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학교, 선생님, 그리고 고3 수험생의 키워드만 가지고도
공통적으로 예상할수 있는 것은 삶의 희비가 오고가는 치열한
경쟁과 무거운 압박감,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의 이상증세등을
떠올려 볼수 있을 것이다. 수능을 압둔 상태에서 엘리트 학생들의
시험성적에 대한 집착과 광기등, 수험생의 마음과 함께 역으로
피할수 없는 '죽음' 을 전제로 건 피의 게임이 시작된다. 영화는
<쏘우> 의 이유있는 게임에서 벗어난 '죽음' 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채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자신들이 이러한 '죽음' 의 게임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 생사의 경계에 선 학생들, 그리고
나가면 바로 살생부에 올려진 학생들의 죽음의 순서와도 관계없이
빨간줄이 그어지는 밀실효과까지 동반하며 폐쇄된 학교라는 공간을
친숙한 공간에서 공포스런 낯선 폐쇄공간으로 몰아넣어간다. 스타일
리쉬한 뮤직비디오로 인정받고 있다는 창감독의 영화데뷔작 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는 확실히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보여준 늘어지면서 지루한
공포의 요소를 확실히 배제하고 있긴 하다. 그리고 '죽음' 이라는 극적인
요소와 맞딱뜨린 인간의 공포와 광기도 점차 가중되어 가는 가운데 절로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온화하게 수업진행을 이끌어가는 황창욱
(이범수)과 냉정하고 싸늘한 느낌의 학생들을 독촉질하는 영어교사
최소영(윤정희)과 엘리트 1등에서 20등까지의 학생들이 벌이는 죽음의
게임은 특별엘리트 수업일날 막이 올라간다. 모습을 보이지 않던
전교 1등 혜영의 모습이 스크린에 투영되기 시작되고 피의 중간고사는
시작된다. 외부와의 연락의 단절을 위해 이치영 교사(공정환)의 '죽음'
이라는 요소로 확실히 공포의 공간으로 바뀌어 버린 학교에서의 시험문제
는 정해진 시간, 장소같은 건 없다. 오로지 문제를 풀어야 학생들을 구할
수 있고 범인의 의도를 알수 있다는 것으로 아비규환의 상태로 한명씩
죽어나가는 상황과 어지럽게 난입되는 영상과 잔인한 죽임방법, 그리고
선혈 낭자한 화면들은 섬뜻한 호러와 스릴러적 장점을 잘 버무렸다는 느낌을
준다. 엘리트 학생들 사이에서도 예전 전교1등이었던 지원의 절친한 친구
였던 이나(남규리)와 이나를 좋아하는 유학경력있는 남학생 강현(김범),
그리고 그런 이나의 베스트 프랜드인 명효(손여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황은 점점 범인에 대한 실마리로 이어져 간다.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도 호러와 스릴러적 장점을 결합하려 했다면 상당히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것은 긴장감의 끈을 느슨하게 만드는 범인
의 동기적인 설명에 후반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 버린 것이다. 중간
중간에 조금씩 힌트를 주면서 마지막에 살짝 드러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였을 전개의 느슨함을 이끌고 온다. 인간의 인격적인 이중성, 그리고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정, 고3수험생의 심리에 대한 심층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는 마치 살인의 동기성이 충분하다고 확정시켜 버리는데 그런 면
보다 인간의 광기적인 측면이 더 드러나는 면이 강했다. 그리고 '전교1등'
과 귀신처럼 겹쳐지는 이미지적 효과의 마무리와 엔딩크레딧에서 희화된
영상은 살인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수 있다. 분명 색다른 구성의
영상전개에도 맥이 빠지는 것은 살인게임의 이유에서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가 가진 명백한 호러영화의 소재에 있다. 그것은 '恨(한)' 의 정서
가 그 베이스에 깔려 있기에 결국 한국영화의 소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쉽다. 하지만 신선하고 강렬하고, 중후반부까지 몰고가는
영화의 긴장감, 무엇보다 진지하고 강렬한 내면적 연기가 어울리는 배우 이범수
의 한층 진보된 연기를 감상한다는 포인트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매력을
가진 호러와 스릴러적 장점을 갖춘 영화라는 여운이 남는다. 그동안의 한국영화
의 호러적 고정이미지를 깨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 고사였다.