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으로 관람하는것을 미루다 미루다 보게 된 영화
예고편은 그럴싸 했지만 그리도 보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장르의 한국 영화는 하나같이 졸작소리를 들으며 묻혀버렸기때문이었다.
흥행성이 떨어지더라도 기억에 남을만한 명작품이라 하기에도 그렇고 말이다.
올가을 한국영화 최고 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영화도 그런 취급을 받지않기를 바랬다.
신선한 소재 자체는 좋았다.
이 이야기는 세종때의 이야기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치이는 속국의 멍에를 짊어진 작은 나라 조선을
세종대왕의 비밀병기인 신기전를 제대로 활용해서 그 당시 막강한 힘을 가진 중국에게
큰소리 치는 한국이 되었다는, 통쾌할수도 있는 줄거리다.
그러나!
상상력을 발휘하다보니, 이것저것 넣고 싶은게 너무 많아 어느것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일까.
첫번째로 감독의 가장 큰 실수는 뜬금없는 설주와 홍리의 억지스러운 로맨스이다.
이러한 영화에서의 로맨스가 필요할까 싶고 또한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한다.
아예 그런 로맨스 없이 사실에 입각한 역사물로 가던가,
신무기의 개발>이라는 점을 내세운 정도의 역할이어야 하는데,
곧 죽어도 이 로맨스는 포기 할 수 없었나보다.
영화부분중, 여주인공이 당연히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주인공이 죽으면 이제 울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던중
전혀 예상치 못하게 꿋꿋이 살려둠으로써 완성하고자 했던
이 뻔한 로맨스 덕분에 결말은 더욱 유치찬란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주인공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김태희도 예전에 중천에서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던데,
그때의 느낌이 지금의 한은정 같았을까?
어찌나 홍리가 나오는 장면마다 튀는지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오히려 유일한 여자 조연으로 나왔던 방옥(류현경)이 훨씬 자연스럽게 녹아났다고나 할까.
두번째로 이 영화, 코미디도 포기하지 않는다.
곳곳에 웃기는 장면들을 집어넣어 터트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지 실소를 머금게 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하지만 안타까왔던 것은, 막상 감독이 웃기려 했던 부분보다는 진지한 부분에서
관객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는 점이다.
안타까웠다.
연기 잘하는 정재영과 오랜만에 얼굴을 보이는 이경영등.. 배우들의 연기력은 꽤 괜찮았다.
세번째 안타까운 점으로..
이 영화는 멋진 주인공마저 포기할 수 없었다.
주인공 설주는 너무나도 능력이 뛰어난, 못하는게 없는 역할로 나온다.
이 얼마나 지루한 설정인가. 오히려 극 초반의 금오(이경영)의 캐릭터가 훨씬 더 매력적이고 신선했다.
그래, 뭐 이런 주인공 때문에 액션 장르는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전쟁씬을 보면서 든 생각... 이게 전쟁씬이라 말할수있을까...?
후반부 전쟁씬에서 대신기전이 등장하자 그 포스에 웅장함을 느껴야함이 마땅한 관객들은 폭소를 터트렸고,
그것이 터지는 과정을 보고 또 어이를 상실했다. 요즘 드라마도 너무나 잘 만들기때문에
이 정도의 전쟁씬은 찍는다.
역사물이니 만큼 역사적인 고증이 뒷받침이 되어야 했다.
이 영화중에서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고 최고의 순간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중국에 환관과 공녀들을 보내야 했던 장면이었다.
역사책을 보면 환관과 공녀를 중국 황실에 바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그렇게 팔려갔던
공녀들이 어떻게 되었네 하는 이야기도 종종 듣긴했지만 환관이 어떻게 보내어지는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던 터라;;
이 영화에서는 어린 소년들을 잡아들여 고자로 만드는 장면이 1~2분여간 소개가 되었는데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구나
나라가 힘이 없으니 저렇게 많은 소년들이 거세를 당하고 그와중에 많은 어린 남자아이들이
죽어가고 정말 이런 허탈하고 말도 못하게 가슴아픈 일도 있었구나...
우리나라의 주인이라 자칭하는 저들에게 1000명을 보내기 위해서 저렇게 죄없는 어린소년들을 역시
목숨을 뺏어야 했구나.
이 부분은 나름 안타깝고 슬픈 장면이며 가슴칠만큼 억울한 장면이기도 했다.
아무리 한국사람의본성이 본전찾기 습성이라하나 관객의 눈은 이미 오래전에 바껴있다.
낸 돈이 아까워 극장에서 본전 찾아보자고 오래 앉아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이유가 마땅치 않았다.
또한 제작비가 엄청나게 들어가는 그런 영화들은
헐리우드영화류에서 많이 보여주기때문에
그런것또한 원하지 않는다.
보다 우리 정서에 맞는 우리들의 이야기 혹은 단단한 구성으로 짜여진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짧고 굵으면서 담백하게 풀어내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신기전 같은 경우는 소재가 우리 정서에 어느 정도 먹힐 만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욕심을 버리고 보다 담백하게 필요한 내용만 쏙쏙 뽑아서 이야기를 꾸려나갔다면..
더 적은 제작비로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지만
기대를 하지않고 보면 좋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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