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소년,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
나중에 안 얘기지만, 이 영화에서 빌리 엘리어트 역을 맡은 제이미 벨의 실제 유년기 모습은 빌리 엘리어트와 겹친다. 제이미 벨은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커야 했고, 친구들 몰래 발레를 배웠다. 물론 친구들에게 들킴으로서 놀림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런 경험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의 놀라운 연기로 되살아나 자신만이 아니라 그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에게 영롱한 기쁨을 안겨주게 된다.
영화는 T.Rex의 노래에 맞춰 신나게 점프하는 소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노래의 가사처럼 빌리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춤을 췄을 것이다. 처음 발레를 보자마자 빠져 들었던 이유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춤을 췄기 때문일 것이다. 빌리에게 춤은 고단하고 어려운 탄광촌의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서 기능한다. 그가 춤을 포기한다면 그는 아버지와 형이 갔던 그 길, 권투를 배우고 광부가 되는 길 외의 삶을 기대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생각하기 이전부터 춤은 그에겐 즐거움이다. 반대하는 아버지 앞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추는 빌리의 춤사위는 그래서인지 너무 감동적이다.
“춤을 추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모든 걸 잊게 돼요. 다 사라져버려요. 마치 몸에 불이 붙어 변해 한 마리 새가 된 것 같아요. 전기처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노조의 파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투쟁을 이끄는 형은 경찰에 끌려간다. 어쩌면 영국 노동계급, 그것도 사양화되어 가는 탄광 노동자에게 춤이란 애당초 꾸지 못할 꿈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빌리는 꿈을 꿨고 그 꿈을 이뤘다. 어떻게 보면 빌리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은 작위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비참한 삶일지라도 꿈마저 앗아가 버리는 현실은 너무 참혹하다. 영화는 그래서 희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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