 수 없는 사람이라지만, 그의 삶은 참으로 억울하게 꼬여만 갔다.

강패는 다시 영화로 돌아 온다.

영화사의 문을 여는 강패를 보는 순간, 강패는 이제 죽기를 각오했구나 하고 느꼈다.

왜 냐고...그건 마지막을 보면 내 짐작이 맞았음을 알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애착이 더욱 더 생기고, 강패와의 내기를 걸었던-영화 각본과는 상관없이 진짜로 싸우고 이기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기로 한 약속 때문에 그는 악바리처럼 운동하고 싸움을 익힌다. 전에 없이 열심히 영화를 위해 몸을 던진다. 그러나 그도 매니저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이용당할 처지였고, 강패는 강패의 방법대로 일들을 해결해 주었더랬다. 이런 저런 감정들이 쌓이면서 강패에 대한 깊은 신뢰를 느끼는 수타는 진짜 사랑에 대해 대범해 지고,

싸가지 없는 말투가  조금씩 시건머리 들어 가는 투로 바뀌어 간다. 속 마음을 조금씩 내비친다.

"내가 형한테 고마워 하는 거 알지?" 하는 그만의 방법이나 애인을 만나는 어색함마저 ,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던 찌질한 수타에서 진정한 스타의 착실한 모습으로 변해 간다.

 

강패가 돌아 와서 그 둘은 영화의 완성을 위해 갯벌에서 결투를 벌였다.

귓속에 뻘이 가득하고 두눈만 번뜩이며 두 배우가 섰을 땐 마치 동상을 보는 듯 했다.

갯벌을 묻힌 얼굴을 손으로 쓸어 내는 것을 보지 않고 선 누가 누구인지 팬들이라면 구별 했을까?

누가 누구인지 모를 그들의 싸움에서 강패는 이긴다.

영화감독은 간을 쓸어 내린다. 영화의 결론은 수타의 승리였지만, 실전에서 강패가 이겨 버린 것이다.

그는 말 했었다.

"나는 내 배우를 믿어"

그런 믿음? 영화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강패는 한다.

뒤 돌아 선 것이다.

다시 수타가 일어 서고 강패와 뻘이 튀기는 싸움을 한다. 두사람은 똑같이 넘어지고 ...강패는 그대로 누워 있다.

수타가 비틀거리고 일어 서고 영화는 무사히 찍었다.

강패의 두 눈의 눈썹과 강패의 수염에 한가닥한가닥 묻혀진 갯벌. 그는 갯벌이 잔뜩 묻은 눈을 겨우 뜨며

하늘을 바라 보며 편안한 숨을 쉬어 낸다. 그 미소.

하늘은 구름을 비껴 햇살을 눈부시게 비쳐 보냈다.

아, 하늘이 조금만 더 청명했더라면, 내 가슴은 그대로 부셔져 버렸을 것만 같다.

세번째의 명장면이었다.

 

말갛게 씻은 얼굴로 강패는 차를 몰았다.

그런 그의 낌새를 이상하게 여긴 수타가 그를 쫒았다. 인사동 거리는 덥고 사람들은 북적였다.

강패는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빠져 나갔다. 뒤쫒아 온 수타가 강패를 잡아 본다. 그의 본능적인 느낌은

이미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 다르지만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동족이었다는 걸 증명한 듯 그의 색다른 낌새를 느낀 것이다.

"어디 가?"

"영화 찍으러. 이제 부터 니가 카메라야"

비장한 강패의 모습. 수타의 초조한 발걸음.

거리 곳곳에 강패의 수하들이 서 있다가 강패에게 고개짓을 한다. 강패의 섬득한 눈빛이 그것을 본다.

그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인사동 거리를 들어 섰다.

그는 그의 적을 만나러 나왔던 것이다.  놀란 그 사람 앞에 강패는 차갑게 쏘아 보며 그에게 복종하듯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의 손으로 넘겨진 적의 소장품 청동 불상... 순간 피가 강패의 얼굴에 튀기기 시작했다.

강패는 강패의 삶을 흉내만 내던 수타 앞에서 여과없이 그의 삶을 보여 준 것이다.

청동 불상의 모가지는 떨어지고...길거리에서 적은 불상과 같은 모습으로 쓰러졌다.

강패는 수타를 바라 보았다.

얼굴 반쯤이 피튀겨져 얼룩진 채 바라본다. 그렇게 무의식적인 잔인함을 보여 준 강패의 참 모습에 수타는

어쩔 줄 몰라하며 겁먹은 눈물을 흘린다. 아니, 이미 강패 방식의 따뜻함을 보아 온 수타였기에 그런 처연하고

무심하게 수타를 바라 보는 강패에게 연민의 눈물을 글썽거리며 바라 본다. 말 문이 막혀 버린 채........

네번째 명장면으로 꼽고 싶었다.

 

그러나 순간 관중석에서 아악 하는 소리가 같이 울렸다.

 

화면 가득 강패의 얼굴에 피범벅이 된 채 두 눈만 하얗게 빛나며 수타를 향해 "끄끄끄끄" 하며 웃는 모습이 비쳐졌다.

강패는 수타를 바라보며 말 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게 우리야. 니네 처럼 절대 될 수 없는 .... 인생 잘 만나서 흉내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니네들한테 진짜로 살아

가는 우리는 쓰레기 소리 듣는 ... 이런 모습인 거야. 잘 봐 둬. 적어도 우린 영화와 현실은 구분할 줄 알거든....

 

여전히 수타는 벌벌 떨며 보여지는 현실 앞에서 눈물 글썽이고, 강패는 영화처럼 살 수 없는 자기의 인생을 보여

주며 자조 하며 웃음짓는 것이다.

 

그 둘의 모습을 대비하듯 영화는 이분법으로 끝장면을 처리했다.

다섯번째의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많은 기사들을 검색해 보았다. 왜 그런 결말인가? 김기덕 각본이라는데...

 

깡패영화인 줄 알고 보다가  툭툭 던져지는 대사들의 위트에 깔깔대며 웃다가 수타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다가

강패의 처연한 어둠의 삶을 보고 그만 내 가슴이 툭 하고 떨어져 버린 것 같다.

처음엔 관객의 입장이 되어 영화를 본 것이었는데  종국엔 수타의 모습에서 강패를 바라 본 듯했다.

 

영화가 결론을 명확하게 내려 줘야 좋은 영화다 라고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건 쉬운 영화이지....

그런데, 영화는 영화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려 주지도 않으면서 내게 시사하는 결론을 주는 쉬운 영화인 것이다.

 

어릴 땐 영화로 꿈을 꾸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영화로 시간을 떼웠다. 그러나 지금은 영화를 보며 내 삶을 돌아 본다.  그래서 영화가 좋다.

그러나, 쉽게 영화를 좇아 흉내내는 이들이 간혹 있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영화다~!는  개그의 한 프로에서 말 한 것 처럼 나는 뒷 말을 붙여 주고 싶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 따라 하지 말자"

 

오랫만에 여운을 크게 남기는 영화를 보았다.

이제 막 개봉한 영화의 내용을 너무 많이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하지만, 그러나, 내가 쓴 글의 에피소드는

이 영화에 담겨 있는 수타의 에피소드와 강패의 에피소드를 다 들어서 얘기 하지 않았고, 그래서 글을 올리기가

더 힘들다.

내 느낌의 타당성을 다 옮겨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맘껏, 영화는 영화다에 대해 떠들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이렇게 두 인물이 팡팡 살아 움직이는 영화를 만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랫만의 조조 할인....

정말,  댕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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