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 말... 미안하다.. 사랑한다... ★★★
<스마트 피플>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타인과의 소통 방법은 모르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이다. 시를 쓰는 문학청년인 아들 제임스(애쉬튼 홈즈)는 둘 사이에 끼지 못하고 기숙사에서 홀로 생활하며 아버지 로렌스(데니스 퀘이드)와 딸 바네사(엘렌 페이지)는 서로가 아니면 같이 밥 먹을 사람도 대화할 사람도 없다. 그러면서도 둘은 자신들을 제외한 타인이 ‘비정상’이며, ‘멍청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이렇게 자신 밖에 모르는 부녀 앞에 여의사 자넷(사라 제시카 파커)과 입양된 삼촌 척(토마스 헤이든 처치)이 그들만의 세상에 비집고 들어온다.
타인과의 소통에 관한 얘기, 자신만의 세계에 침입한 타인으로 인해 소통하고 사랑하게 되는 얘기는 사실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스마트 피플>의 전반적인 느낌은 잔잔하고 긴밀하며 유쾌하다. 뻔한 얘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배우들이 서로 틱틱거리며 주고받는 대화에서 오는 재미와 적당한 시간에 아버지에서 딸로, 딸에서 아버지로 넘어가는 이야기의 흐름, 그리고 그걸 감싸고도는 배우들의 연기와 어쿠스틱한 음악의 감칠맛에 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는 전형적이고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의 집중력을 유지시켜주는 최고의 장점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편하다는 느낌을 준다. 약간 무게 잡는 역을 주로 하는 데니스 퀘이드에게 이런 편안함이 있었나 싶고, 대학 초년생일 때 품었던 사랑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여의사 자넷으로 나오는 사라 제시카 파커도 <섹스 앤 더 시키>와는 사뭇 다르다. <스파이더맨 3>의 샌드맨으로 낯이 익은 토마스 헤이든 처치의 엉뚱함도 귀엽고 출연 분량은 적지만 <폭력의 역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한 애쉬튼 홈즈의 배치도 적당하다. 물론 그 중에서도 엘렌 페이지를 보는 재미가 가장 쏠쏠하다. <주노>의 연기와 비교해서 큰 연기 변신은 아니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는 영화에 나온 부녀와 같은 기질이 어느 정도씩은 존재한다. 즉, 사람들은 대게 모든 걸 자기 기준에 맞춰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에게 아픈 상처가 될 말이나 행동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 버리고는 ‘왜 그래?’ ‘내가 무슨 잘못한 거야?’라고 되묻는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말 한마디로 충분한 것을. 물론, 보통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경험함에 따라 교정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따라서 이 영화는 똑똑한 괴짜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보통사람인 우리 자신을 반추하는 얘기다.
※ 딸 바네사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공화당 청년모임이다. 사람들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나는 이것을 일종의 풍자로 받아 들였다. 상대적으로 진보적 분위기의 헐리웃에서 공화당에 대한 우호적 입장이 등장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바네사는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독단적이며, 거만하다. 감독이 느끼는 공화당(보수파)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집단의 이미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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