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5월중순에 크랭크인해서 7월초에 크랭크업하고 한달만에 편집하고, 시사회하고 개봉하였다. 대략 두달만에 만들고 개봉한 이 영화를 두고 나는 애초에 큰 기대를 하는것 자체가 무리이지 않는가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실 아무런 기대도 하지않고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 남규리가 좀비 친구들에게 쫒기는 앞서 뜬금없는 장면으로 오프닝을 연 후 영화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바로 시험 당일 시험을 앞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서말이다. 대한민국 사람에서 교육과정을 받은 사람들에겐, 특히 수능세대들에게 '시험'이라는 존재는 땔래야 땔수 없는 지겨우면서도 두려운 존재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이후 내리 10년을 넘는 시간동안 기본적으로 일년에 4번은 시험을 보았다. 여기에 중간 중간 보는 학업성취도 평가나 모의고사 등을 생각하면 무수히 많은 시험을 우리는 보고 살아왔다. 특히 고3시절의 경우 정규시험에서 모의고사까지 거의 매달 시험을 보다시피하고 살아왔다. 이쯤되면 시험이라는 것이 익숙하기도 할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험'이라는 이놈이 얼마나 잔인한지 볼때마다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평상시 능수능란하게 해오던 것들도 시험이라는 이름아래에서 하게되면 왠지 긴장하게 되고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를 하게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시험은 보이지 않는 긴장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영화는 이러한 시험이 줄수 있는 긴장감 혹은 공포를 초반 잘 보여주고 있다. 시험당일 극도의 예민한 상태의 아이들의 모습에서부터 시험 시작 종소리가 주는 두려움, 시험 시작전 고요함 속에서 선생님이 시험지 묶음을 찢는 소리와 시험지를 펼치고 넘길때의 날카로운 종이 소리, 그리고 시험 종료 10분전이라는 말에 더욱 긴장하는 학생들의 모습까지 영화는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시험이라는 공공의 적?이 주는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 장면은 특별히 무서운 장면들이 아님에도 왠지 긴장되고 서늘한 느낌이 든다. 이 긴장감은 초반 중간고사가 끝나고 소수의 특별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피의 중간고사가 시작되고, 몇몇 등장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최고조에 달하게 되지만 그후로는 더큰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다만 문제를 풀지 못하면 친구가 죽게되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인한 방법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주는 약간의 긴장감만 있을뿐이다.
이 영화가 죽음의 전제로 깔고 있는 피의 중간고사 문제 또한 관객의 다소 맥빠자게 만든다. 영화는 문제를 풀지못하면 친구가 죽는 두뇌게임을 영화적 장치로 이용하고 있지만 그 게임속으로 전혀 관객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단지 스크린속 그들만이 그 문제를 풀어나갈뿐 관객들에게는 그 문제를 풀시간조차 주지않는다.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하기가 더욱힘들다. 보통 잘만들어진 스릴러 영화의 경우 관객과 함께 문제(사건)를 풀어감으로써 관객을 이야기속으로 끌어들어 몰입하게 만드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풀이 과정이 생략하고 있다. 그냥 주인공들이 돌아가면서 직관적으로 문제를 풀어갈뿐이다. 그래서 관객은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다. 그저 관객은 관찰자의 시점에서 바라만 볼수 있을뿐이다. 사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피의 중간고사 문제 수준을 보면 학교에서 가장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모인 특별반 아이들이 도대체 왜 풀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나마 인상적인 것은 학생들의 살해방법이다.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본적없는 <쏘우>식의 이 영화의 살해방법은 그 잔인함으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쏘우>의 열혈팬이거나 <쏘우>를 재미나게 본 사림이라면 이 영화가 그다지 크게 잔인하지 않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쏘우>를 너무 잔인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관객이라면 이정도 잔인함으로 충분히 긴장감을 느낄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세라는 관람등급을 생각하면 이정도면 충분히 잔인해보이면서도 인상적이다.
공포를 유발하는데 과도한 음향효과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그동안 한국공포영화들 경우 제대로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는 사다코의 후예들과 과도한 음향효과로 관객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그로인해 관객들은 공포는 커녕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비해 이 영화는 과도한 음향효과를사용하기 보다는 앞서 말한 새로운 살해 방법을 이용하여 신선한 영상을 통한 공포를 유발시키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같은경우 딱히 할말이 없다. 90여분의 시간동안 배우들은 열심히 살인게임을 풀기위해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딱히 연기력이 필요하다거나 뛰어나 보이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뭐 배우들이 아무리 연기를 잘했다고해도 이 영화 스토리라인 가지고는 크게 빛나기 어려워 보이기도하지만...일부 언론에서 '남규리' 연기가 기대이상이고, '윤정희'연기는 국어교과서 읽기수준이라고 혹평했지만 내보기엔 둘다 도진개진이다. 남규리가 기대이상으로 보이는 것은 싸가지 없어 보이는 영화속 캐릭터가 그녀의 평소 이미지랑 맞아떨어지기 때문이고, 윤정희의 연기가 못나보이는 것은 캐릭터 자체가 하는일이 없기때문이다.
이 영화는 영화의 전체적 흐름과 전혀 상관없는 다소 뜬금없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영화 흐름상 전혀 예상이 불가능한, 왠지 그래서는 안될것 같은 뜬금없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특히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동안 보여주는 보너스 컷은 거의 대박수준이다. 이건 뭐 감독이 재기발랄하다고 해야하나, 관객의 허를 찌른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 장면은 누구도 예상못한 장면을 보여줌은 틀림없다. 제대로 공포를 주지 못했다면 차라리 마지막에 제대로 웃음이라도 주자는 감독의 생각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다소 당황스러운 감독의 이러한 연출은 이 영화가 영화적 완성도 보다는 그저 '즐길거리'의 하나로 영화를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하는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필자는 이영화를 아무런 기대없이, 단지 올여름유일한 한국공포영화라는 희소성때문에 보았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개인적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개봉첫주 전국관객 50만을 돌파한것 보면 일단 관객들의 시선을끌어잡는데에는 성공한듯 보인다. 여기에는 배급사 SK텔레콤과 제작협력자 엠넷미디어의 공격적인 마케팅(연일 관련기사를 쏟아내는 그 부지런함을 보라!)의 힘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20억원에도 못미치는 제작비로 두달만에 만들어진 영화치곤 이정도면 괜찮지 아니한가? 영화적 완성도는 뒤로 하더라도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하나의 '즐길거리'로써는 개인적으로 꽤나 괜찮은 아이템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영화도 한철장사이므로 일단 관객의 시선을 잡은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이미성공한 것이기때문에 말이다.
물론 선택은 당신의 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