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까놓고 얘기하자.
이 영화 정말 재미난가?
잘 이해가 안된다.
나 B급 영화 좋아한다.
타란티노도, 주성치도 내겐 이미 천재다.
뉴질랜드 시절의 피터잭슨이나, 이블데드시절의 샘레이미에 열광하며,
"모두 하고 있냐"의 키타노 타케시같은 영화는 거의 포복절도 수준이다.
근데,,이 영화는 약하다.
유머도, 액션도 여간 소심한게 아니다.
지르려면 제대로 지르던가,
초반의 문어체의 유머와 성수대교를 두만강, 압록강이라고 우기는 뻔뻔함이 주는 사랑스러움은,
그러나 오랜시간을 버텨주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는 공효진과 박양의 연기도 어설프기 짝이없으며,
처음엔 너무나 신선했던 우리말같은 외국어 연기도
시간이 갈수록 지루해지다가는 급기야 극의 이야기 전달을 방해하기까지에 이른다.
이건 그때 그냥 10분짜리 인터넷 영화로 끝냈어야 하는 영화였다.
이게 90분을 늘리다보니 초반의 유머도 실종되고, 캐릭터도 뜬금없다.
다만 이 영화에서 모두 황당하고 코믹스런 상황에서 혼자만 유독 시종일관 진지한 임원희의 연기만이
그마나 이 약한 영화를 살리는 힘이다.
나 밝혀두지만,
류승완의 팬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마지막 눈밭에서의 쓸쓸한 죽음은,
그 처연한 음악과 더불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한국영화 최고의 엔딩이라고까지 감히 말할수있다.
그래서 열광했고,
예전 코아아트홀 시절에 내 돈내고 2번을 봤다.
그러나,,그는 그 영화가 꼭지점이었다.
그 뒤로 "피도 눈물도 없이"는 가이리치나 아모레스 페로스나 대니보일의 짜집기의 냄새가 풍겼으며,
"아라한"은 세상에,,액션이 늘어진다.
"주먹이 운다" 또한 두 배우의 쥑이는 연기가 아니었다면,
스타일도, 스토리도, 뭐 그냥 그랬던 범작이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류승완을 좋아한다.
그의 유쾌함과 당돌함을 응원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건 아닌데,,그래도,,그래도,,
하는 믿음마저,,
이 다찌마와 리에서는 거둬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슬픈 우려가 생긴다.
모르겠다,
내 취향이 다만 맞지 않아서일지도..
그러나,,
나,,이런 b급 유머에 환장하는 사람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영화 "좋지 아니한가"를 볼땐,
극장에서 눈물, 콧물, 다 빼느라,,거의 우리는 그 극장의 왕따였다,
앞뒤로 우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던 그 눈초리,,아,,뻘쭘,,
그 정도는 질렀어야지,
그 영화 감독이 "말아톤"의 감독이더만,
말아톤이라는 데뷰작으로 대중들과 제작진들의 눈치를 보고,
이제 어느정도 성공했다보이니까,
그제야,,자기 하고싶은대로 마구 질러댄듯한,,
그래서 멋져버렸던 영화,,
그 막나가는 유머와 사랑스러움에 정말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고 싶을 지경이었으니,
내게 외국영화만 쫓는 사대주의자라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류승완에게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이나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이나
" 좋지 아니한가"의 "정윤철"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같은 감독들의
감동이나 따스함을 구하는게 아니다.
(참고로, 저런 영화들 안에 내제한 지금 당신들이 광분하는 그 B급 코드는 왜 한국에선 장사가 안되는 거? 참,,요상하네,,)
그저 맘껏 질러줬으면,
첫 영화가 그랬듯이,
그냥 눈치볼것없이 영화라는 틀안에서 맘껏 똘아이처럼 질러댔으면,
그렇게 즐겼으면,,그걸 바라는거다.
그럴수 있을것처럼 보였던 사람이니까,,
(이거 결코 비하 아님,,주성치나 타란티노는 적어도 이걸 제대로 해낼줄 아는 감독이니까)
아니,,모든 루져와 비주류를 살포시 감싸는 채플린같은 짠한 주성치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데쓰 프루프'의 마지막 한방같은 유쾌함,,그것만이라도 제대로 터져줬으면,,
그런데,,눈밭에서의 그 추격신은 대체 뭥미?
왜 그렇게 길게 별 소득도 없는 신을 늘려댄건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위에 열거한 주옥같은 좋은 한국영화들은 이렇게 철저히 무시된 상황에서,
내 보기엔, 별로 대단할것도 없는, 아니 무척이나 소심하고 별 매력없는 이 영화가,
아니 류승완이라는 감독 자체만 유독,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데 대한 괜한 어긋짱인지도,,
거기에 " 이 영화 원래 이런거예요,,영화도 볼줄 모르면서,,이건 원래 b급 영화잖아요,,"하는 이들의 댓글까지에는 더 실소가 터진다,,
암튼,,난 이 영화로,
아쉽지만, 데뷔초부터 걸어왔던 류승완에게 대한 기대를 거둔다. 씨,
그는 내가 생각했던것처럼 천재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더없이 유쾌하게 질러댈만한 똘아이도 아니었다는거,,
그래도,,
여전히 난 류승완을 응원할거다.
그나마,,한국에서 제작자 눈치를 보지 않고 당신처럼 지를수있는 "인기"를 가진 감독도 얼마 안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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