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시작, 배경부터가 전작들하곤 달라보였다. 만들어진 세트의 느낌이 물씬 났던 고담 시티는 사라지고, 뭔가 우리가 사는 현실적인 배경과 영상이 나올 때부터 이 영화 뭔가 달라졌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 오싹한 조커의 모습이 등장하고 영화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사회를 아우르기 시작했다..
비단 사실이다. 이 영화가 '조커'로 인해 완성된 걸작임을. 그러나, 조커뿐만이 아니었다. '고든'역의 게리 올드만, '투 페이스 하비덴트'의 애론 엑하트, '레이첼'역의 매기 질렌할, '폭스' 모건 프리먼', '알프레드' 마이클 케인, 그리고 우리 '다크 나이트' 배트맨역의 크리스천 베일.... 이 모두가, 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모두 모여 만들어낸 최고의 '느와르'영화가 바로 '다크 나이트'였다.
'히어로물'의 정도를 걷던 '배트맨'은 이젠 우리가 아는 배트맨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배트맨은 그저 우리보다 좀 더 권력과 능력을 가진, 법망을 벗어나서 '정의'와 '선'을 내세우고 활동하는 결국 '인간'일뿐이었다. '배트맨과 로빈'처럼 오락영화에서 날뛰던 '배트맨'적인 히어로물이 더 이상 아님을... 그러기에, 영화는 '조커'라는 '순수 악(惡)'을 반대편에 내세워, 인간이기에 더욱 괴로운 이중적 생활의 '배트맨'을 악으로 밀어넣기 시작한다.
'스파이더 맨'과 '배트맨'같은 영웅들이 더욱 힘든건 바로 이런 부분이다. 관객들의 눈이 이렇게까지 높아진 이상, 예전처럼 우리가 보지못한 화려한 능력을 보여주는 '히어로'의 영화물시대는 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조건적인 '강함'을 내세우는 그들에게 더 이상 흥미도 공감도 느끼지 못한다. 이제는 그들의 '괴로움'을 보고 '공감'할 시대인 것이다. 그러기에 감독들은 하나둘씩 '영웅'들의 '고충'들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그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슈퍼맨 리턴즈'의 슈퍼맨은 사실 대중들이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초능력'을 가진 그가 왠간해서는 죽지않을, 그리고 너무나도 '무적'이기에 다른 이들의 도움도 크게 필요치않은 인물이기때문이다. 그러나 '배트맨', 스파이더맨'은 결국은 약간의 능력을 좀 더 갖게된 '인간'에 불과하다. 그들은 육체적 상처를 입고 다른사람의 치료를 받아야하며, 이중생활로 인한 정신적 고통도 겪어야하며, 또한 정상적인 결혼생활과 인간관계까지 신경써야하기에 이른다.
사실 '영웅'은 혼자여야한다. 다른 이를 끌어들이고, 결국 '인간'으로써의 관계를 엮음으로써 자신은 물론 그 인물들에게까지 피해가 가는건 여지없는 사실이다. '대의로 인한 희생'이 불가피해진다. 더군다나, 그들이 '영웅'과 관계된 인물들이라면, '영웅'을 흔들리게 하기엔 여지없이 좋은 희생물들이다. 둘 다 희생자가 될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영웅'은 힘들어도 고독해야한다..
영화는 이러한 점을 내세워, 끊임없이 '인간 배트맨'의 내적인 면을 공격해온다. 지금까지 그를 상처입혀온건 외적인 공격이 많았기에, 그는 더욱더 강해지고 견딜수 있었다. 그러나, '조커'라는 천재적인 '순수 악 덩어리'가 그것을 파악하고 공격해오는 순간, 너무나 많은 이들이 하나둘씩 쓰러져나갔다. 그 사실이 너무 슬펐다. 이번엔 너무 많은 이들이 희생당했다. 다크 나이트 '배트맨'은 정말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릴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이런 '한 사람의 내부 갈등'을 통해 '사회적 선과 악','사회의 붕괴는 카오스(혼돈)에서부터 일어난다'라는 거대한 메시지까지 다루기에 이른다. 그 다루는 솜씨가 너무나도 견고하고 대단하여, '히어로물'을 가지고 '느와르물'을 만드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이 모든 매커니즘적 기술과 생각을 가지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과 그것들을 현실로 구현해내준 수많은 대단한 배우들.... 죽은 히스 레저의 조커연기의 대단함과 내용적 메시지의 위대함은 보신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계실듯 하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모든 인물들의 노고에 정말 박수를 보낸다. 이것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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