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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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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3 오전 10:4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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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좋은 계절 5월이다. 월드컵을 코 앞에 두고 있고, 지방 자치선거다 대통령 선거, 각종 비리 게이트들로 사회가 무척이나 어지럽기만 한데, 날씨는 세상이 어지러운지 아는지 모르는지 청명하기만 하다. 이런 날씨라면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다. 이 봄 나에게 찾아올 것만 같은 사랑을 찾아서 말이다.
비 개인 후 무지개 끝의 청명한 날씨만큼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일 것 같은 제목의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아름다운 5월에 딱 맞는 멜로 영화 인 듯 싶다. 하지만 감독은 관객이 그렇고 그런 기존의 멜로 영화엔 식상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이전에 보아왔던 단순한 멜로 영화와는 차별성을 둔다. 멜로라는 장르에 미스터리를 가미한 미스터리 멜로가 그것. 그렇담 미스터리 멜로란 무엇일까 ? 영화는 단순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사랑을 하는 단순한 사랑이야기에 기억상실증 이라는 조건을 단다. 그러니까 영화의 남녀 주인공은 기억상실증을 매개로 만나 기억을 더듬어 가는 과정에서 그들은 사랑을 느끼게 되고, 과거의 사랑을 찾는 남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그 사랑에 회의가 느껴짐과 동시에 같이 기억을 더듬는 여자 주인공에게 끌리게 되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의 반복으로 이제는 그가 좋아지기 시작한 그녀지만 그의 과거의 그녀 때문에 선뜻 그에 대한 이끌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구조를 통해 과연 남자주인공이 찾는 사랑은 누구일까에 계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동시에 현재 남녀주인공들이 과연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관객에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굉장히 매력적인 구조의 영화의 틀을 가지고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시놉시스. 기상캐스터인 진수(이정재)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큰 부상 없이 업무에 복귀한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사고로 인해 자신의 기억 중 일부분을 기억하지 못함을 깨닫는다. 더구나 자신이 대학시절부터 남몰래 사랑을 키워온 여인이 있었다는데 그녀가 누구인지 그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사라진 기억을 찾기 위해 그는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와중에 상인(정찬)과 연인관계 였던 연희(장진영)의 전화녹음을 계기로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그는 점차 과거와의 조우를 하게 된다. 마치 과거에 찍어 놓았던 사진을 인화하듯, 서랍장 깊숙한 곳에 두어 잊고 있었던 사진첩을 꺼내어 하나하나 그때의 기분을 만끽이라도 하듯 그들은 과거로의 여행을 하기 시작한다. 연희(장진영)에게서 도움을 받으면서 진수는 그녀의 사려 깊음에 친구이상의 호감을 느끼고 그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랑했던 과거의 여자를 찾기 보다는 현재 그에게 다가오는 사랑을 붙잡고 싶어하는데… 하지만 연희는 과거의 그녀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다가오는 그를 받아들일 수 만은 없는데…
무엇보다도 영화는 아름다운 사랑을 다룬 멜로 영화답게 시종 아름답다. 멜로 영화에서 유난히 빛을 바라는 멋진 남자 이정재는 과거를 잃어버린 그래서 그것을 안타까이 찾는 로맨틱한 남자 진수의 모습에 비 갠후의 상큼하고 깨끗한 햇살과 같은 느낌의 수채화 같은 여자 장진영은 친구의 소중한 기억도 자신의 기억인양 기꺼이 그를 돕는 착한 여자 연희의 모습에 너무도 잘 어울린다. 더구나 과거의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진수와 연관된 여인들이나 메모리즈 식구들 그리고 그들의 경쾌한 대학생활의 모습들은 영화가 마냥 감상적인 멜로 영화가 되지 않고 젊은 느낌이 가득한 청춘 영화의 느낌도 동시에 전해준다. 특히 이 영화의 감초 역을 충실히 하고 있는 공형진, 최재원의 연기는 경쾌한 영화에 즐거움까지 던져준다.
영화의 곳곳에 던져져 있는 상징. 영화 속 주인공 진수와 연희의 직업은 그들이 극중의 역할과 맞닿아 있다. 내일의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캐스터, 진수 -미래에 충실하고 픈 남자 표면적으로 그는 과거의 기억을 잃어 버린 이유로 과거의 여인에 대해 궁금증을 느끼고 그녀를 찾아 다니지만 그러는 와중에서 만난 연희가 그의 마음에 들어오게 된다. 그는 그녀의 의미에 대해 느끼는 순간부터 과거의 여인에 대해선 미련이 없어지고 현재 느끼는 사랑인 연희에 충실하고자 한다. 그에게 다가올 미래의 사랑에 말이다.
지하철 분실물 센터 직원, 연희.- 타인의 과거도 소중히 생각하는 여자 그의 기억을 같이 더듬어 나가며 그의 기억을 찾아 주고픈 여자 연희는 과거에 몹시도 집착하는 성향을 가진다. 잃어버린 물건을 보관하고 있다가 유실물 센터 직원이라는 직업 답게 그녀는 진수의 과거에 몹시도 집착하고 현재 느끼는 그에 대한 이끌림 조차도 그의 과거의 사랑 때문에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기억 저편의 그녀, 그녀의 별명은 무지개 영화 속에서 진수는 기억나지 않는 그녀의 별명은 무지개. 그가 대학시절 지은 영시의 제목 <Trace of Sunshine>에서 따온 그녀의 별명 ‘무지개’는 여러가지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기존에 무지개가 상징하는 것, 맑음, 청명, 순수, 희망,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 그가 영화 속에서 시종 찾고 있었던 그녀는, 그의 무지개였던 것이다. 즉, 그녀는 그의 성인이 되어 잃어버렸을 법한 순수한 사랑인 동시에, 그에게 사랑이라는 삶의 윤활유인 동시에, 일상에 찌든 그의 삶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또한, 무지개처럼 아름다웠던, 따뜻했던 그리고 순수한 시절에 한번쯤 느껴보았을 법한, 있었을 법한 우리의 첫사랑에 대한 향수였던 것이다.
