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의 히스레져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히스레져를 이전에 알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렇지 않았겠는가.
올라와 있는 리뷰들도 히스레져에 대한 찬사와 안타까움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다.
확실히 그의 연기는 훌륭했다. 때로는 소름끼칠 정도로.
그러나 그가 우리와 숨을 쉬고 있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이
그의 연기를 더욱 전율하며 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연기한 것은 선인이 아닌 악인.
만약 그가 선인, 또는 무난한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죽었다면
우리는 그저 짧은 시간 동안 그의 영화를 추억해보고 말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이 세상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악 자체를 연기했기 때문에
그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그의 캐릭터와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여운 긴 미스터리를 남긴다.
배우 히스레져가 사라져버린 덕분에,
스크린 속의 조커는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남다른 생명력을 얻었다.
'다크나이트'가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 같은 '타이타닉'의 흥행기록을 바짝 뒤쫓고 있는 영광의 이면에는
앞날이 창창했던 이 젊은 배우의 죽음이 자리잡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그의 죽음 때문에 '다크나이트'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그의 유작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게 되었을 것이고,
그의 죽음에 잠재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는 이 작품에 그가 들인 공로를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별한 카리스마를 얻은 조커의 존재는, 가장 좋은 홍보수단이라는 '입소문'을 심히 자극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요인들로 인해,
'다크나이트'는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너무도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다크나이트'를 폄하할 생각은 없으며, 충분히, 대단히 훌륭한 작품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너무도 촉망받았던 젊은 배우의 죽음이 안타까워서
'다크나이트'가 그의 죽음으로 지금의 영광을 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다크나이트'가 세우고 있는 흥행기록이 축소될지라도
히스레져의 죽음이 돌이켜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연기는 다음의 두 가지 접근법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작품 속의 '그' 자체가 되도록 몰두하고 미치는 것,
아니면 작품 속의 '그'를 '나'의 그릇으로 재창조하는 것.
이안 감독의 말처럼 그는 몰두하고 미치는 타입의 배우였고 한 가지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연애도 영화에서 만난 배우들과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정도로 말이다.
죽기 전에 촬영했던 영화들에서 대부분 '정상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맡았으며,
결국 연속적으로 극단적인 캐릭터에 몰두하면서 그의 정신은 매우 쇠약해졌을 것이다.
쇠약해진 정신에 자연스럽게 함께 약해진 육체 때문에
같이 먹어서는 안 될 약까지 같이 먹다가 죽은 것이 현재 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그의 죽음의 전말이다.
결과적으로 히스레져는 조커라는 캐릭터를 자신의 생명으로 살아 숨쉬게 만들었다.
그러나 히스! 그러면 아니되었다.ㅠ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향으로 연기했으면 좋았을 것을.
빛나는 흥행의 신화도, 불후의 연기라는 찬사도
네가 살아서 오랜 세월 동안 보여주었을 또 다른 작품들과,
곱게 빛을 받으며 늙어가는 배우로서의 모습에 비하면
의미 없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