그들이 함께 청춘을 보낸 곳 사진 동아리. 우리의 주인공 진우, 연희 그리고 상인은 대학시절 메모리즈라는 사진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서 우정과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8년이 지나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진우가 그 기억을 더듬어 가기 위해 한 권의 사진첩을 찾아 그 속의 사진을 들춰내듯 기억을 반추하는 계기가 메모리즈. 그들이 활동했던 대학시절 사진 동아리는 어쩌면 진우가 현재 기억을 잃어버릴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그에게 생생한 과거의 모습을 ‘콕콕’ 찍어서 보여준다. 기억을 반추 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이 사진이기에 영화는 사진 동아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들의 과거의 순수했던 시절로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영화의 스타일. 영화는 내용상 진우의 잃어버린 과거의 연인을 찾기 위해 계속적으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 되어야 하는 줄거리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플래쉬 백에 의한 회상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스타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회상이라는 것이 너무 자주 반복되면 관객들이 줄거리를 따라잡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과거와 현재를 분리해서 다루게 되면 영화의 구성이 너무 단순해 진다는 약점이 생기기에 이 부분을 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영화는 자칫 관객의 외면을 받을만한 지루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가 되어버릴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우려를 말끔히 씻어준다. 영화 속 회상장면은 진우가 과거의 여인을 찾으러 만난 친구와의 대화에서 잠깐, 연희와 그때를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조금은 길게 때론 사진 속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의 카메라 플래쉬와 함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회상을 하되 대화 속에 회상을 끼워 넣어서 그 설명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하고 회상의 형식에 대한 반복을 하지 않음으로 써 영화는 반복되는 회상에 대한 진부함을 극복한다. 그리고 그 회상과 현실이 일치하는 순간 진우는 자신이 진정 바라던 여자가 누군지 아는 확실한 마무리를 짓는다. 이 영화 속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회상이 진행 되었는가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영화의 재미를 느끼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스테디캠 카메라에 의한 경쾌한 화면. 영화를 가만히 들여다 보게 되면 한 장면의 속에서도 카메라의 움직임이 유난히 빠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카메라의 흔들림을 느낀다. 이것은 스테디캠 카메라로 찍은 흔적 이다. 젊은 대학시절의 신선한 경쾌한 그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선 스테디캠 촬영방식처럼 좋은 방법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칫 멜로라는 형식 때문에 축 처질 수도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보다 더 좋은 방식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영화 속 스태디캠 카메라 속의 주인공들은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신나게 우리를 20대 초반 대학시절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게 해주는 구실을 한다.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꽤 잘 만들어진 멜로 영화이다. 극중 남녀주인공의 캐릭터 들도 예쁘고, 그들이 이루어 가는 사랑의 모습도 아름답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다지 완벽한 영화가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진우가 찾아가는 과거 속의 그녀. 기억상실증이라는 벽 저편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 내내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질 않고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그 모습을 드러내 관객의 궁금증을 해소 시키긴 하지만 그 결과는 어째 뻔하다는 느낌이다. 미스터리에서 가장 중요해야 할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가 영화 중간에 미리 드러나 버린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영화의 줄거리는 미스터리 형식의 구조를 띠기는 하지만 관객은 진우가 그토록 찾는 여자가 누구일지는 영화의 중반 정도만 보면 짐작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니까 미스터리가 그 구실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미스터리 멜로 영화라는 뜻이다.
어쩜 김빠진 미스터리 멜로 영화일지 모르는 이 영화가 나는 그래도 좋다. 줄거리 상의 허점만을 제외하고는 이 영화 속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언제나 멜로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이는 이정재의 모습이 멋드러지고, 장진영의 순수 하고 깨끗한 모습이 예쁘고, 주인공의 아름다운 모습만큼이나 아름답게 구성되어 있는 화면이, 구성이 멋지다. 무엇보다도 난 이 영화를 보면서 20대 초반 대학시절로 푹 빠져들어갔다. 영화 속 메모리즈 동아리 속의 그 친구들처럼 나에게도 있었을 법한 그 시절 그때의 순수했던 학창시절과 이성에 친구에 대한 감정에 푹 빠져들어 갔다. 나에게도 저런 학창시절이, 여자친구만큼 친했던 남자 친구들이 있었구나하는…. 이제는 결혼을 해서 연락도 뜸해지고 나이를 먹어 사회생활이 바쁜 그 시절 친구들에게 한번쯤 전화를 해야 겠다는 반성을 그때 가졌을 법한 순수했던 첫사랑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볼 수 있는 흐뭇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거나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들에겐 꽤 괜찮게 다가올 것 같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는 생각을 하였다. 애인이 없으신 여러분들은 사랑을 키우고 싶으신 분과 이 영화를 보시라, 혹시 아나 영화를 보면서 ‘필’이 꽂힐지…
무비걸. www.on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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